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곳이 없어라
한 동안을 틈만 나면 코바늘로 가방 뜨기를 하면서 놀았다. 이번 추석은 길기도 해서 최대한 밖을 나가지 않고 지내면서 나의 휴가로 삼았다. 아이들이 둘이나 결혼을 했기 때문에 명절 행사로 하루 만나서 놀고, 그 외에는 쉼의 연속이었다고나 할까.
연휴 전부터 생각해 두고 시작해 놨던 가방 뜨기를 하루에 서너 줄 뜰까 했는데 어제오늘은 왠지 집중이 되어서 부지런히 뜨다가 나머지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마무리를 하였다. 끈이 없는 건
이유가 있다. 그전에는 끈을 직접 떠서 달았었는데 어떤 사람이 동대문에서 가죽끈을 사서 달고 지퍼도 했더니 물건이 세지도 않으면서 완성감이 있다고 했다. 그 이가 들고 다니는 가방은 흡사 어디서 사 온 것처럼 딱 떨어져 보이는 게 지난번에 나를 동대문역으로 이끌었다. 9번 출구로 나가서
동대문 종합상가로 들어갔다. 멍구리 두 번째 옆집에 가방끈이 여럿 진열되어 있다. 그중에서 사장님더러 내가 가지고 간 끈 안 달린 가방을 보여주고 알맞을 걸로 골라 달라고 하면, 경험 많은 사장님은 친절하게 골라 주신다. 끈과 지퍼를 다는 곳은 그 근처
에 있어서 물어보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상호는 아트방이라고 씌어 있다.
가방 뜨기 마니아인 사람으로서 폼나게 한 번 해보려고 코마얀에 모헤어를 더해 겨울용으로 만들어 봤다. 월요일에 완성 지으러 동대문에 갈 생각에 내 속으로 할 일이 있다. 혼자만의 놀잇감이 생겨 좋다.
사실 이런 일에 빠져 운동량이 부족한 점도 인정하지만 최소한 정신 건강은 양호한 편이어서 뜨개질이 나를 도왔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말 나온 김에 숨겨야 할 얘기도 하고 싶다.
사실 이번에 찍은 가방사진은 TV앞에 올려 두고 찍어야만 했다.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집정리를 맘껏 미뤘기 때문이다. 이건 핑곗거리일지는 모르지만, 세상 살아보니 다 잘할 수는 없는 일인 것도 같다. 남들 별로 안 하는 가내 수공업(가방생산?!)을 하다 보니 집을 잠시 방치하게 됐다는 얘기다.
아 이건 조금 거짓말이 들어 있다. 실은 나의 탁자는 늘 뭘로 꽉 차있다. 실꾸러미, 뜨개바늘들, 돗바늘, 가위, 옷핀, 자 등등 탁자는 그야말로 잡동사니 투성이다. 이렇게 살다가, 결혼한 애들이라도 오면 그제야 온통 치우고 반질하게 닦고 애들을 맞는다. 그토록 어질러진 상태를 보면 머리가 복잡할 것도 같은데 도리어 새로운 나만의 창작품을 만들어낸다는데 대한 기쁨이 더한 것 같다. 이상한 일인 것은 가끔씩 얽힌 실을 풀 때도 그렇다. 어이구 한 코라도 더 뜨고 싶은데 이걸 언제 푸나 하고 푸념하다가도 실을 잘라내지 않고 끝까지 풀어냈을 때의 기분도 꽤 그럴싸하다.
가끔 잘 나온 작품을 누군가에게 주고 싶을 때가 있다. 그때 그걸 달게 받는 이가 있으면 고맙고 기쁘기 한량없다. 왜냐하면 나의 마음 건강을 도와준 뜨개놀이의 산물인 그것을 좋아해 주다니 얼마나 신바람 나는지 모른다.
비록 탁자의 어지러운 상태를 늘 보는 가족들에게는 미안함이 없진 않지만 말이다.
돌아오는 월요일엔
비가 오든 어쨌든 간에
동대문에 나가서
가방끈을 달고 오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