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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경민 Jan 13. 2023

시간 거래가 아닌 성과 거래

티키타카 서비스를 통한 패러다임 전환 (2)

시간은 인간의 발명품이다. 그리고 이 발명품은 산업혁명 시대에 '업무 시간이 곧 성과로 이어지는 업무 방식'에서 효과적으로 활용되었다. 산업혁명 시기에는 이 방식이 최고의 방법이었다. 고민의 여지가 없는 기계적 활동을 하기 때문에 “변수”라는 요소가 개입될 여지가 없었다. 최소한의 학습 곡선만 달성하면 그 이후에는 모두가 비슷한 성과를 낼 수 있었고 그래서 모두를 기계처럼 다룰 수 있었다. 그렇기에 예측 가능성도 매우 높았다. 이때는 자율적인 고민, 창의성이 아닌 오로지 투입한 시간과 성과의 함수였기에 시간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거래했다.


물론 시간은 여전히 유용한 툴이지만, 지금은 산업혁명 시기와 다르게 시간을 선형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업무 시간이 성과를 담보하지 않고, 오히려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오늘날 만들어지는 제품과 서비스는 정말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고려해야 한다. 하나의 변수에도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치며, 정말 작은 변수에 기업의 성패가 갈리기도 한다. 단순히 시간을 거래한다는 패러다임으로는 이러한 시장의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조직을 구축할 수 없다.


하지만 조직은 이러한 현상은 이해하고 있음에도 이에 대처할 방법을 알지 못한다. 어떻게 해야 저 많은 요소를 대처할 수 있는 창의적인 인재를 길러낼 수 있을지 알지 못한다. 그래서 산업혁명 시기 때처럼 직원과의 거래를 시간거래라는 개념에 기반해 진행하고 있다. 정해진 업무 시간에 직원을 묶어 그 시간 동안 일을 하도록 강요하는 것이다. 


얼마 전 유튜브에서 현대자동차 HR팀이 자신의 회사의 복지를 언급하며 신입사원들에게 현대차를 홍보하는 영상을 접했다. 국내 최고의 기업 중 하나인 현대자동차의 복지는 다른 회사에 비해 우수했지만, 거기서 언급한 한마디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저희 회사는 1층에 은행이 있어서 잠깐 다녀오는 건 허용이 되니까요^^..." 국내 최고의 기업조차 아직도 산업혁명 시기에서만 효율적이었던 시간 거래라는 철학 아래 모든 조직 시스템을 설계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요즘 사람들은 같은 시간이라도 그 깊이를 고민하고 어떻게 하면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진 선형적 시간의 깊이를 늘려 단면적을 극대화할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시간을 선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시간에 대한 개념이 다르면 서로를 이해할 수 없고 그러면 소통을 할 수 없다. 제시하는 복지 제도가 아무리 매력적일지라도 기저에 깔린 철학이 다르다면 현대차는 앞으로도 MZ세대를 만족시킬 조직문화를 만들 수 없을 것이다.


시간을 거래하지 않고 성과를 거래하면 시간이 만들어내는 단면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이 시간에 무엇을 했는가?'가 아닌 '이 시간을 통해서 어떤 결과를 만들어 냈는가?'를 고민하는 것이다. 그러면 근무 시간이나 근태가 아닌 그 시간에 만들어낸 성과에 집중할 수 있다. 지금 MZ세대가 바라는 것은 시간이 아니라 성과를 거래하자는 것이다. 모두에게 같이 적용되는 선형적 시간이 아닌, 능력에 따라 서로 다른 가치를 지닌 시간을, 그래서 같은 시간을 일해도 혹은 더 적은 시간을 일해도 더 뛰어날 수 있는 성과를 인정해 달라는 것이다. 회사 건물에 은행이 없어서 퇴사를 하는 걸까? 치과가 없어서 퇴사를 하는 걸까?


근무 시간이 아닌 근무 성과를 인정하게 되면 사람들은 시간을 보낼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같은 시간에도 더 많은 성과를 낼 고민을 하기 시작한다. 하나의 서비스와 제품을 만들 때도 최적의 성과를 생각하기에 모든 경우의 수를 어떠한 강요 없이도 스스로 고민한다. 기존에는 시간이 성과의 주요 척도였기에 깊은 고민을 굳이 하지 않았다. 여러 경우의 수를 따지고 꼼꼼하게 만들고 있으면 ‘당연한 걸 왜 그렇게 고민해?’라는 질문이 돌아오기 일쑤였을 것이다. 그 의문에 답하고 그들을 납득시키기 위해 또 시간을 보내는 수고로움을 감수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결국 많은 것들을 유추와 짐작에 의존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제품과 서비스는 의존한 유추와 짐작의 수만큼 성공 확률이 낮아졌다.


성과 기반의 거래를 시작하면 사람들은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 성과를 내기만 하면 남은 시간은 내 것이 될 수 있는 거니까. 거래한 성과만 맞추면 나는 내 할 일을 다 한 거니까. 그때부터 지금 모든 조직에서 고민하는 문제들이 해결된다. 워라밸? 내가 잘해서 성과를 내면 낼수록 워라밸을 찾을 수 있다. 조직에서의 개인의 성장? 더 이상 그저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성과를 내려 나의 역량을 늘리기 위해 고민하기 때문에 개인이 성장한다. 그리고 그 성장은 조직의 성장으로 이어진다.


시간이 아닌 성과를 거래할 수 있는 방법은 개개인에게 시간의 통제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자신이 시간을 통제하는 상황에서 업무를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시간을 완벽히 통제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것이다. 나의 속도를 찾고 그 속도에서 남이 아닌 내가 만족할 만한 수준의 결과물을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손해같이 여겨지는가? 당장 뽑은 직원이 회사의 매출에 기여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불안한가? 직원과의 관계는 외주업체처럼 단발적인 것이 아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할수록 우리 조직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높아진 이해도만큼 더 기여할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 회사에서 자신이 시간을 통제할 수 있게, 그 통제 속에서 자신의 속도를 찾고 어떻게 성과를 낼 지 스스로 고민할 수 있게 궁극적으로는 회사의 성장과 자신의 성장을 일치시킬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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