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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경민 Jan 03. 2023

소비자에 대한 고찰

서비스 제작에 선행되어야 할 것

소비자는 평면적이지 않다.


소비자는 평면적이지 않다. 소비자를 연령대, 성향,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분류하는 것의 중요성은 줄어들고 있다. 지금은 오히려 같은 소비자가 상황에 따라 입체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서비스를 대하는 소비자들에 있어 더 중요한 요소이며 이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소비자는 관여도에 따라 성격이 달라진다. 똑같은 소비자도 이 관여도에 따라 전혀 다른 라이프스타일을 지닌 사람처럼 행동할 수 있다. 관여도는 '내가 얼마나 해당 서비스에 관심이 있는가' 혹은 '내가 해당 서비스에 얼마나 많은 돈과 노력을 지불했는가'에 의해 결정된다. 지금에 와서는 소비자를 세대로 구분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연령대에 의한 차이는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속도와 그에 따른 서비스에 대한 경험의 차이와 관대함 밖에 없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속도는 늦어지며, 이 늦은 속도로 인해 더 많은 서비스를 경험하지 못했고 이것 때문에 기준이 낮은 연령대의 소비자보다는 더 관대하다.)


기존에 서비스를 만들 땐 이 개념을 이해하지 못했기에, 점진적으로 소비자를 관여시키려는 전략을 취했다. 모든 소비자는 단지 라이프스타일로 구분되고, 기본적으로 서비스에는 관심이 없다고 가정했다. 그랬기에 가장 쉽고 간단한 무료 서비스를 제작해 소비자들이 쉽게 접하게 만들고 그 이후에 조금씩 어려운 기능을 추가해 지불을 하도록 만드는 것을 기획했다. 그러나 그건 불가능했다.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만 관여하기로 선택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소비자들은 너무나 많은 서비스의 홍수 속에 어떤 서비스에 자신을 투자할까를 결정했고, 이는 서비스가 얼마나 이해하기 쉽냐 와는 크게 관련이 없었다. 쉽게 들어온 서비스에는 쉽게 나간다. 그만큼만 관여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지금 소비자는 어떠한가?


서비스는 홍수처럼 쏟아지고, 쏟아지는 서비스(너무나 친절하게도 소비자만을 생각하며 만들어진, 그래서 소비자들이 생각할 것이 점점 더 없게 만들어주는)로 인해 소비자들의 눈은 너무나도 빠르게 높아졌다.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무료 메시지'를 내세우며 한국 모바일 세상의 패권을 잡은 카카오톡이나 '간편 송금'을 내세운 토스와 같이 단순한 서비스들이 설 자리는 없어졌다. 새로운 기술의 등장과 함께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생활 방식을 선물하는 건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 가능하다. '메타버스'로 대표되는 새로운 기술 혁명이 오기 전까진 그 어떤 서비스도 카카오톡이나 토스와 같이 단순한 방식으로 성공할 수는 없을 거다.

(물론 스마트폰이라는 큰 기술적 변혁이 수반한 문화의 변화가 아니더라도,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라는 새로운 서비스가 파생한 문화 그리고 그곳에서 파생되는 새로운 니즈라면 아직도 이런 식의 성공은 유효하다. 링크트리의 사례처럼. 혹은 배달의 민족이 새롭게 확장시킨 배달 문화에서 '한집 배달'이라는 새로운 문화 내의 불편함을 해결한 쿠팡이츠의 사례처럼.)


그래서 더더욱 소비자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 홍수같이 쏟아지는 간단한 서비스들 사이에서 그 어떤 편익도 느끼지 못하고, 피로감만 누적되어가는 소비자들이 우리 서비스 앞에 멈춰 서서 귀 기울일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소비자의 관여도를 높이기 위해 제품 시장은 어떻게 했는가?


개인은 직선으로 나아가지만, 인간의 역사는 순환한다. 그래서 언제나 힌트는 있다. 제품시장은 어떠했을까? 처음에는 샴푸라는 제품만 나와도 팔렸다. 비누로 머리를 감지 않는 것이 획기적이었다. 그러다 샴푸를 만들 수 있는 회사가 많아졌다. 샴푸회사는 자신들이 가진 샴푸에 여러 기능들을 넣기 시작했다. 머릿결이 좋아진다거나, 가려움 증상을 완화한다거나, 린스 기능이 한 번에 된다거나.. 샴푸의 종류가 너무 많아지자 소비자들이 무차별하게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자 도브는 샴푸에 스토리를 담기 시작했다. 자신을 아름답다고 생각하지 않는 여성을 위한 샴푸라는 스토리텔링을 시작했다. 도브와 함께 자신이 예쁘다고 생각하고 자존감을 찾으라고 이야기했다. 어차피 샴푸가 주는 기능적 효익이 무차별하다고 생각하고 있던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도브를 선택하기 시작했다.


소비자의 관여도에 집중한 것이다. '샴푸'라는 제품을 넘어 '도브'라는 브랜드를 생각하도록 만들었다. 도브가 전하는 스토리에 충분히 관여한 소비자들은 다른 샴푸를 선택할 이유가 사라졌고 나아가서는 도브를 사야만 할 이유가 생겼다. 결국 문제를 해결한 건 '소비자들이 샴푸를 쓰면서 아직도 불편함을 느끼는 부분은 무엇일까?'가 아니었다. 소비자에 대해서 고민하고 그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해준 것이다. 소비자는 샴푸에 더 이상 부족함을 느끼지 않았다. 그들에게 필요한 건 이 많은 선택지 중에 하나의 제품을 선택해야 할 '이유'였다.


제품 시장에 비추어 볼 때 지금 서비스 시장에 있는 서비스들이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를 유추할 수 있다. 소비자들은 일상에서 심각한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 '이런 게 있으면 좋지 않을까?'의 생각을 하는 수준이지 그것 때문에 현재 일상이 어려운 수준은 아니다. 그렇기에 새롭게 창조되지 않은, 기존에 있는 시장을 공략하려면 소비자가 느낄 관여도를 어떻게 끌어올릴지를 더 많이 고민해야 한다. 소비자들이 우리 서비스에 어떻게 의미 부여하게 만들 것인지가 중요하다.


우리가 만들었던 하비픽커 서비스는 그러지 못했다. 유튜브에 있는 수많은 콘텐츠들 중에 '처음 취미를 갖는 사람들이 하기 쉬운' 수준의 콘텐츠 정리와 큐레이션을 제공했다. 우리는 유튜브에서 3만 개가 넘는 취미 콘텐츠를 일일이 검수해 제공했지만, 소비자들이 보기엔 아직도 자신들이 선택하기엔 너무도 많은 콘텐츠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그리고 그런 서비스에선 어떠한 '의미'도 발견하지 못했다.


서비스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한 인간 본성에 대한 고찰


테드의 진행자가 일론 머스크에게 어떻게 하면 전기차를 만들면서 우주선을 화성으로 쏠 생각을 하며, 솔라시티를 구상하고 LA 시내에서 LAX를 잇는 지하 터널을 생각할 수 있냐고 물었다. 그 질문에 일론머스크는 "인간은 대부분의 활동을 유추에 의존하고 이것은 분명 필요한 활동이지만,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 때만큼은 그래선 안된다고 했다. 유추를 하면 기존에 있는 틀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생각할 때 물리학을 고민하는 것과 같이 계속 왜?라는 질문을 던지며 그 생각의 끝까지 들어가야 한다. 그래야만 좋은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라고 답했다.


2018년도에 녹화된 테드 강의에서 해당 내용을 보고 아직까지 단 한 번도 잊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언제나 근원적인 물음에까지 도달하려고 애쓴다. 소비자에 대한 고민의 끝은 인간이고 인간은 과연 어떤 본성을 지녔는지를 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이런 믿음 아래 벌써 1년이 넘게 우리 서비스를 대하는 사람들의 기저에 깔린 생각을 고민했다. 수많은 철학자의 이론을 살펴보고, 스스로 되물었다. 어렴풋이 그려지는 이미지에 지금 쯤이면 답을 찾았다고 생각해 제목을 적고 한참을 글을 쓰는데 아직 모른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좀 더 고민을 해보려 한다. 고민이라기보다는 지금까지 해온 생각들을 우리 서비스에 접목시켜 정리를 해보려고 한다. 지금 고민하고 있는 서비스를 구체화시킬 쯤엔 논리 정연하게 우리 서비스와 관련된 인간의 본능적 욕구를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면서


마치며


소비자를 특정 분류에 따라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고, 어떻게 하면 우리 서비스에 의미를 느낄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도브는 98%의 여성이 자신이 아름답지 않다고 대답한 것에 집중했고, 이들이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캠페인을 제품과 엮어서 전개했다. 소비자는 진화했고 까다로워졌다. 이 서비스를 왜 써야 하는지가 설득되지 않으면 쓰지 않는다. 이 서비스가 소비자에게 어떤 의미를 지닐 것인지를 반드시 함께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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