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개 Jul 06. 2021

직장인의 진짜 커피

당신은 진짜 커피를 즐기고 있나요?



하루에 한잔은 기본, 스트레스받는 일이 있거나 업무 미팅이라도 있는 날엔 두 잔은 너끈히 마시게 되는 커피. 카페인에 취약한 위를 가진 관계로 오전 커피는 무척 힘들게 지양하고 있지만 점심 식사 후에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을 들이켜지 않으면 오후 업무를 맑은 정신으로 해낼 수가 없는 편이다. 오전 시간을 보내며 이미 꺼지고 만 불씨를 커피 한잔으로 기어코 살려내야 한다. 이쯤이면 커피는 마시는 게 아니라 수혈받는 거다. 살기 위해서? 아니 일하기 위해서!


모니터 앞 커피는 국룰 (@unsplash)



그런 의미에서 회사 인근 카페 사장님들께는 무척 죄송한 말씀이지만. 나는 회사에 출근한 평일, 점심 식사 후 마시는 커피를 ‘가짜 커피’라 칭한다. 커피는 커피인데 왜 진짜 커피가 아니냐 하면 첫째로 향이나 맛, 카페의 분위기 어느 것 하나 즐기지 못하기에 그렇고 둘째는 마시는 행위의 목적이 ‘일’ ‘회사’에 있기 때문이다. 혀끝에 맴도는 달콤 쌉싸레한 에스프레소의 맛이나 후각을 순식간에 장악해버리는 원두향 같은 건 느낄 새도 없다. 그저 목을 타고 넘어가는 커피는 나른해지는 뇌를 카페인으로 범벅해 강제 활력을 주입시킬 뿐이다. 그러니까 커피는 커피고 커피가 아닌 것은 아니오나, 그걸 커피라고 하기에는 내 마음이 조금 속상한 커피. (개떡같이 말하는 것 같지만 찰떡같이 알아차리는 이가 있겠지?!)

점심시간마다, 나와 동료들은 회사 근방에 존재하는 저렴하지만 마실만한 커피를 파는 카페 몇 곳을 즐겨찾기 해두고 날에 따라 바꿔가며 방문하고 있다. 이 카페들은 대개 회사에서 빠른 걸음으로 10분 내외 거리에 있고 아메리카노 기준, 1500원에서 2500원 사이의 가격이 형성되어 있다. 맛은 크게 다르지 않다. 특별히 맛있지도 않고 어지간히 맛없지도 않은 그게 그거인 맛. 그래도 회사가 밀집한 상권인지라 이 가격에 마실 수 있음에 매일 감사하고 있다. 덕분에 오늘도 때려치우지 않고 일하고 있습니다. 



그럼 진짜 커피는 뭐냐고? 


사랑해 마지않는 진짜 커피를 즐기는 시간



답은 쉽다. 일하지 않는 날, 원하는 분위기의 카페에서, 시간에 쫓기지 않고 ‘마시는’ 것이 아닌 ‘즐기는’ 커피. 커피 맛이야 취향에 따라 충분히 갈릴 수 있고 내가 커피를 좋아한다고 해서 절대 미각으로 품평할 수준도 아니기 때문에, 이것으로 ‘진짜’와 ‘가짜’ 커피를 나눌 수는 없다. 그저 마시는 행위에 집중하는 것이 아닌 즐길 수만 있다면야. 더할 나위 없으니까!


진짜 커피는 대할 때의 나는 자세부터 다르다. 가고 싶은 카페를 충분히 서치하고 결정했다면 거리는 문제 되지 않는다. 차로 1시간 거리도 기꺼이 찾아간다. 가격도 그렇다. 다시 일하러 들어가야 할 땐 4천 원짜리 아메리카노도 사치처럼 느껴지지만 애정 하는 분위기에 머물고 내 취향에 맞는 향과 맛을 머금을 수 있게 해주는 커피에는 만원도 아깝지가 않다. (안 비싸다는 건 아니고) 

이게 바로 진짜 커피를 대하는 나의 자세!

세상 단순한 나는 볕 좋은 주말, 햇살 받으며 마시는 진짜 커피 한 잔이면 평일 업무의 고단함 같은 건 다 날려 보낼 수 있으니까!  

나는 한잔의 진짜 커피를 마시기 위해, 오늘도 가짜 커피로 무기력해지는 뇌를 달래 가며 돈을 번다.  



이 순간, 가장 부러운 사람은 가짜 커피를 모르고 늘 진짜 커피만 즐기는 사람!  

있을까? 있겠지? 진심으로 부럽다. 



매거진의 이전글 왜 아이 안 낳는지 안 물어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