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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경민 Jan 10. 2023

평가가 아닌 자기 객관화 그리고, 교육

교육이 의미가 없는 이유

직원을 평가하고 교육하는 것은 오랜 시간 직원의 능률을 올리고, 조직의 성과를 올리는 유일한 방법으로 신봉받고 있다. 최근 유행하는 360도 다면평가를 비롯해 그 방식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을 뿐 기저에 자리 잡은 '직원은 평가와 교육을 통해 관리해야 하는 대상'이라는 패러다임은 단 한 번도 변한 적이 없다. 그렇게 많은 기관과 연구시설, 대학에서 인사관리에 대한 연구와 실험을 했지만, 외국에서 시작된 quiet quitting (조용한 퇴직: 직장에서 맡은 업무만 최소한으로 하고 그 외 회사 일엔 관여하지 않겠다는 의미)의 유행은 이러한 일련의 실험과 그 결과들이 실패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갤럽은 조사에 따라 미국의 노동자중 최소 50% 이상이 조용한 사직자라고 발표하였으며, 미국의 전 재무부 장관 Lawrence Summers는 2022년도 1분기와 2분기 미국의 비농업부문 생산성 하락(7.4%, 4.1%)의 원인을 조용한 사직 트렌드에서 찾기도 했다. 한국도 회사의 일에 몰입하고 있지 않다는 비율이 2020년 14%에서 2022년 17%까지 지속적으로 상승(출처: 갤럽)하고 있고, 월급을 받은 만큼만 일하겠다는 2030이 80%에 육박하고 있다(출처: 사람인,2022)


객관적인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믿는가? 그 객관적 평가를 받은 직원들은 아직 회사에 남아 있는가? 그게 아니라면 무엇이 남아 있는가? 우리는 객관적으로 평가했고 논문에 따른 정확한 제도를 도입했는데 젊은 세대들이 이상해서 나간 것이라고 남을 탓하고 있을 것인가? 그렇다면 2025년도엔 전 세계 노동인구의 75%를 차지할 그 세대를 제외한 나머지 세대로만 직원을 구성할 것인가?


작금의 제도는 실패했다. 방식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그 방식을 지탱하는 철학이 잘못되었다. 그래서 어떻게 방식을 바꾸더라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2012년도 경 대구에서 한창 학교 자살이 많아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이때 대구시 교육청의 해결 방법은 학교에서 뛰어내리지 못하게 창문에 못질을 해 20cm 이상 창문을 열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자살하는 숫자' 자체는 줄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자살'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어떠한 도움도 주지 못한 해결책이었다. 지금의 인사평가 제도가 딱 이 모양새다. 회사 내외부적으로 숫자는 개선되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직원이 회사에 애착을 갖고 본인 스스로 발전하려는 의지를 갖도록 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은 주지 못했다.


아주 오랜 기간 의무적으로 이어진 교육제도는 교육이 곧 사람의 발전으로 이어진다는 착각을 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사람은 교육을 통해 발전하지 않는다. 교육을 받아들일 의지를 가진 사람만이 교육을 통해 발전할 수 있다. 강사가 얼마나 뛰어나건, 그들을 성장시키고자 하는 마음이 얼마나 크건 그들이 원하지 않는다면 그들을 도울 수 없다. 그렇기에 이 '교육을 받아들일 의지'를 갖도록 만드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이 의지만 생기면 굳이 회사에서 제도적으로 성찰과 발전을 위한 노력을 강요하지 않더라도 알아서 한다. 아주 오랜 기간 의무적으로 이어진 교육제도는 개인에게 어떻게 하면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을지 그 방법을 어떻게 구해야 하는 것인지를 가르쳐 왔기 때문이다.


멀지 않은 과거에는 이 의지를 만드는 수단은 '보상'이었다. 삼성 이건희 전 회장이 "인센티브는 인간이 만든 가장 위대한 발명품 중 하나다."라고 말했을 정도로 확실한 수단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인센티브는 힘을 잃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회사에서 제한된 금액의 인센티브 뿐만 아니라 개인의 성장이라는 의미와 행복이라는 가치를 찾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의미를 찾을 수 있게 만들어 주는 방법은 남이 아닌 내가 나의 상황을 진단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내가 현재 어떤 상황인지를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어떤 부분을 어려워하는지 확인하고 어떻게 하면 더 나아질 수 있는지, 내가 혼자서 노력할 부분인지 주변 동료에게 도움을 청할 부분인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핵심은 직원을 회사가 판단하고 교육해야만 발전하는 존재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단점을 파악하고 발전할 수 있는 존재로 존중하고 이를 신뢰하는 것이다.


회사와 상사는 무조건 더 똑똑하고 나이가 어리거나, 경력이 짧으면 더 어리석어 꼭 이끌어 줘야만 성장할 수 있다는 오만한 착각이 모든 문제의 원흉이다. 젊은 직원들은 정보가 곧 힘인 시대에서 그 정보에 접근하는 역량이 그 어떤 세대보다 뛰어나다. 다만 이들은 자신들이 가진 역량을 어떻게 지금의 업무에 적용시킬지를 경험해보지 못했고, 나의 실질적 성과를 공정하게 측정해주는 수단을 갈망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배운 것을 업무에 적용시키는 방법을 제시해주면 되고, 실질적 성과를 공정하게 측정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해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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