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 경민 Feb 28. 2023

말과 행동의 기저에 있는 철학적 고민의 필요성

글로벌 선도 기업이 되기 위한 필수 조건

데이터의 소유권 문제가 불거지자 유럽연합은 데이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토론을 진행했다. 토론의 골자는 ‘현재의 데이터 문제를 어떻게 “시민 혁명” 정신에 입각해서 해결해 낼 수 있을 것인가’ 였다. 이 논의를 통해 유럽연합은 GDPR (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 개인정보보호 규정)을 비롯한 일련의 개인정보 보호 법률을 도입했다.


유럽은 이러한 논의를 1995년부터 시작했다. 시민 혁명 정신에 입각해 앞으로 예상될 데이터 문제에 대한 개인정보 보호 법률을 도입하고 이를 Mydex, 오픈뱅킹 등과 같은 개인정보 관리 서비스 및 데이터 이용과 관련된 산업계에 대한 논의로 확대했다. 이러한 논의와 그 결과는 데이터 문제와 관련한 개인정보 보호 법률과 제도의 초석이 되어, 다른 나라들도 자신들만의 법률과 제도를 만들 때 이를 참고했다.


유럽의 시민 혁명 정신이라는 뿌리 깊은 철학은 아직까지도 사회 문제를 문제 해결의 근거를 마련하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단순한 사회적 합의의 수준에 그치지 않고 논의의 수준이 산업계 전반으로 확장되어 전세계의 표준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와 같이 산업의 질서를 만든다는 것은 그 산업을 주도하는 위치에 있음을 의미한다. 이렇게 산업을 이끄는 쪽이 있다면, 앞서 나간 선두 주자의 뒤를 좇아 그대로 따라하기 급급한 후발 주자도 존재한다. 현재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후자에 가깝다.


피터 틸과 알렉스 카프가 운영하고 있는 빅데이터 분석 전문 회사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는 창업 후 3년간 수익도 없이 영업도 하지 않았고, 투자 유치도 하지 않았다. 그 3년 동안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의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짜고 사상의 토대를 완성했다. 그리고 이때 세운 철학에 입각해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팔란티어는 세 가지 측면에서 다른 기업들과 다른 조직 운영 방침을 채택하고 있다.


첫 번째는 신입 채용 비율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3년 동안 준비한 철학적 바탕을 가지고 신입을 교육하며 회사를 키우고 있다. 짧은 시간 고민한 수준 낮은 철학이 아니기에 어떻게 교육을 해야 할지도, 그 교육에 얼만큼의 시간이 걸릴지도, 어떤 사람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해야 할지도 명확하다. ‘성과 = 시간 + 방법’의 등식에서 방법이 명확하고 얼만큼의 시간이 걸릴지도 알고 있기 때문에 채용에 있어 다른 회사와 경쟁할 일도, 불필요한 비용을 지출할 일도 없다. 팔란티어는 다른 조직에서 쌓아 온 편견을 없애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을 가진 신입들을 중심으로 효율적으로 조직을 구축하고 있다.


두 번째는 일부 경영진이 아닌 모든 직원들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월가에서는 이를 두고 스톡옵션을 남발한다고 평가하기도 하지만, 피터 틸의 말처럼 모든 직원을 한 배에 태우기 위한 가장 좋은 수단으로 스톡옵션을 신입 수준의 직원에게도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모두가 승자가 되는 세상을 만들자”는 팔란티어의 조직 철학과도 부합하는 내용으로 조직원은 단순히 고객을 위한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승자로 만들면 고객과 세상도 승자로 만들 수 있다는 믿음 아래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


마지막은 대표인 알렉스 카프가 직접 전 직원에게 팔란티어의 철학과 그 철학에 기반한 회사의 방향성에 대해 교육한다는 것이다. 회사의 철학을 자식만의 관점으로 재해석한 관리자들이 부분적으로 철학을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그 철학을 세운 대표가 직접 철학을 공유한다. 이를 바탕으로 전사 직원들은 오해 없이 회사의 철학을 전달받고, 전달받은 철학을 기반으로 조직 문화를 구축해가고 있다.


이런 주류와는 다른 조직 운영 방침 속에 운영되는 팔란티어는 최근 월가의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내며 이러한 방식이 옳았음을 증명해가고 있다. 기업을 바라보는 시선에서는 팔란티어를 향한 의심의 눈초리가 계속되고 있지만 조직 철학의 관점에서 바라본 팔란티어는 다른 조직에서 갖지 못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 경쟁력은 비교 불가능한 성과를 창출할 것이라 확신한다. 항상 한 발 늦는 경영학이라는 학문이 팔란티어의 눈부신 성공 뒤에 부랴부랴 이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논문을 발표할 것이다. 그리고 이때쯤에는 다른 기업들이 이들을 따라가기엔 너무 늦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비약적으로 성장하는 기술을 인간의 정신적 성숙이 따라갈 수 없는 세상이 왔다. 기술의 발전보다 기술의 활용에 대한 인문학적 논의가 더 어렵고 중요해지는 세상이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질문은 단순히 사회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이 사회를 지탱하는 기업과 개인에게도 어김없이 적용될 것이다. 지금까지는 모방과 흉내가 가능했다. 인간의 정신적 성숙이 기술의 발전보다 앞서 있었기에 당면하는 문제가 그리 어렵지 않았고, 유사한 사례를 남들이 풀어놓은 방식을 따라하기만 하면 대부분 해결되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그럴 수 없을 것이다. 당면할 문제는 산업과 환경, 상황에 따라 너무나 달라질 것이고, 사회와 개인의 질문에 답을 할 수 없는 조직은 도태될 것이다. 우리가 너무나 오랫동안 미뤄온 철학적 수준의 논의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지경까지 왔다. 우리는 미약하지만 이 글과 타임콜라보라는 서비스로 이러한 철학적 논의의 시발점이 되고자 한다. 우리의 글과 서비스를 계기로 우리나라가 철학적 질문을 가장 먼저 던지고, 가장 먼저 논의하고 또 합의점을 찾는 나라가 되었으면 한다. 뒤늦게 다른 나라의 철학적 질문과 합의를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이전글 세대를 넘어 근본적 원인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