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10 am 08:22
랜딩
비행기의 바퀴가 땅에 닿는다.
'FINLAND' 단어가 반짝인다.
왔다.
와버렸다.
진짜.
그동안 말로만 되뇌던 '핀란드'.
짐을 챙겨 사람들 따라 흐르는 물처럼 최대한 어색하지 않게 이동한다.
난생처음인 것들을 척척 해내며 로망이었던 유럽 카페로 제일 먼저 향했다.
아직 새벽, 어두운 거리,
그러나 도시는 깨어있었다.
한국과 다른 건물들, 커다랗고 거대한 건물들은 밋밋하고 차가운 빌딩뿐인 한국의 도시와 달랐다.
낯선 느낌. 이방인 같은 느낌이 온몸을 뒤덮고 걷는 것조차 어색하다.
그러나 티 내지 않으려고, 한국에서 처럼 익숙하게 카페로 향한다.
칼파제르 카페.
"Can I get one chai latte and 꼬르빠뿌스띠(시나몬롤)?"
노란 머리의 예쁜 언니가 주문을 받아준다.
얼떨떨하게 주문을 성공하고서 메뉴를 받고 자리로.
시나몬롤과 차이 라테.
기다렸던 메뉴들, 기대를 넘는 맛.
첫 로망이 이루어진 순간이었다.
영어로 주문을 하고,
낯선 곳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
그러나 카페에 있는 동안 편하지는 않았다.
혹시라도 내가 잘 못하는 행동은 없을까? 남들이 나를 이상하게 보지는 않을까?
실은 공항에서부터 한국인들은 전부 가족 혹은 친구랑 여행을 가던 모습을 많이 봤다. 솔직히 말해 외로움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그래, 어색하고 외로운 기분으로 노트를 펼쳐 지금 기분을 적는다.
옆에는 아침 일찍 대화 중이신 핀란드 할아버지들이 계셨다. 그 뒤에는 혼자 온 줄 알았으나 친구를 기다리고 있던 핀란드 사람. 시나몬롤과 차이 라테를 한 입씩 먹고 있으니 여행객들도 하나 둘 왔다 간다. 한국인 부부, 일본인 커플.
혼자를 즐거워했던 나는 그 순간만큼은 혼자인 게 틀린 상태처럼 느껴졌다. 여전히 남들의 시선에 자유롭지 못했고, 그러나 맛있던 차이라테랑 시나몬롤을 체크리스트 하나 지우듯 해치웠다.
이런저런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여행이 이게 맞는 걸까?
엄청 엄청 신날 줄 알았다.
가슴이 두근대고 놀이공원에 온 듯 신나고.
내가 무뎌진 걸까, 나이를 먹어 정신이 늙어가는 걸까.
그저 해야 할 일을 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