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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경민 Jan 21. 2023

아직도 봉건제로 운영되는 회사들

MZ세대가 현재 조직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유

대부분의 자본가들은 시민혁명을 바라지 않았다. 그들은 자본을 가지고 어떻게 하면 본인들도 귀족의 지위를 누릴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하지만 시민혁명은 일어났다. 생각하지 않던 사건의 발생에 자본가들은 당황했지만, 자신들에게 유리한 상황임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자본의 힘을 억압하던 권력이 사라지자 자본의 가치를 온전히 인정받을 수 있는 상황이 되었고, 사라진 왕과 귀족의 자리를 축적한 자본을 바탕으로 차지하게 되었다. 자본가들은 본인들이 갈망하던 지위를 시민혁명과 함께 자본을 기반으로 획득할 수 있었다. 기업이라는 틀 안에서 자본을 쥐고 봉건제도를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시민혁명의 발생과 자본주의의 정착 사이에 공정한 경제제도를 위한 움직임이 일어났지만, 근본적 구조 개선이 아닌 노동자 계급의 처우 개선에 그치면서 기업 내의 봉건제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후 자본가들은 교육제도를 통해 기업에 필요한 일꾼을 양성하고 제도에 순응할 사람들을 혁명의 위험 없이 안전하게 확보하는 구조를 구축했다. 이 시기 기업은 정해진 작업을 시킨 대로 빠르게 할 수 있는 사람을 요했기에 그들이 원하는 제도는 기업의 성장과의 상충 없이 자연스레 녹아들 수 있었고, 노동자들에게 이러한 제도의 필연성을 설득하기도 수월했다.


기업활동에 연결되는 경제제도는 봉건제적인 시스템을 유지했지만, 사회는 그렇지 않았다. 그 시점은 달랐지만 여러 나라에서 개인의 자유의지를 신봉하는 민주주의 혁명이 일어났고, 봉건제도의 틀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로 논의를 좁혀보면, 1987년 제5공화국이 막을 내리면서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가 태동했다. 이는 여러 의미를 지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사람들이 '인위적인 제약을 받지 않고 나의 의지로 나의 인생에 필요한 결정을 선택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시기부터 요즘 말하는 MZ세대가 태어나고, 학교에 입학하기 시작했다. 즉, 요즘 사회적 문제로 지적받는 이 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나의 의지로 나의 인생에 필요한 결정을 선택할 수 있다'는 생각 아래에서만 자라온 세대들이라는 것이다. 봉건제에서처럼 나와 다른 신분을 가진 누군가가 시키면 나의 자유를 희생해야 한다거나 조직을 위해 나의 자유를 억압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자라왔다.


비슷한 시기에 기술의 발전으로 교육제도의 개편이 불가피해졌다. 과거 봉건제도와 단순 반복 노동에 맞는 사람들을 양성하는 것이 기업의 존속에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더 이상 기존의 자본가들이 세워둔 교육제도를 통해 양성된 일꾼으로는 기업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 단순 노동의 효율화가 아닌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인재의 보유 여부가 기업 경쟁력에 미치는 파급력이 훨씬 더 강력해진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교육제도는 기업에 순응하는 일꾼이 아닌, 여러 경험과 학문적 지식을 융합해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자유 분방한 인재를 양성하는 쪽으로 변화했다. 이러한 사회 경제적 변화와 함께 MZ세대는 기존 세대처럼 '순응과 희생'이 아닌 '자유와 선택'을 신봉하는 가치관을 가지며 성장했다.


그런데 문제는 아직도 기업은 이러한 사회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봉건제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민주주의 운동을 하며 민주적인 사회를 부르짖던 그 세대가 지금 기업에서는 자신들이 배워온 것들과 통제의 용이성, 기득권의 수호 등을 이유로 민주주의의 가치관과 정반대되는 덕목을 요구하고 있다. 단 한 번도 봉건제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오지 않은, 심지어 그러한 가치관은 구시대적이고 비효율적인 것이라고 교육받아온 MZ세대에게 입사와 동시에 그러한 가치관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혼란을 느끼고, 갈등을 빚고, 퇴사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현상이다. 오히려 현재의 교육제도가 원하는 인재상으로 너무나 잘 성장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힘이 없고, 권력이 없는 MZ세대가 언론과 매체의 질타를 당하고 있지만, 이건 모두 변화한 사회의 흐름과 교육제도가 지향하는 인재상을 파악하지 못한 기득권의 잘못이다. 지금은 모든 귀책사유를 MZ세대에 전가할 수 있겠지만, 그들이 주류 노동인력으로 자리 잡을 2025년부터는 이 모든 게 불가능해질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시대의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는 기업은 필연적으로 도태될 것이다.


단순히 MZ세대가 당신들과 다른 교육을 받아왔기 때문에 그러한 교육제도를 이해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 교육으로 변화하게 된 이유에 대해 밝히고 무엇이 교육제도의 변화를 이끌었는지를 설명하는 것이다. 교육시스템의 변화는 정말 많은 부분이 기업의 경쟁력 증가를 위해 행해졌다. 지금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해결하지 않는 것은 기업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것이다. 세계 최고의 기업이 늘 바뀌듯이 조직을 운영하는 최적의 방식도 시대에 따라 환경에 따라 소비자에 따라 변화한다. 교육은 그 바뀌어 온 시대와 환경에 따라 변화했고 지금의 MZ세대는 이러한 교육에 최적화된 가치관을 형성했다. “내가 해온 것”이 정답이라는 믿음은 당신에게 편리해도 시대의 변화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 구시대적 발상이며 기업의 성과 향상에 반하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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