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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또르쟈니 Aug 16. 2017

깁스의  불편한 점 10가지

팔에 깁스하기

 첫째, 팔을 펴지  못해 어깨끈을 하고 다녀야 한다.

 둘째, 손가락을 자유롭게 쓰지 못하니  손톱을 자르기가 어렵다.

 셋째, 설거지가 곤란하다.

 넷째, 씻을 때 한 손으로 해야 해서 오래 걸린다.

 다섯째, 깁스의 무게 때문에 어깨가 아프다.

 여섯째, 부상당한 듯 보여 외출이 쑥스럽다.

 일곱째, 좋아하는 탁구를 칠 수 없다.

 여덟째, 앉거나  잠잘 때 베개 두 개를 받쳐야 한다.

 아홉째, 옷을 입고 벗기가 불편하다.

 열째, 팔의 통이 큰 옷만 입어야 하므로  입을 수 있는 옷이 한정적이다.


 탁구를 치다가 넘어져서 팔에 깁스를 하고 지낸 지 2주째다.  처음엔 별것 아닌 줄 알고 한의원에 가서 침만 맞았다.  한두 번  맞고 나면 회복이 되겠거니 하고 집에 왔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밤사이 붓고 아프기 시작하니 진통제를 다섯 번이나 먹어야 했다.


 날이 새자마자,  정형외과에서 엑스레이를 찍었다. 뼈가 깨졌다나  골절이라나 하여간 아프고 무섭고 그래서 얼떨떨하기만 했다. 날씨는 덥기로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데 그날로  팔을 두툼하게 싸매는  깁스라는 것을 했다.


 그러고 나니~~~






첫째는 부끄럽고

둘째는 덥고

는 불편하고

넷째는 짜증 나고

다섯째는 답답하고

여섯째는 무겁고

일곱째는 또 짜증 나고

여덟째는 화딱지 나고

아홉째는 신경질 나고

열째는 드디어 열 내기.




처음엔 그랬는데




 

덥던 날씨가

선선한 바람으로 바뀌고

2주일이 되어가니까

왼팔의 통증도 줄어들고

거기다 가족들의 사랑

친구들의 관심

이웃분들의 위로의 말씀

의사 선생님의 친절한 보살핌.

그리고 스스로의 마음 다스리기

이런 것들이 생겨나서 점점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얻은 것은


첫째는 지금 한 템포 쉬어가라.

둘째 너무 방방 뜨지 마라.

셋째 너도 아파보니 알겠지?

넷째, 네 이웃이 아프거들랑 살펴보는 것이 좋겠지?

다섯째, 너 힘들다고 짜증만 내지 말고 구체적인 협조를 구하거라.

여섯째, 사람이 항상 좋기만 하란 법이 있겠니?

일곱째, 아파보니 네 주변에 어떤 사람이 있는지가 보이디?

여덟째, 평소 네가 어떤 식으로 덕을 쌓아야 할지를 이제 좀 알겠니?

아홉째, 가까이 있는 이에게 아주 구체적으로 도움 주는 법을 마음으로 익히도록 하여라.

열째, 하루에 한 번쯤은 다른 사람이 나에게 감사를 느낄 일을 해보는 건 어떻겠니?


 앞으로 얼마나 더 불편하게 지내야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2주 간의 갇힌 생활에서 또 한 번 사는 것의 의미를 되새김질할 수가 있었던 셈이다.


다시 한번 감사가 생겨나고, 다시 한번 조용히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게 되어 슴슴한 기쁨이 생겨났다.


적당히 쉬고서

새로이 또 다른 삶을 향해 더 의미심장한 발걸음을 저벅저벅 내딛을 참이다.


가을을 맞으려는 선선한 바람이 축복스럽게 다가온다.

샤베트를 먹는 혀의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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