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기억
보통 때 할매와의 대화는 아주 느리다. 질문을 들은 할매는 그 질문을 이해해야 하고, 성치 않은 발음으로 말을 해야 하니 말은 짧아도 그 말을 하는데 배의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그것이 별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요양원의 시간은 바깥보다 조금 느리고, 시간은 많으니까.
그리고 어제, 할매는 내내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내가 자신의 딸인지 물었고, 이름이 무엇인지 물었다. 나는 몇 번이나 엄마의 이름과 내 이름과 내가 손녀라는 것을 말했지만, 할매는 끝까지 내가 누군지 몰랐다. 그래도 어쨌든 자신에게 말을 거는 내가 할매의 핏줄이라는 것은 알았다. 그래서 할매는 다섯 번도 넘게 "밥 먹었냐"라고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