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내내 갖은 행사와 휴일 멍 때리기의 연속으로 가족들이 간간히 도와줬는데도 눈을 떠보니 주방의 어지러움과 싱크대아래의 분리수거통, 레인지 아래의 쓰레기통, 베란다의 묶인 일반쓰레기, 그리고 가득 담긴 음식 쓰레기, 세탁기 주변의 분리만 된 채 나 좀 어떻게 해주시오 하고 널브러진 빨래, 거실로 들이닥친 햇살에 비치는 어제 다녀간 우리 집 강아지의 잔털. 모든 게 나의 손을 필요로 하는 일감들이다.
맨 먼저 삶을 그릇은 큰 솥에 넣고 불을 켜고 타이머를 하고, 그다음 세척기의 마른 그릇을 정리하고, 쌀과 검은 쌀. 서리태를 씻어 잠시 불려 놓는다. 게으름의 대장인 나는 아무도 보지 않을 것 같은 새벽에 일반쓰레기와 음식쓰레기를 버린다.
오늘도 엘리베이터에서 아무도 만나지 않고 다녀오는데 성공. 앗싸! 그다음은 집안의 쓰레기를 새 봉투에 담고 싱크대아래의 분리수거통도 베란다 가서 큰 통에 비우고, 다소 이른 감이 있지만 거실에 청소기도 돌려놓고 빨래를 세탁기에 넣고 동작을 누르기도 하고 그때서야 아침식사 준비를 할 수 있었다.
아침식사 준비래야 뭇국 끓이고 콩밥 지은 것 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어제 딸이 사다 놓은 반찬에 이런저런 아침을 먹고,마무리 다 하고, 커피도 하고, 약도 비타민도 챙겨 먹었다.
일찍 환기를 시켜서인지 카랑코에가 밝은 햇살을 받으며 그 어느 때보다도 화사롭다. 아침 쓰레기 버리러 갈 때의 바깥날씨는 상큼 쌀쌀했건만 지금 창을 통하여 집안에 들어오는 햇살은 카랑코에와 참 친해 보인다.
집에 온 카랑코에
그래서인지문득 카랑코에는 누구일까 하고 궁금해졌다. 알아본 바에 의하면,
이름 카랑코에
꽃말 인기. 설렘
원산지 마다가스카르
인도양에 있는 마다가스카르섬은 동화 '어린 왕자'에 나오는 바오밥나무가 자라는 곳입니다. 6,000만 년 전, 아프리카 대륙과 인도가 갈라지면서 생겨난 섬으로 영화 같은 풍경이 장관을 이루는 곳이기도 하지요. 다른 대륙과 고립되다 보니 이 섬의 동식물 중 80%가 독특하게 진화한 희귀종이 많습니다. 이 신비의 섬이 바로 카랑코에의 고향입니다.
출처: 화초 기르기를 시작한다.
카랑코에는 인기. 설렘의 꽃말을 지녔듯이 봄날에 피어나서 우리를 설레게 한다. 예전엔 물만 많이 주면 좋은 줄 알았는데 그 애에 대해 알고 보니
다육식물과 같아서 물은 거의 2주나 열흘 정도에 한 번씩 흠씬 주면 된다고 해서 두고 봤더니 잎사귀가 물을 안고 있었는지 꽃잎 사이로 아침마다 물기가 올라오는 게 밤사이 이슬이라도 내렸나 하게 맑다. 초롱한 카랑코에를 들여온 건 지난번 복지관에서 본 해묵은 카랑코에가 피운 꽃에 반해서다. 그 꽃은 화원의 꽃처럼 번성해 보이진 않았어도 겨울을 지내고 피어나 줘서 복지관을 오가는 어르신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었다. 한 잔의 커피를 마시며 노랗거나 연핑크이거나한 그 애들을 보면서 여러 이야기를 나누다가 집에 오는 길에 사 온 카랑코에는 지금 우리 집에 봄을 한껏 선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