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하니 유물들을 보고 있으면 시야 안으로 들어오는 네모나고 까만 물체가 있다. 스마트폰. 아이, 어른 할 거 없이 모두가 유물 가까이 휴대폰을 대고 촬영을 시작한다. 그중 어떤 아이는 무릎을 꿇고 다양한 각도로 촬영하기도 한다. 꿈이 사진작가일까? 어르신들 중 몇 분은 사진만 후딱 찍고 전시에는 별 관심을 두지 않으시는 분도 계신다. 그저 촬영하는 행위 그 자체가 취미이신가, 그 행위가 행복을 주는 것일까? 유물이 좋아서 휴대폰에 남기든, 촬영 자체가 좋든 무엇이든 간에 전시를 모두 보고서는 새로운 영향이 불어오기를 바랐다.
촬영 방법과 나이의 관계
어르신과 그 외 나이대들의 촬영방법은 달랐다. 닿지 않는 곳은 가까이서 찍어야 한다. 그럴 때, 어르신들은 팔을 쭉 뻗어 유물 가까이 카메라를 댄다. 반면, 그 외의 나이대는 그 자리에 서서 각도를 맞추고 두 손가락으로 화면을 당긴다. 스마트폰의 기능 사용이 어설픈 것일 수도 있지만, 화질 저하를 막기 위함일 수도 있을 것 같다.
AI와 인간
관람객들이 촬영을 할 때 스태프들은 그 화면에 눈을 뗄 수가 없다. 저작권을 이유로 동영상 촬영을 제지해야 하기 때문. 그렇게 뚫어져라 쳐다본 화면에서 달라지는 시대를 보았다. 유물에 카메라를 대자마자 스마트폰은 알아서 유물을 정중앙에 놓을 수 있도록 최상의 수평과 구도를 제시한다. 이제 막 초등학교에서 선배 노릇 시작한 저학년들의 휴대폰에서도 보인다. '완벽한' 무언가는 이제 그 누구도, AI도 만들어 낼 수 있겠다 싶었고, 그럴 때 인간은 인간의 감성을 지켜야겠다는 과제를 찾게 되었다. 모두가 황금비율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나는 일부러 그 구도를 깨뜨리거나, '나'만의 시선과 분위기를 넣으면 획일적인 사진들 속 살아남을 수 있겠지? '나'만의 무기는 더더욱 중요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