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니또르쟈니 Feb 25. 2018

추억 만들기 최적의 장소 푸껫

행복 시작

  예정에 없이 딸애와 푸껫으로 갔다.  내게는  꿈의 장소일 뿐  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해본 적도 없는 곳이다. 이곳저곳을 탐색하던 딸은 푸껫으로 갈 것을 상의했다.


 출발을 앞두고  두려움이  앞섰다.  아무리 가족이지만  밀착되어 있다 보면 때때로 어려움도 생길 것 같고 왠지 모를 갑갑함이 있긴 했다.


 그래도 정해진 이상 출발은 했다. 일찍  도착한 공항 내에서  낮시간을 탕진했다.  해 질 녘에야  비행기에 올랐고 TV도 없는 젊은이들이 많이 타는 비행기 안에서의 여섯 시간은 지루했다. 화장실을 가고 싶은데 옆좌석에 잘생긴 젊은이가 있어 민망해서 참으려고도 했다. 그렇지만 6시간 내내 모른 채 하고 지내기는 뭐해서  빵도 나눠 먹고 출입국신고서를 쓰면서  펜을 빌리기도 했다. 헤어질 때는 서로 행복여행을 비는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첫 숙소는  짧은 시간만 머물러야 해서 외곽으로 잡았다. 거기까지  택시를  타려고 동행자를 찾으니 외국인 부부가 나타났다.  이러면 택시비가 반으로 줄어드니  반갑기만 했다.  택시에 올랐을 때  그 부부는 알고 보니 벌써 네 시간 전부터  동승자를 기다렸단다. 독일인이라는데 사십 분도 아니고 네 시간을 기다리다니 내 인내심으로는 상상도 못 할 일이다. 물론 택시비가  팔 만원 상당이니 그걸 다 내고 타기엔 부담이 컸을 것은 맞겠지만,  그래도 그렇지  그런 생각을 가진 그  부부의 마음가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처음엔  사실 여행이라기보다는 다이빙을 하러 가는 아이의 보호자가 되려고 간 것도 있었다.  그런데 실상 해가 뜨고 요트를 타고 망망대해를 달리고 있을 때는 우선 내가 급했다.  파도를 가르는 요트 안에서 가끔씩 엉덩이가  둔탁하게 아프고 머리카락은 탁탁 볼을 때려대고,   어느  섬으로  간다는데  일 분이 한 시간 같았다.  소리소리를 지르며 먼 뱃길을 달리다 보니  섬이 보이기 시작했다.


 섬에 다다랐으나 아직 정박한 배가 많지 않아 이 곳은  인기가 없는 곳인가 했다.  그것은 오산이었다.  우리가 너무 새벽부터 와서였을 뿐이다.  점점 여기저기서 모여드는  물장이들이 섬 어귀를 메우더니 한창 더울 시간에는  금세 해변의 정취를 꾸며냈다.


 딸애는 다이빙을 하러 나가고  난 배 안에서 졸았다.  동행한 선생님은 한 바퀴 돌고 돌아오더니 내게도 튜브를 주면서 물에 들어가라고 했다. 튜브는 고마웠지만 입에 물고 호흡하는 그 도구는 내겐 진상이었다. 몇 번을 허푸 허푸  하고 놀았지만,  그래도  물 냄새는 맡아 좋았다.


 파라솔을 빌려 도시락으로 받은 태국식 볶음밥을 먹었다. 콜라 하고 먹는 밥도 나쁘진 않았다. 우리 밥이 궁금했는지 맛있어 보였는지  옆의 신혼부부가 어디서 샀느냐고 물었다. 그들은 러시아에서 왔다고 했다.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고 하자 딸애가 저 쪽으로 데려가더니  하나씩 입에 물고 돌아온다.


 뜨거운 태양  아래서 보는 하늘은 바다색과 다르지 않았다. 모래는 고왔고 물은 발을 담갔을때 맑은 발가락을 들여다보게 했다.  요트들이 정박한 섬 주변은 하얗도록 이국적이었다.


 한차례 다이빙을  더 하고 섬을 뒤로한 우리는 처음의 장소로 출발했다. 가끔씩 무섭긴 했지만, 바람이 분별없이 볼을 때리는 바람에  내 속까지 씻어 바다에 던졌다.


 



 이제 우리는 편안한 숙소로 돌아갈 수 있었다.  처음으로 최고의 쉴 곳으로 향하자니 그때부터  불안도 사라지고 부담도 없어지면서  여행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우리가 쉬러 가는  곳은  내가 살고 있는 마을  서너 개는 합칠 만큼  상상외의 곳이었다. 야자나무는 키가  어디까지일까.  셔틀버스를 타고 가다 보니 로비가 나왔다.  태국 음악이 흘러나오고 피부색,  머리카락 색깔이  다 다른  사람들이 삼삼오오 여행가방을 챙기고 있다.   수속을 마치고  방으로 들어가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꿈의 룸은 쾌적했고 창밖에서 들려오는 야자나무가 바람에 부딪히는  소리는 파도소리와 흡사했다.

 일단은 씻고 우리는 오침을 즐겼다.  아마도 쿨쿨  소리가 요란했을 것 같다.


 늦게 일어나서  야시장에  갔다. 철판에 볶은  해물 국수를 야식으로 먹고 자서인지  아침에는 얼굴이 푸석푸석했다. 일찍 일어난 나는 혼자서 밖으로 나왔다. 여기엔 대체 어떤 곳들이 있을까 하고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수영장도 참 여러 개다 싶다. 조식 전이라  다니다 보니 스카이라운지를 개방(6~8시)한다고 씌어 있어 그곳에 찾아가 보았다.   나는 안 된단다. 아마도  회원이거나 고급진 룸을 쓰는  사람들 전용인가 보다.   장동건이 오면 가는 곳인가.   아~~ 돈 벌고 싶다.   왜 사람들이 돈을 벌려고 하는지 이유를 좀 알 것도 같다.





아침  산책을 하다 보니 향수를 만들 때 쓴다는  크림색 꽃잎이 녹색 잔디 위에 떨어져 있다.   밤사이 분 바람에 아직 깨끗한 꽃잎들이 성급하게 진 모양이다.   손안에 쥘 만큼 주워  모았다.  방에 가서 물에 담가 둘 생각으로  가슴에 안고 오는데 정원을 관리하는  사람이 반갑게 아침인사를 한다. 눈인사를 하며 그도  나도 꽃마음을 알아챘음을  짐작했다.



향수를 만든다는  크림색꽃


 잠에서 깰  기미를 보이지 않는 딸을 볶아서 조식을 먹으러 갔다.  아침 내내 산책을 한 엄마와 딸의 식욕은 차이가 컸다.  욕심껏 음식을  가져온  까닭에  나올 때는 남긴 음식 때문에 뒤가 부끄럽기도 했다.


 식후 산책을 하면서  가족들에게 줄 선물을 사러 갔다. 사는 도중에  뱃속이 천둥을 쳤다. 아마도 어젯밤 야시장에서의 밤참 때문일 거다.  물건을 사다가 말고 볼일을 보러 가기도 하고  방에 카드를 두고 와서 그것을 가지러도  가느라  두서없이 바빴다.





말끔해진 정신상태에서  수영장을 찾았다. 물속에서 수영놀이도 하고, 무등도 타고, 멋진 사진도 찍고, 음료도 시켜보고 하다가 장소를 옮겼다.





와인을 시켜놓고 지는 해의  뜨거운 열기로 사우나를 했다. 수건을 덮고 누워 있자니  너무 더워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고 나오고....

해는 바다 저편으로 가라앉았고 빨간 노을은  와인잔과 파라솔과 함께 푸껫의 멋을 한층 드러냈다.





군데군데  꽃장식이 아름다운 곳에서 마사지를 즐기고 적당히 취한  우리는 밤이 늦도록 사 온 물건을 사진으로 찍어 보기도 하고 주전부리를 먹기도 하면서 놀았다.


 다음날엔  밴을 불러 투어를 했다. 푸껫 사람이 안내를 맡았는데 그는 굉장한 수다쟁이였다.

눈이 부시도록 햇살이 따가울 때 재래시장에서의  냉사탕수수 주스가 가장 맛있는 하루였다.


 비행기 안에서 우리는 코를 골며 잤다.


아~~ 푸껫~~~~~~~~


짐작에 내 아이도 나도  다 같이 새롭게 행복해지기 시작일지도~~~.










작가의 이전글 진로 변경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