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10 am 02:58
비행기에 탔다.
창가자리, 드나들기 불편함 없는 여유 있는 앞 공간.
이 환경을 위해 미리 결제한 좌석.
그리고 옆에는 키가 커다란 외국인 남자와 영어 쓰는 동양 여자.
첫 장거리 비행이지만, 별 걱정도 없다.
밤 비행이라 그런가?
"가방 위로 올려주세요"
이륙 전 외국인 승무원의 안내.
서둘러 기내에서 사용할 물건들을 빼고 가방을 올렸다. 그리고 아차 싶은.
'어... 내 이어폰...'
기내에서 보려고 다운로드한 영화만 여러 개.
이어폰 빼고 다 꺼낸 바보 같던 나.
이륙 후에는 가방을 꺼내기가 번거로워 하는 수 없이 자체적인 '노 미디어 챌린지'를 하기로.
'그래 오히려 좋아' 라며 그동안 미디어만 보고 살던 나에 대한 벌이자 기회라고 여겼다.
14시간
지루하고 편치 않다. 등이 슬슬 배기고 목이 아프다.
기내 엔터테인먼트를 뒤적인다. 역시 노 미디어는 힘들었다. 그러다 재밌어 보이는 영화 발견.
기대하며 이어폰을 찾는데 왜,
왜 내 자리만 없는 거지?
승무원을 호출해 본다.
안 온다.
지나가는 승무원에게 문의한다.
기다리라고만 하고 가져다주지 않는다.
진짜 노 미디어가 되어버렸다.
기회... 고 뭐고 짜증이 났으나, 언제 이런 기회가 오겠나 싶은 긍정을 가져보지만...
핀에어에서 제공하는 2048 등의 게임도 쉽게 질려버렸다. 비행 중 실시간 상공을 볼 수 있는 화면도 밤이라 깜-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길고 긴 시간이었다.
여행 시작부터 내가 아닌 상황에 놓였다.
휴대폰만 너무 보지 말고, 지금을 보라는 메시지였을까.
새로운 여행 목표 하나를 더 추가해 본다.
'습관적인 미디어 줄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