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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또르쟈니 May 25. 2022

아저씨가 알면 서운해할 거야

잃어버린 바나나

여름 같은 봄.

타는듯한 봄.

덩굴장미가 피다가 져버리는 봄.

수박을 맛없게 농사짓기 어려운 봄.


 팔월의 열기가 느껴지는 오월에 수박을  네 번째 사러 갔다. 한 번은 냉장고에 보관하지 않고 먹을 수 있게 작은 것을  샀다가  너무 달콤하고 물이 꽉 차서

운동 갔다 오다가 지인의 집에 초대받았길래 그 집에 한 통 우리 꺼 한 통 해서 두 통을 샀다.  역시 그 수박도 우리를 기쁘게 하기에 충분했다.

세 번째 수박은 남편과 지인들이 기타 공연 연습을 하는데 나눠 먹으려고 또 두  통을 샀고  하나는 연습실에 가져가고  나머지 하나는 수박주스를 만들어 시원하게 보관했다가 휴일에  나들이  가면서 차에서 마셨다.


 그리고 어제의 일이었다. 저녁 공연이 있어 집을 비우게 되니 애들 먹으라고 또 수박을 사러 갔다. 더위 탓인지 무조건 수박 집 앞에서 발이 멈춘다. 작은 수박을 사니까 자꾸 가는 것도 있고,

어찌 되었든 네 번째 수박을 사러 갈 때는 캐리어를 가지고 갔다. 껍질이 많이 나오는 것도 같고 해서 오늘은 조금 큰 수박을 샀다. 사는데 아저씨가 이번에도 수박에 끈을 끼워 주려고 했다. 끈을 사양하며 "뭐라도 아껴야죠."라고 했더니 아저씨가 알록달록한 비닐끈을 조용히 내려놓더니 저쪽으로 갔다. 그때까지는 그 까닭이 뭔지 몰랐다. 아저씨는 바나나 한 개를 가져오더니 내게 건넸다. 그 의 미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무조건 고맙다고 인사하고 가뿐한 마음으로 집으로 왔다.  캐리어를 현관에 두고 후끈 달아오른 집안 공기가 덤비는 바람에 창문을 죄다 열고 수박 정리를 하려고 보니까 아저씨가 준 바나나가 없다. 수박 이쪽저쪽을 두리번거려도 그것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가 않았다. 몸이 지친 상태라 간단한 점심을 먹고 바나나를 찾으러 가야 하나 아니면 지금 나가 봐야 하나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다가 대문을 열어봐도 없고 창문을 열고 내다봐도 불볕 같은 태양의 색깔만 아스팔트 위를  뜨겁게 비치고 있었다. 아저씨가 내게 건네준 바나나 마음을 어찌할꼬나. 지친 나는 그냥 포기라는 것을 하고

수박이나 썰어서 냉장고에 넣고 껍질은 잘게 썰어 창가에 내놓고 말리기 시작했다.

오월의 수박
짠무우 오이 냉채와 보관중인 수박
말렸다가 버리려고 창가에 둔 수박껍질


 아저씨의 바나나 마음과

더위에 지친 나의 느림이 서로 다투다가

그냥 말았는데 구멍 큰 캐리어 사이로 빠져나간 그 바나나는 걸어서 아저씨의 과일가게로 다시 돌아갔기를 상상하며 이 시간 미안함을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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