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맞이 가자
동무들아 오너라
봄맞이 가자
너도나도 바구니
옆에 끼고서
달래 냉이 씀바귀
나물 캐 오자
종다리도 높이 떠
노래 부르네
학교의 교실에서도 마을의 놀이터에서도 아이들의 노랫소리는 방글방글 들려왔다.
바구니를 들고, 그날 먹을 나물을 캐는 아낙들은 송이버섯처럼 동실하게 앉아 놀았다. 말이 나물을 뜯으러 온 것이지 실은 옹기종기 모여 앉아, 이 수다 저 수다로 꽤나 바쁘다. 그걸로 시집살이의 설움과 신접살림의 깨 쏟아지는 자랑을 다 털어낼 작정이다. 해가 뉘엿뉘엿할 때까지 쑥도 뜯고 냉이도 캐다보면 모래가 있는 땅에서는 어쩌다가 달래가 몇 뿌리씩 보이기도 한다. 보자마자 성큼 가서 달래를 제대로 캐기라도 하면 그날은 횡재를 한 축에 속했다.
룰 루 랄 라 ~~~ 신나는 발걸음으로 집에 당도하면,
우물가에 퍼질러 앉아 바구니를 털털 턴다. 이모저모로 나물을 다듬은 다음 깨끗이 씻는다. 쌀뜨물에 된장을 풀고 씻은 나물, 멸치 몇 개, 묵은 김치 두어 조각을 넣고 폭 끓인다. 마지막에는 들깻가루 조금과 달래 그리고 절인 고추를 쫑쫑 썰어서 넣고 한 소큼 더 끓이면 나물국 완성!
달래+ 냉이. 쑥. 검범불이= 나물국
씀바귀는 너무 쓰니까 아버지 반찬
사람들이 씀바귀는 잘 캐려고 하지 않아서, 우리 집 논두렁에는 일부러 심어 가꾸는 듯 자랐다. 그러니 가끔 아버지가 입맛 없다고 하시면 엄마가 캐러 가곤 하셨다. 씀바귀는 소금물에 살짝 데친 뒤 고추장과 들기름을 듬뿍 넣고 무쳐낸다. 그러면 아버지는 양푼에 밥을 반쯤 넣고 씀바귀나물과 함께 썩썩 비벼서는 크게 몇 숟갈에 다 비우신다. 남은 밥은 나물국에 말아서 별 반찬 없이도 게 눈 감추듯 한 끼 식사가 끝난다.
우리들의 밥에 비해 아버지의 것은 더 하얬다. 부럽지만 서열상 뒷줄인 우리는 보리가 섞인 까만 밥을 먹고살았다.
그런다고 봄이 안 오는 것은 아니었다. 산에 들에 꽃이 피고 새가 울기 시작하면, 고운 옷을 입고서 학교에 간다.
나리나리 개나리
입에 따다 물고요
병아리 떼 종종종
봄나들이 갑니다.
어깨에 둘러맨 노란색 가방은 우리들의 등교 길을 들뜨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