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여행을 시작한다.
그 이유는 첫 번째, 유럽을 경험해보고 싶어서. 두 번째, 영어로 대화해보고 싶어서. 세 번째, 지금을 탈피하기 위해서.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커질수록 나는 이상하게 작고 작게 굳어진다. 이전에 봤던 영상만을 찾거나, 추억팔이에 젖는 날이 잦아지거나. 무엇보다 새로움을 찾지 않는다. 생활반경은 어떠한가? 학교-집-아르바이트만을 반복하고, 휴일이 오면 집에 박혀 쉬기 바쁘다. 스물이 되었을 때는 세상이 참 넓고 경험할 것 천지인 뷔페였는데 말이다. 이리 번쩍 저리 번쩍 용감하게 세상을 탐험하던 나는 온데간데없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대학생. 그 책임과 의무를 다하기 위해. 신경 쓸게 많아지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 나를 제한하는 일이었다. 모든 상황에 대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최대한 목표를 완수하기 위한 나의 방식이었다. 그것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나는 점차 건조하고 딱딱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눈이 내리면, '와, 세상이 하얘' 하던 나는 '눈이네' 한마디 툭 내뱉고 만다.
그런 내가 다시 감정을 찾기 위해, 이대로 가다간 인색하고 냉정하고 사람 아닌 기계가 될 것 같아서.
그래서 나는 오늘 헬싱키로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