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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욱근 Mar 23. 2020

정상 체중이란 무엇인가

수업을 마친 현서가 매점으로 향했다. 스터디를 시작하기 전 저녁을 먹기 위해서 였다. 컵라면 선반 앞에 선 현서가 흠칫 놀라며 팔을 뻗었다. 새로 나온 컵라면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현서에게 신상 컵라면은 혁명 같은 존재였다.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라는 물음에 ‘엄빠’ 라는 참신한 해답을 찾은 기분이랄까. 현서가 가장 좋아하는 짜장 라면과 불닭 라면을 섞어 놓은 맛의 컵라면이었다. 그런데 현서가 대뜸 컵라면 용기를 요리 조리 돌려 댔다. 컵라면 용기를 뚫어져라 바라보더니 다시 제자리에 내려 놓는다. 그리곤 평소 먹던 컵라면을 집어 들고 계산대로 향했다. 이름은 컵누들. 120칼로리였다. 
 

비정상이 되길 바라는 이는 아무도 없다. 그런데 스스로를 비정상의 범주로 치부하는 분야가 하나 있다. 바로 체중이다. 현서는 컵누들과 함께 닭 가슴살 도시락을 먹었다. 연신 퍽퍽하다고 하소연을 늘어놓으면서 닭 가슴살을 꾸역꾸역 입에 넣고 있었다. 그 모습이 안쓰러운지 옆에 있던 민수가 왜 그걸 먹느냐 물었다. “나 다이어트 중이야.” 민수는 네가 뺄 살이 어딨냐고 다시 물었다. “안보일 뿐이지 옷으로 감춰 둔거야” 그러자 민수가 먹고 있는 김밥을 내려 놓으며 말했다. “아… 나도 다이어트 해야 하는데” 우리 주변에 자신을 정상 체중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없는 듯하다. 


정상 체중을 향한 우리의 여정은 중심 없는 과녁판이다. 양궁 선수는 과녁판의 중심을 향해 화살을 당긴다. 화살이 허공을 가로질러 10point의 작은 원에 꽂힐 때 선수는 만족의 미소를 짓는다. 하지만 체중계엔 기준이 없다. 숫자만 적혀 있을 뿐 정상 범위가 표시 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범주에 속해 있는지 알 수 없다. 원이 그려지지 않은 과녁판, 10점을 맞추고도 10점을 맞추려 애쓰는 것이다. 


우리가 만족하는 정상 범위가 혹시 비정상적인 수치는 아닐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눈 앞에 보여지는 수치만 쫓아 가선 안된다는 것이다. 양궁 선수의 조준은 언제나 10점을 향하지 않는다. 9점, 8점을 향해 쏠 때도 있다. 그날의 날씨와 바람, 개인 컨디션을 고려한 것이다. 우리도 50kg라는 숫자만 쫓아가면 안된다. 개인의 신장, 체질 그리고 행복과 같은 보이지 않는 조건도 함께 고려할 때 비로소 우리는 10 point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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