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니또르쟈니 Mar 28. 2023

노간주나무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봄철 화원을 찾는 일은  즐거움이다. 갖가지 화초들이 바깥세상보다 먼저 꽃을 피우니 성급한 사람들은 그곳에서 먼저 봄을 맞는다. 우리 가족도 화원을 찾게 된 것은 아마도 새로 이사하려는 회사 담너머의 마늘밭 아저씨 덕이 아닐까 생각한다.


 수년 전부터 재개발의 말미로 인해 오도 가도 못하던 회사에 보상결정이 나고 그동안 여기저기 가성비 좋은 땅을 찾던 중  지금의 땅을 장만하게 되었다. 여러 가지 절차를 거치면서 건물을 지었고 지금은 승인만을 남겨두고 있다. 승인이 나기 전까지는 어느 것도 손을 델 수가 없다 하여  바라만 보고 있던 차에 벚꽃은 피고, 세상것들이 하나둘 죄다 깨어나고 있자니 뭘 해야 하는지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웃에서 베란다에 키우던 철쭉을 준다기에 덜컥 받고 보니 어디에 심어야 하나 하고 건물 안에 두고 물만 흠뻑 주고 돌아왔다. 그게 어느덧 이 주전이었고 그 이후로 우리는 하나둘 작업에 들어갔다.  그럴 수 있었던 건 담너머 마늘밭아저씨의 배려 덕이다. 장마철에 마구잡이로 내리는 비로 아저씨네와 우리 땅 사이의 언덕이  적당한 수로도 없고 해서 쓸모없이 방치된 상태였는데 우리가 건물을 지으면서 커다란 수로를 만들고 땅을 고르다 보니 7~8평가량의 땅이 생겨났다. 꼭 우리 시아버님처럼 좋게 생긴 그분은 이 사람에게 어차피 새로 생긴 거나 마찬가지니까 우리더러 쓰라고 하셨단다. 서류상엔 우리 것이 아니지만 아저씨는 장마철 물걱정을 덜어낼 수 있고, 이 사람은 좁은 땅에 이 정도의 여유가 생기다니 꿈 많던 소기업사장님이 신바람이 났다.


 화원에 들렀을 때 휙 한 번 돌아보더니 두 말도 하지 않고 노간주나무를 지목했다. 아내로서 한마디의 토도 달지 않았다. 당신 회사이기도 하고

처음으로 지어보는 건물인데 하고 싶은 대로 두고 보는 게 좋을 것도 같고 해서다.

실상은 공사가 진행되는 내내 이이가 그 땅에 마음으로 심은 나무의 수는 백가지도 넘었지 싶다. 그만큼 기대가 되고 기쁘고 무한대로 좋기만 해서였겠지만, 듣도 보도 못한 노간주나무를 지목할 줄은 정말 몰랐다. 출근한 남편을 보내고 대체 이 나무 이름은 뭘까하고 사진을 찍어 조회도 해보고 여러 방법을 동원해 이 나무의 이름을 알아내  메시지를 보내 놓았는데도  그걸 보지 못하고 주말에 들렀던 화원에 가서 나무 이름을 물으니 모르겠다며 사철 보는 장미나 사라며 그 주인아주머니는 는 일에만 열중이 더란다.  한그루에 만만한 값은 또 아니어서 살펴보니까 가지를 자른 다음 물속에 부직포나 뭐를 깔고 자주 물을 면 언젠가는 싹이 생기는 모양이다.

집에서 고무나무나 제라늄 이런 것을 뿌리내리게 해 개체수를 늘려본 게 여러 번이라  그날 산 노간주나무 회양목 가지를 가져와 물에 담갔다.

그것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마치 꽃꽂이를 해놓은 것처럼 보기가 그럴싸하다.

뿌리를 기다리는 노간주나무


 차도남이 발견한 다소 깔깔하고 세련미가 있는 노간주나무를 알아봤더니


분류 : 측백나무과

학명 : Juniperus rigida siebold & Zucc

원산지 : 아시아(대한민국. 중국. 일본. 몽골), 유럽(러시아)

크기 : 8m

개화기 : 4월~5월

꽃색 : 갈색

꽃말 : 보호, 친절, 자유


 출처 : 국립수목원 국가생물종 지식정보 : 식물


 이러한 노간주나무는  우리가 노닐던 작은 동산에서도 깊은 산속에서도 간간히 볼 수 있던 나무인데도 잊고 살아왔던 건 아닌가 싶다.  이유를 불문하고 이웃 마늘밭아저씨가 내어주신 밭에서 화분에 마사토를 깔고 거름도 넣고 흙도 채워서  조만간 준공 떨어지고 이사를 하게 되면 회사 제일 잘 보이는 곳에 멋지게 두려고 지금은 물도 정성껏 주고 보살피면서 대기 중이다.


작업중
물맞은 화초들
이사하면 정문으로 갈 준비중인 노간주나무


 어찌 보면 화초를 심는 것은 내일을 기대하는 희망이라는 두 글자가 숨어있는 것 같다.

마늘밭 아저씨는 자투리땅을 내어 주시고, 우리는 근사한 수로를 내드렸으니, 자투리땅은 희망이요, 수로는 수해로부터의 안심일터이다. 이렇듯 희망과 안심을 서로 주고받았으니 앞날이 행복할 것은 당연한 일 아닐까나.



남편은 아저씨랑 친하게 지내고 싶다고 여러 번 말한다. 차가운 도시의 남자가 마늘밭아저씨와 사이좋게 지낼 것을 고대하며, 노간주나무도 우리 집에 왔으니 잘 자라주길 바란다.


작가의 이전글 카랑코에의 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