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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또르쟈니 Dec 10. 2017

눈이 내리면

동화속 왕자님

 눈은 밤사이에 내렸을 때가 제맛입니다.  아이들이 쏘록쏘록 잠이 든 사이  아무도 모르게 내린 눈이  제일  잘난 눈입니다.


 왜냐구요.     

그러면  자고난 아이들이  바로 반색을  하며 " 야! 눈이다~~~~" 하고 소리를 지를테니까요.


 온동네의 지붕마다

                  거리마다

                  적송마다에 눈이 내리면

아무도 발자국을  내지 않은 들판에 우리집 누렁이가

두개 두개

두개 두개

멀리도 달리고

팔자로도 꼬고

둥글게도 돌아가면서

제 춤사위를 그대로 드러 냅니다.


시냇가에도 쬐끄만 물이 물끄러미 하늘을 바라보면서 더 크게 노래를 부릅니다.

쉬리릭 쫘라락

쉬리릭 쫘라락


 눈이 내린 꿈속의 밤은

내내

소곡소곡

소곡소곡  그랬겠지요.


 어머니의 쌀씻는 소리와 함께 동녘에서는 햇님이 게으르게 떠오릅니다.  아이들은  햇님이 하얀 눈을  처참하게  뭉그리는 복병임을 알지 못합니다.  제법 잘 익은 김장김치와  동치미 그런 것들과  아침을 먹고, 찐고구마로 간식을 먹을때 쯤이면, 처마에 낙숫물이 소란스럽게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오빠가 만들어 소나무 잎사귀와  솔방울로 장식한  눈사람은 처음엔 목욕을 하는듯 하다가  점점 형태가 이상해져 갑니다.


 낙숫물이 쪼아악 쪼아악

                  쪼아악 쪼아악

토방을 적시며 떨어지고 떨어지고 나면 초가지붕위의  눈은 언제인지 모르게  자취를 감춥니다.  눈삽으로 치워 둔 눈은  마치 두엄처럼 밉상입니다.




  어쩌면 눈은 꿈인지도 모릅니다.   어젯밤  잠든 동안에  꿈처럼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아이는 꿈에서 훤칠한 왕자님을 만나 말을 타고 먼 꽃의 들판을 달리고 있었을지도 모르죠.

과자의 나라에 가서

먹고 싶었던 쵸코파이도 먹고

맛동산도 먹고

줄에 매달린 산도도  실컷 따 먹으면서  몽롱한 뒤척임을  하고 있었을지도요.


 꿈에서 깨려다가  엉덩이가 뜨끈해서 보면 쉬아를 해버려서 깨지도  자지도 못하는  난처한  처지인데  어디선가 매깨한 솔잎타는 냄새에   어린애는 캑캑거리다가 어른들에게  자신이 깨어있음을 들키고마는그런 꿈자리에 눈이 내리거든요.


 온천지를 하얗게 덮었던 눈이 정오를 알리는 벽시계의  댕그랑 댕그랑 소리에 맞춰 쏜살같이 꿈을 깨게 만듭니다.


 눈이 녹은 다음날  아침은  마당이고 고샅이고  다 얼음바닥입니다.  사람들 발자국이  난 곳은  허엿한 얼음이 얼음이라고 생겨 있습니다.  울퉁불퉁한  흙길은  그대로 얼어붙어 걸어다니기가 꼬들꼬들합니다.  이제  한창겨울이 깊었다는 뜻입니다.


 장독대에 가득 넘치던 동치미항아리는  점점 그 깊이를 더해 가고 배추김치는  시어져서  김치죽이나 김치콩나물국이  자주 밥상에 오릅니다. 날마다 쇠여물 은  소의  식사를 장만하느라 거친 솥가에 뚬벙뚬벙 눈물을  흘려댑니다.   깊어진  겨울속에서 어른들은 곗방을 열기도 합니다. 곗날에는  평소보다 열 배 푸짐한 음식이 차려지고 ,  사람들이 웅성웅성 모입니다.  그런 날은  꼭 몇 번이라도 큰소리가 오가기도 합니다.   그  내용이야 아이가 알 일이 아니므로 짐작만 합니다.  '어른들은  밥을 많이 자시니까 목소리도 큰 것이겠지......'


 눈이 내리고 나면

집안의  장작이나 짚이나 하는 땔감들이 거의다 떨어지기 때문에 산으로 가서 아직 눈이 덜 녹은  솔가지를 잘라 옵니다.  그 땔감은 가장 매운 연기를 내서 부엌은  아수라장이 됩니다.   도를 닦기에 딱 알맞은 처지라면 어울리려나.


 겨울  산골짜기  아이가 사는 곳에는  이렇듯 여러가지 풍경들이 있답니다. 심지어 눈이 내리고 나면  참새들이 먹거리가  없어 담장에 있는  편백나무  숲에서 재잘거립니다.  햇살이 좋기도 하지만,   참새들이 출출하기도 하겠지요.   어른들은 키를 세우고 줄을 달아서  그 약한  것들을 잡아 구워서 꼴딱 먹어 치우기도 합니다.


 그래도

눈이 내리면

아이는  먼나라에서 왕자님이 올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속에서 흠뻑 눈의 기운을 마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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