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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또르쟈니 Dec 21. 2016

나만의 호사

햇님과 친하게 지내 보세요


하늘이 맑아지고

뭉개구름이  양인지 소인지 모를  모양새로

이리둥실 저리둥실

떠다니고 있을때

나는 일주일에  세 번 하는 운동을 마치고

귀가를 하고 있었다.


 회색도시라서 자세히 보면 그저 그럴 때도 많지만,

이렇듯 하늘이 좋은 날엔 마을 어귀에도  햇살이 장관을 이룬다.  내가 사는  곳이 이토록 근사한  줄은 요즘사  알게 된 득템이다.


 삼삼오오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과 얼추 헤어지고 , 나만 있는 시간이 오면  집앞에  가방을 내려놓고 사분사분 걷는다.  가방을 내려 둔 자리에서 더 멀리는 가지 않고 왔다 갔다를  반복하다가 아까운 햇살을 뒤로 하고 집으로 들어온다.  맛난 햅쌀밥을 배불러서 더는 못 먹는 지경이라면 비유가 너무 뚱보스러운가.


 눈이  세상을 온통 뒤덮은 날,  화롯가에 앉아서 숮불만 뒤적이던 우리들은 처마에 맺힌 고드름에서 물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짚누리에 숨은 달걀을 꺼내온다.   그 자리는 내가 들어가 앉아 있기에  딱이다.  슬그머니 올라가 그 속에 앉아 종일 비추이는 햇님을 바라보다  눈이 부시다 싶으면  어느새 졸음으로 이어진다.  그 속에서  나는 포근  따사로운  낮잠을 즐기게 된다.  내 어깨로 와 닿은 햇님의 미소는 내게 꿈까지 꾸게 한다.  짚단을 쌓아 만든 짚누리 속에 누운 나는 해가 뉘엿뉘엿해 발끝이 오그라들기 시작하면 입가에 흐른 침을 닦으며 잠에서 깨곤 했다.


 그렇듯 지금도 농협입구에 있는 CD기 앞은 남향인지 점심쯤에 한가득 들어온 햇살 때문에 온기가 돈다.  그래서 추운날 지나가다가도 그 안에서 잠깐 서 있으면 왠지 겨울이 호사스럽고 좋기만 하다.




햇살은 홍시와 색깔이 닮았다.

맛이 동그만하고

느낌이 둥실하다.

어미의 젖퉁이 같기도 하고

길게 골목을  비추는걸 보면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이  다

축복 받았구나  싶다


 나말고 다른이들도  그럴까.

목도리도 하고 갖추고 입고 나와서인지  온누리를 비추는 햇살은 겨울의 진미다.



 추운자리에  춥고 어둡게 지내는 사람들에게


     "햇님이  당신을 불러요

     이렇듯 좋은 날씨에

     햇님과 눈 맞춰 보세요

     햇님은

     만나러 오는 사람마다에게

     언제나 따사롭다오

     햇님과 친하게 지내 보세요

     얼마나 친절한지 몰라요

     햇님과 친해 보세요." 라고 말하고 싶다.


 가지만 남은 나무들 사이로도

늘 푸른 편백나무  담장 위로도

하얗게 줄그어진  아스팔트 바닥에도


그리고

어제 파마해  구블구불한 내 머리위에도  햇님은 겨울노래를 부르며 서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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