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10 am 09:21
하늘이 밝아진다.
몰래 온 손님 같던 내 주변에도 관광객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
카페에서 나와 밝아진 거리를 걷는다.
클래식한 건물들이 커다랗게 줄지어있고, 그 옆으로 현대적인 옷차림의 사람들과 트램이 지나간다.
오늘의 계획은?
헬싱키 관광지 최대한 많이 돌기.
안 가면 섭섭할 곳들이니까.
가장 먼저 여는 우스펜스키 성당으로 간다.
성당 앞 신호등. 핀란드의 신호등은 버튼을 누르라고 배웠다.
이게 맞나? 싶을 때 먼저 누르던 핀란드 사람. 아무것도 모르는 나는 그들의 행동을 통해 이 나라를 배우는 5살 난 아이 같았다. 모든 게 무지이면서 흥미로운 호기심인 상태.
아주아주 무거운 문을 열고 들어가면
조용한 공간에 이른다.
생애 처음 보는 성당, 하늘로 치솟은 천정을 바라보며 그 위에 색칠된 금빛 조각들이 눈을 밝힌다.
경건해지는 마음으로 보고 있는 데
옆에서 들리는 속삭이는 소리.
직원이다.
키가 크고 머리를 길게 늘어뜨려 놓은.
더욱 경건해지는 마음.
충분히 관람하고 성당 뒷마당으로 향했을 때,
새삼 유럽에 왔다는 게 실감된다.
하늘은 칙칙해도 건물들은 형형색색 밝다.
피가 마른 듯 하얗고 퍼렇고 잿빛인 거리가 아니라 각각의 빛들이 온기를 보여주는 거리였다.
슬슬 점심 때가 되어 잠시 쉬며 허기를 채우러 올드마켓홀로 갈 예정.
뒤를 돌아 계단으로 내려가던 찰나
부츠 안 오른쪽 발가락이 혼자서 꼬부라졌다.
쥐가 났다.
머릿 속에는 오늘 여행이 엉망이 될까 걱정만 앞섰다.
첫 날, 가장 많은 것들을 해보고 싶었고,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서둘러 계단에 발을 대고 스트레칭해 잠시 펴고서 우스펜스키 성당을 나왔다.
올드마켓홀.
한국인들 사이 가장 유명한 '수프앤모어'에 갔으나 오늘은 크림연어수프가 없다고.
그러나 직원은 바로 앞 카페를 추천해주었다.
곧장 그 카페에 가서 주문.
연어수프 하나 시켜 기다리는 중에,
여기 참새는 '살몬수프' 단어를 배웠나
내 옆에 어느새 어슬렁 거리는 한 마리.
수프가 나왔고, 맛은,
꽁치찌개?
익숙한 생선국, 그러나 칼칼한 맛이 없는.
완전 이색적이지 않아 오히려 입맛에 맞는다.
수프를 한 숟갈씩 먹고 있으면
양 옆으로 뚫린 가게 안 사람들이 보인다.
동양인 관광객들이 하나 둘 보이고,
핀란드 현지인들도 지나다닌다.
내 왼쪽에는
혼자 온 어르신이 오픈샌드위치를 드시고 계셨고,
그 앞에는 예쁜 노부부께서 신문지 하나를 크게 펼치고서 둘이 꼭 붙어 보고 계셨다.
오른쪽에는 상인과 상인들의 대화.
여기 사람들이 여유롭다.
북적북적 붐비는 시장이 아니라, 저마다의 오손도손한 이야기가 오고가는 그런 시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