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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또르쟈니 Mar 17. 2022

아픔에서 회복한  사람

당신은 귀한 사람입니다.

 오래간만에 사는 얘기를 하다가 베란다 화초 자랑에 하던 전화를 화상통화로 바꾼 건 새언니였다.

언니는 얼굴이 좋아 보였다. 그런데 나는 뭐냐고.

갑자기 오전에 산에 다녀온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노출이 되다니 깜짝 놀랐지만 태연한 척  꽃 자랑도 하고 나의 뜨개 작품도 보여주면서 한참을  통화했다.


 거의 10여 년을 병마와 싸우더니 오늘 목소리는 씩씩하다. 나름 시누이가 걱정되어서 전화를 했나 보다. 누구보다도 따뜻한 사람이 회갑을 즈음하여 아프기 시작하더니  다행히 잘 이겨내고

단단해졌다. 무엇보다도 집안에 예술인 듯 보이게 화초를 가꾸기도 하고 좋은 생각만 하면서 산다길래

그럼 면역력 60프로는 먹고 들어간다고 말해 주었다.  


 건강하면 좋지만 살다 보면 우리 몸에 병이라는 것이 찾아오기 쉽다. 그 애들이 오거든 첨엔 내게 왜  이런 일이 생길까 하고 심하게 놀랄 수 있다. 나는 강철이고 청정지역인데 어찌하여 병이 온 걸까 하고 당황할 수가 있다. 고단한 마음을 어느 정도 정리하다 보면 내가 가진 병을 이겨내는 방법은 뭘까, 아니면 얘가 나의 불편한 친구가 된 걸까 하고 알아차리기 시작한다.


 그럴 땐, 본디 나의 마음이 비사교적이었다면 친구를 만들어  볼까 하는 궁리가 생기고, 운동을 잘하지 않는 경우였다면 열일을 제치고 나를 위한 운동시간을 만들어 내려는 노력을 하게 되고, 식습관이 인스턴트식품만  좋아하는 사람이었다면 자연식을 찾게 되고, 방안 퉁수였다면 여행  어디를 갈까를 살피는 사람으로 모할 일이다.


 올케언니는 부드러운 마음을 가지려고 애써왔고,

꽃을 키우고, 직장생활도 넘치지 않게 하고, 이웃과 사이좋게 지내고, 종교생활도 예쁘게 하고, 그러면서 건강관리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처음 새신부로 고운 드레스 입고 결혼할 때부터 봐온 사람이 이제 제대로 어른이 되어 있으니 나도 덩달아 얼씨구나 하고 나이를 먹었겠지. 특별히 잘해주던  언니가 아프니까  집안 전체가 쓸쓸했다.

완쾌라고 보긴 어렵지만 그래도 우선해지니까 시누이도 보이는지 전화도 하고 수다도 떨고  집에 놀러 오라 고도하고 그런다.  어디가 아팠다가 오래 견디고 회복하여서 다가서는 올케언니가 오늘따라

더 소중하게 여겨진다.


  우리는 때때로 어느 누군가에게 귀하디 귀한 사람일 수 있다. 그러니 좋은 마음이 면역력 60프로 이상이다 하고 × 보다는 ㅇ와 친해지며 살 일이다.


 봄비가 대지를 적셨듯이,

우리의  마음도 곧 촉촉해질 것을 기대하며

 그녀의 회복을 축하한다.



울타리 너머의 물싸리 새싹


보리싹과 함께 나물국이 될 수 있는 검범불이


그녀의 마음에도

향기 나는

봄이 와 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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