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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a Mar 18. 2024

약샤-1

가만히 사람들을 지켜보는 NPC


약샤란?

풍요로운 자연의 남인도에서 자연의 정령을 약샤(남성), 약시(여성)라고 부른다.



전시 공간.

약샤, 약시 유물과 함께 위로는 빔프로젝트에서 동전이 쏟아지고, 그 후 꽃들이 만개하는 영상이 반복재생된다.


'동전을 쏟아내는 연꽃 모자를 쓴 약샤' 앞 사람들은 나이가 증발된다. 쏟아지는 동전 위로 손을 올려 한가득 잡으려 하거나, 어디서 떨어지는지 동전의 위치를 향해 바라본다. 아이 어르신할 거 없이 비슷한 순간 속에 놓인다. 심지어 스님까지!




작품과 공간의 중요도.

덩그러니 작품만 있을 때와 다르게 가벽과 작품의 색 조합. 벽면에 설치했는지 혹은 다각도로 볼 수 있도록 했는지 그리고 조명은 어떤 것이며 미디어가 함께 하는지에 따라서. 관람객의 관람 시간과 관심에도 영향을 끼쳤다. 이때 미디어 아트가 작품을 더 다채롭게 보도록 했으며, 작품을 다각도로 볼 수 있게 했을 때 반응이 더 좋고, 관람시간도 증가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미술알못은 전시 스태프로 일하며, 숨겨진 디테일들에 감탄하고, 영상전공인 학생으로서 미디어의 새로운 역할도 배운다.




가만히 사람들을 지켜보는 일.

초반에는 힘겨웠다. 아무것도 할 수 없으며, 말도 걸 수 없고, 말을 걸어도 '안됩니다'라는 부정어밖에 전달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관람객에게 나는 그저 딴지 거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가끔 박물관도 '사람'사는 공간이라고 느끼게 해주는 분들이 계셨다.


지팡이를 짚으신 할머님.

할아버님과 함께 오셨다. 서로 팔짱을 꼭 끼고 작품 하나하나 유심히 관찰하시다 다리가 불편하셨는지, 앉을 곳을 물어보셔서 스태프 의자에 앉혀드렸다. 몇 분 쉬시다가 다가오셔서는,

"학생이에요? 어디 학교?" 나에 대해 물으시다가는 곧 "우리 아들이 이번에~" 나는 할머님의 가족사를 듣게 되었다. 로스쿨 졸업해 변호사인 큰아들, 유명한 인서울 공대생 작은 아들, 홍대 미대 간 막내까지. 훌륭한 직업을 가지셨던 할아버님과 이대 나오신 할머님. 나는 귀를 기울여 들었고 반응했다.

지루한 업무 중 작은 이벤트라는 생각에. 누구는 TMI라고 무시할 이야기, 그러나 어르신의 상황이 그려졌다. 자녀들은 독립해 집에서 나가 자신의 삶을 시작하고, 그렇게 생긴 집의 적막함. 세월은 흘러 외적인 모습은 변했고, 주변의 상황도 사람도 변했다. 서서히 사라져 가는 주변 모습에 나라는 존재를 남기고 싶지 않으셨을까?


한 몸이 된 커플.

정말 정말 도대체 왜? 이곳까지 와서? 싶은 커플들을 많이 보면서 참 별일 다 있구나 싶다. 사람 많고, 아이들과 어르신들도 많은 이곳에서 둘 만의 세상을 만들어 너는 나, 나는 너의 포옹을 하며 다니는 커플... 민망함은 스태프의 몫... 헤어지지나 말길 바란다.


열정적 사진작가 남자아이.

혼자서 전시장을 돌아다닌다. 두 손에는 휴대폰 꼭 쥐고서 작품을 훑어보다가 찰칵. 자신의 눈높이에 있는 작품 앞에서는 한쪽 무릎을 꿇고 찰칵. 나중에 어떤 사람이 되어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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