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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경민 Jan 06. 2023

MZ세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

다른 누군가를 나의 지도로 성장시킬 수 있다는 착각

조직 인사 구조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레몬베이스라는 회사의 권민석 대표님의 강의를 들을 기회가 있었고, 여기서<다면평가 가이드북>(레몬베이스, 2022)을 얻게 되었다. 평소 같았으면 읽지 않았겠지만, B2B 사업을 새로 고민하는 입장에서 B2C와는 다르게 무엇을 어떻게 파는지가 궁금했다.

(이번 글에서 다루는 내용은 한 회사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B2B 사업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과 우리는 어떻게 다르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임을 밝혀둔다.)


다면평가 가이드북(레몬베이스)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팔고 있는지에 집중하며 읽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서비스를, 그리고 지금 당장 나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닌, 회사 구성원들의 퍼포먼스의 향상을 파는 일이었다. 그래서 파는 방법도 상당히 추상적인 것들에 의존하고 있었다. 실제 퍼포먼스의 향상 데이터가 아닌(물론 실제 향상을 본 사례도 있겠지만 이것은 환경에 따라 너무도 크게 영향을 받는 요소기에 새로운 고객들에겐 무의미한 데이터다) 이론적 연구 결과를 팔고 있었다. 실험실에서 연구를 해보니까 이렇게 하면 좋아진다 "더라". 그리고 대부분의 내용은 '방식'에 대한 설명이었다. 일반적으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할 때 가장 깊게 고민해야 하고, 오래 다뤄야 하는 내용은 그 상품이 주는 '편익'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 편익을 다룬 부분은 제한적인 상황에만 적용가능한 연구 결과뿐이었다. 차지하고 있는 분량조차 아주 작았다. 그런데 사람들이 사고 있었다.


산업 자체에 대한 의문을 품고 책을 다시 한 번 읽었다. 이번에는 이들이 팔고자 하는 상품의 실효성, 직원을 평가하여 퍼포먼스를 올릴 수 있다는 주장의 효용성에 집중하며 읽었다. 구성원의 성과를 평가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한 "객관적"인 피드백으로 구성원을 성장시키고, 궁극적으로는 회사의 퍼포먼스를 성장시킨다는 게 상품의 골자였다. 평가 방식과 평가 활용법을 읽으면서 내내 든 생각은 "나라면 이런 평가 방식을 납득할 수 있을까?"와 "과정을 포함하지 않는 성과가 과연 객관적인 성과 평가 방식인가"였다. 요즘 MZ라고 불리는 세대들이 나보다 나을 게 없다고 느끼는 상사나 조직이 내리는 평가를 잠잠히 듣고 이들이 주는 피드백을 금과옥조로 여기며 그 피드백만을 따라 성장하려 노력할까? 아니면 나에 대해서 아는 것이라곤 회의할 때 잠깐, 밥 먹으며 잠깐 이야기한 정보 뿐인 사람들이 나에 대한 "객관적"평가랍시고 등급을 들이미는 것에 환멸감을 느끼고 자존심도 상하지만 회사가 하는 활동이니까 대충 맞춰주고 납득하는 척을 한 뒤에 집에 가서는 해소되지 않는 께름칙함에 블라인드를 열어 되지도 않는 평가를 하고 있다며 회사에 대한 욕을 할까? 구글링을 해보니 직원의 성장에 도움이 되어야 할 기업의 인사평가가 오히려 직원들간의 불신을 조장하고, 소외감이 들게 하고, 자존감을 깎아 먹는 등 성장을 방해하고 있는 현상을 다룬 기사를 아주 쉽게 그리고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카카오 인사 평가에 관한 부정적 기사


겉으로 드러난 것만 보고 남을 평가하고, 그 사람의 부족한 부분을 알려주며 성장할 방법을 제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단언컨대 그것은 아주 큰 착각이고 오만이다. 단 한 줄의 아이디어 혹은 코드가 나오는 데 까지 사람들은 수많은 생각을 거친다. 이렇게 했을 때 전체 흐름에 방해되진 않을지, 예상되는 문제는 없는지, 더 나은 방안은 없을지. 그런데 그것을 오로지 결과만을 가지고 평가한다고? 평가를 넘어서 그걸로 그 사람의 부족한 점을 발견하고 더 나아질 수 있는 방향까지 제시한다고? 


결과만으로 남을 평가할 수 없는 것이라면, 조직은 조직원의 성과를 관리하기 위해 혹은 조직원의 성장을 위해 아무것도 해서는 안 되는가? 지금과 같이 형식적인 절차를 위해 비용과 시간 그리고 연극을 요구할 바엔 그게 훨씬 효과적이다. 그럼에도 조직원의 성장에 기여하고 싶다면 할 수 있는 건 조직원이 스스로의 상황을 명확히 바라볼 수 있게 도와주는 것뿐이다. 나를 평가할 수 있는 건 오직 나 자신뿐이다. 그리고 나 자신의 약점을 정확히 알고 그것을 보완할 수 있는 것도 오로지 나뿐이다. 그럼 조직이 해야 할 일은 조직원들이 일에 치여 혹은 방법을 몰라 나를 돌아보지 못하고, 내가 어디에 와 있는지 모를 때 그것을 알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지금 세대는 전과는 다르다. 나조차도 나에 대해 모르는데 남이 나를 설명하면 '그런가?'라는 생각을 갖기보다, '내가 나를 모르는데 네가 날 아세요?'라고 반발심을 갖는다. 스스로를 돌아볼 기회조차 안 줘놓고 평가하고 조언하는 게 딱 이 꼴이다. 그 전에, 자신의 상황을 정확히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러면서 스스로의 부족한 점을 발견하고 상황이 점차 개선되면 그 사람은 좋은 직원이 되므로 그에 맞는 보상을 해주면 된다. 이와 달리 상황이 매번 일정하거나 나빠지는 직원은 그에 맞는 조치를 취하고, 새로운 직원을 뽑아 스스로 나아지려는 노력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면 된다.


앞으로 써내려갈 글은 누군가가 잘못되었음을 질책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더 나은 방향으로 생산적인 논의를 하기 위함이다. 비난과 책임 전가는 내가 지향하는 방향이 아니다. 현재 다가와 있는 일련의 현상은 모든 조직에게 그리고 모든 개인에게 정말 심각한 문제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직시하고 해결책을 찾으려기 보다는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포기하고 무관심으로 회피하려고만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태의 심각성 그리고 해결의 필요성을 알려주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기에 어조에 배어있을 수 있는 공격성을 이해해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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