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같은 내 얼굴
배우는 건 참 좋은 것 같다.
뭔가를 만들고, 꾸며보고, 새로운 것에 도전도 해보고 하는 걸 보면 아직도 맘속에 열정이라는 게 있어 보인다. 때 아니게 지난 2~3년간 뜨개질 놀이에 열중하다가 지인의 소개로 복지관에서 진짜 선생님한테서 배우게 되었다. 유튜브 선생님들이 잘도 가르쳐 주지만, 지금 배우는 선생님처럼 귓전에 바람소린 듯 사람소린 듯 들려오는 가르침의 생생함은 따라올 자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선생님은 대단한 것을 가르쳐주진 않으신다. 그렇지만 기본에 충실한 수업 방식이 부담을 갖게 하지 않아 맘 편하다.
오는 유월에 바자회가 있다고 해서 부엉이와 사과 도안을 받았다. 지지난 주엔 부엉이를 만들었는데 그냥 별 흥이 나지가 않아 뜨개가방을 선반에 올려두고 잊고 있었는데 산더미 같은 집안일에 치이다 보니까 잠시 쉴까 하여 뭘 하며 쉬나 고민하다가 뜨개가방을 펼쳤다. 지난주에 뜨다가
잘못돼 뜯었던 사과가 날 기다리기라도 하는지 가만히 있다. 도안을 펼치고 시작해 보니 지난주보다 수월하게 떠졌다. 한 바닥을 마치자, 한 개 더 떠서 통통한 사과를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 해본 거라 두 번째는 더 쉽다. 빨간 부분을 뜨고 녹색 줄기와 잎을 뜨고 나서 주저리주저리 달린 실밥을 정리하고 그 간에 잘 쓰지 않던 털실을 속에 넣었다. 겉바느질을 하려면 움직일까 봐 가운데 부분에 실을 넣었다 빼서 묶은 후, 한 코씩 건너서 감침질을 했다. 거의 끝날 때쯤 속으로 넣은 실이 부족해 쭈글쭈글해 처음의 두 배로 채웠더니 빵빵하다.
끝마무리로 실을 똑 자르고 이것을 가지런한 탁자에 놓고 쳐다보자니 맑은 햇살덕인지 생각보다 예쁘다. 책꽂이에 올려놓고 이리 보고, 저리 보고, 왔다 갔다 하던 중에 나도 모르게
사과 같은 내 얼굴
예쁘기도 하지요
눈도 반짝
코도 반짝
입도 반짝반짝
하는 노래가 불러진다.
집에서 스스로 할 때는 가방을 주로 떴는데 복지관에서 배우자니 사과도 떠보고 별일이다.
바자회 때 어느 님이 주인이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내 선에서 본 이 사과는 진짜로 예쁜 것 같다.
사람의 손으로 직접 만든 것에 대한 귀함을 아는 분이 주인이 되겠지. 그 댁 어느 자리에 조용히 그렇지만 탐스럽게 있어줄 이 사과를 상상하면서
오월의 첫날이 두둥실이다.
역시
복지관에 가서
뜨개질을
배우길
잘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