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첫 졸업식을 보며
우리는 지극히 평범하지만, 서로에게 특별하다.
<지난 겨울 졸업시즌에 작은 커뮤니티에 올린 글을 퇴고를 거쳐 이곳에 올립니다. 브런치 작가에 합격시켜준 소중한 글입니다.>
나와 아내에게 찾아온 첫 아이의 어린이집 졸업식이 있었다.
부모님들을 초청하는 대면 졸업식을 오랜만에 하는 거라고 했다. 코로나가 정말 거의 다 끝나가는구나 하고 느꼈다.
우리 아들, 딸에겐 지금 어린이집이 세 번째 어린이집이었다.
첫째인 아들은 배밀이하던 시기에 동생이 엄마 뱃속에 찾아오는 바람에..돌도 안되어서 어린이집을 보냈는데, 이런저런 사정으로 어린이집을 옮겨 다니다가 코로나 대유행이 시작한 직후부터 지금 어린이집을 다니게 되었다
수년 째 아이들을 등원시킨 어린이집이었는데, 그동안 코로나 때문에 내부에 들어가지 못했다가, 졸업식 때가 되어서야 처음으로 내부 구경을 할 수 있었다.
어린이집은 난방이 잘 되어서 무척 따뜻했고,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참 깨끗했다.
벌써 앞니 두 개가 빠져버린 아들은, 사회를 보던 원감선생님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졸업복과 졸업모를 쓴 모습으로 쑥스러운 듯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우리가 앉아있는 곳을 향해 꾸벅 인사를 했다.
여러 세리머니들이 지난 후, 졸업 공연 순서가 되었다. 신나는 노래 1곡, 귀여운 노래 1곡이 끝난 후 '엄마의 나무'라는 노래를 아이들이 부르자, 옆에 앉아있던 아내가 눈물을 보였다.
노래를 부르던 아들은 당황한 얼굴로 소리는 내지 못하고 입모양으로만 '엄마 울지 마'라고 말했다.
아이가 참 많이 컸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쑥스럽지만 혼전임신이라 아이가 찾아온 것이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다. 아내를 만나고 서로 뭐가 그렇게 좋았는지, 우리 하루빨리 결혼하고 싶다며 그다지 피임에도 신경 쓰지 않았었다.
그래도 정말 아이가 찾아오니, 부모가 된다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직장도 있었고, 어떻게든 살아나갈 자신도 있었지만, 내가 한 생명을, 인격체를 책임지고 키워나갈 수 있는지, 이를 위해 나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지, 확신이 서질 않았었다.
바로 결혼을 하고, 몇 달 지나지 않아 신기함과 기대 반, 두려움 반으로 아이를 맞았다. 아내는 밤잠을 설쳐가며 갓난아기를 키웠다. 나도 아이를 안고 참 많은 시간을 보냈다.
남들보다 많이 늦은 시기에 걸음마를 떼었고, 엄마아빠를 불렀고, 기저귀를 뗐다. 아이 덕분에 많이 웃었다. 준중형 국산 승용차를 타고, 서해로, 남해로, 산으로 곳곳을 다녔다.
그 사이 둘째도 태어났고, 두 배가 아닌 네 배로 정신없고 힘들었지만, 아내의 희생과 배려로 아이들은 잘 커나갔다. 연애기간이 짧았던 아내와는 아이들을 키워가면서 서로를 더 알아갔고, 뜨거운 열정이 식어가는 대신 서로 믿고 의지하는 마음은 깊어졌다.
그렇게 우리에게 찾아와서 우리 부부와 함께 자라온 아이가, 우리 앞에서 졸업 공연이라고 노래를 부르고 있다.
'내 등 뒤에 있는지 내 맘속에 들어오는지 늘 나만 바라보고 내 맘 알고 있네요
늘 바람만 불어도 날 품에 꼭 안아주네요
어디서라도 내 천사처럼 나를 지켜준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죠 손으로 만질 수 없
아무리 귀 기울여도 들을 수는 없지만
나는 알고 있어요 언제나 내 곁에 그 사랑이 있어
난 항상 행복한 거죠. 엄마.'
< 동요 '엄마의 나무' 중 , (아티스트 7공주)>
직장생활에 허덕이면서 힘들어하는 아내에게 내 월급도 너무 뻔한지라 자신 있게 '내가 책임질게! 힘들면 그만둬!'라고 얘기하지 못했다.
가끔 잘 나가는 친구들이 영어 유치원이 어떠네, 국제학교가 어떠네 하면서 "너는 아이 국제학교 안 보내?" 할 때, "어 나는 그냥 집 앞에 공립..."이라고 말하면서, 내가 아내에게 좋은 남편이, 아이들에게 훌륭한 아빠가 되어주지 못하고 있나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그런데 아이의 노래를 들으면서, 내가 아이를 위해 어떤 아빠가 되고자 했는지, 다시 한번 새길 수 있었다.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 아이를 존중하고 믿어주는 것, 그리고 아이의 곁에 있어주는 것.
아내의 눈물이 아이를 이만큼이나 키워낸 것에 대한 감격스러움으로부터 나온 건지, 노래 가사를 듣고 마음이 뭉클해서 나온 건지, 굳이 묻지는 않았지만
뻥긋뻥긋 노래 부르며 율동을 맞게 하고 있는지 계속 옆을 흘긋거리다가, 엄마가 우는 모습을 보고 같이 눈물이 핑 돌면서 울지 말라고 속삭이는 아이를 보니,
나는 아이들 덕분에, 우리 가족 덕분에 참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키우는 것은, 희생이 아니라 나의 행복을 누리는 과정이다.
앞으로도 주택담보대출 이자에 허덕이고, 평범한 차를 타고 평범한 옷을 입고, 아이들도 평범한 학교에 다니겠지만,
우리 가족에게 서로는 매우 특별하고, 가장 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