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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에 대한 어떤 것(9/16)

짧게 

할매와 산책했다. 할매를 휠체어에 태우고 밖으로 나갔는데, 생각해보니 할매가 앉은 휠체어를 모는 것은 처음이었다. 바람은 약간 차가웠지만, 햇살은 매우 따가웠다. 할매는 춥다고 했다. 30분이 되기 전에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광주에 내려온 이후 처음으로 엄마와 통화를 했다. 할매는 가끔 뜬금없이 엄마를 찾는데(주로 잘 있는지), 그때마다 나는 "엄만 일하느라 바빠"라고 대답한다. 광주에 있을 시간의 절반이 지나가면서 어쩐지 초조해졌다. 이제야 겨우 초조해진 것이다. 


요양원을 나서려고 하는데, 할매가 "가냐"라고 물었다. 나는 "응, 왜 가지 말까?"라고 말했다. 할매는 "오고 싶으면 오는 것이고, 가고 잡으면 가는 것이제"라고 말했다.  


책을 읽는 시간이 많아졌다. 일주일에 한 권 정도를 보고, 광주에 내려올 땐 마음먹고 책을 가져왔기에 이틀 혹은 사흘 정도면 한 권을 본다. 책의 내용 중 마음에 드는 내용 혹은 써먹을 내용을 따로 적어 놓는다. 하지만 아직 할매에 대한 많은 것들(주름과 썩은니, 부드러운 머리칼과 웃는 얼굴 등)에 대한 나의 마음을 표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표현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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