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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경민 Feb 28. 2023

세대를 포괄하는 리더의 자질

하나의 명확한 기준

우리는 앞선 논의를 통해 MZ세대가 바라는 것은 결국 정책이나 제도에 대한 ‘이해 가능한 논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사실 이는 MZ세대가 바라는 것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 관계에서 통용되는 덕목이다. 사람은 자신이 지지하는 가치관에 따라 논리를 가지고 어떻게 행동할지를 판단한다.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때 서로의 가치관을 공유하는 것도 그 가치관에 비추어 이 사람은 어떤 논리적 구조로 생각을 하는지 파악하기 위함이다. 자신이 표방하는 가치관이 없어 당장의 편의로만 생각하는 사람을 미숙하다고 여기고, 정치권에서는 가치관이 일관되지 않고 당장의 이익에 따라 흔들리는 사람을 ‘철새’로 부르기도 한다. 반대로 가치관이 명확해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이 세워 둔 가치관에 맞게 일관성 있게 행동하는 사람들을 지혜롭다 말하며 그들을 따른다.


이처럼 일관성이라는 덕목은 관계에 있어 매우 중요하지만, 쉽게 얻어지진 않는다. 상황에 대한 답을 본인에게 끝없이 질문해야 하고, 그 답을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 질문에 대한 답이 스스로에게서 구해지지 않는다면, 그 답을 찾기 위해 다른 사람과의 대화로 생각에 도움을 받거나, 여러 문제를 미리 고민해둔 철학적 관점을 공부해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찾은 외부의 답들을 비교해 자신에게 맞는 관점을 찾는 과정까지 수반되어야 한다.


세대를 포괄하는 리더가 되기 위해선 개인이 아닌 조직 차원에서의 가치관이 필요하다. 명확한 가치관을 가지고, 그 가치관에 기반한 의사소통과 메시지 전달이 필수적이다. 그리고 그 가치관은 조직의 리더그룹이 함께 세워 조직 전체의 기준으로 활용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명확한 조직 운영 철학과 가치관을 보유한 기업은 많지 않아 보인다. 재택근무의 사례를 예로 들어보면, 재택근무를 실시하는 이유와 철회하는 이유를 전달하는 메시지에 깊은 고민이 없었다. 시장 상황이 좋고, 인재 유치가 힘들던 시기에는 ‘직원을 위한 복지’로서 재택근무를 활용했다. 그 당시에는 그게 인재 유치 시장에서 잘 먹혔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재택근무를 시행할 텐데 인재 유치전에 힘이라도 실어보자는 전략이었을 것이다. 이에 잠재 인재들은 재택근무를 복지로 받아들이고 입사를 했다. 하지만 이후 시장이 힘들어지자 재택근무를 철회하는 기업이 생겨났다. 재택근무의 메리트 때문에 입사했던 사람들은 퇴사를 선택했다. 당연한 결과였다. 결과적으로는 재택근무라는 메리트 때문에 입사한 사람들에게 쓴 비용은 모두 매몰비용이 되었다.


하지만, 조직이 당장에 닥친 상황에 대한 임기응변이 아니라 조직 가치관에 기반해 상황을 해결하려 하면서 메시지를 전달했으면 어땠을까? 재택근무를 단발적인 인재 유치를 위한 복지혜택으로 활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조직의 목표는 “업무 효율 극대화를 통한 성과 향상”이다. 재택근무라는 새로운 근무 행태를 도입한다면, 조직 구성원들이 그것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해 업무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처럼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코로나19 유행 상황이 지속된다는 가정 하에서는 대면 근무를 하다가 감염되어 인력이 일주일 단위로 계속 쉬는 것보다 재택근무가 더 효율적일 것이다. 이렇게 조직의 목표를 고려해 결정을 내린 뒤에 조직 구성원들에게도 이러한 조직의 메시지를 전했을 것이다. 이에 더해서, 아직 제대로 도입해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출퇴근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단축해 직원들의 컨디션이 향상되면 업무 성과가 더 향상될 수 있고 그렇게만 된다면 통근보다 더 효율적인 재택근무 방식을 장기적 정책으로 책정할 것이라고 말했을 것이다. 이렇게 했다면, 재택근무를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달랐을 것이다. 집에서 편하게 대충 일해도 되는 ‘혜택’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재택근무의 효율성을 증명해 보인다면 재택근무가 장기적 정책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더 효율적으로 성과를 낼 방법을 스스로 고민했을 것이다. 재택근무 도입을 철회했을 때도 반발심을 갖기보다 실험 결과가 좋지 않았다는 사실을 납득했을 것이다. 그리고 나중에라도 재택근무 제도를 채택하기 위해서 어떤 부분을 개선하면 좋을지 의견을 제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기존 조직들은 그러지 못했고 재택근무 제도 철회에 의한 역풍을 맞고 있다.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어렵지 않다. 조직이 지켜야 할 핵심 가치 몇 가지를 확정해두고 모든 제도와 정책을 그 가치에 비추어 판단하면 된다. 제도를 수립할 때, 그 제도를 수립하는 데 쓰인 “일관된” 가치만 있으면 된다. 그 가치가 있으면 조직 구성원들은 조직의 방향성에 대해 “판단”을 할 수 있다.


세대를 포괄하는 리더는 또한 자신이 미처 고민하지 못했던 문제 상황에서 자기모순에 빠졌을 때 기꺼이 그 모순을 인정하고 조직의 가치관을 공유하고 있는 팀에게 조언을 구해 해결책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사회는 빠르게 변하고 조직은 변화하는 사회에 맞춰가야 한다. 그러면 당연히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을 미리 마련해둘 수 없을 것이고, 어떤 순간에는 리더가 조직의 가치와 모순되는 답을 내릴 수도 있다. 하지만 틀리는 것 자체는 조직 문화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틀린 것을 발견했을 때의 대처 방법이 조직 문화에 영향을 미친다. 혼자서 답을 내리기 어려운 문제나, 잘못된 답을 내린 문제에 대해서는 ‘같이’ 답을 찾아 나가야 한다 


스티브 잡스 역시 그러했다. 사람들은 잡스 인생의 단면만을 보고 그를 소시오패스 정도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지만, 잡스의 전기를 읽고, 주변 동료들이 말하는 사례를 들어보면 왜 많은 사람들이 성격이 좋지 않았던 잡스 옆에 머무르며 함께 했는지를 알 수 있다. 잡스의 모든 정책에는 일관성이 있었다. 잡스는 애플을 시작하기 전 불교에 심취해 일본으로 넘어가 코분치노 선사에게  승려가 되고 싶다고 말했을 정도로 불교 철학을 심도 있게 탐구했다. 그리고 이렇게 탐구한 철학은 그의 경영 철학의 기반이 되었다. 잡스는 분명 괴랄한 면이 있었으나, 그 누구보다 일관성 있는 사람이었다. 인재들은 그의 괴랄함보다 일관된 철학에 더 높은 가치를 두었고 그와 함께 세계 최고의 기업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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