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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챙기기에도 바빠

0110 am 11:00

by appie




'11시가 되면 오르간 연주를 해요.'



그 말을 듣고 다시 왔다.

헬싱키 대성당.




아직 11시가 되기 5분 전. 사람들도 이야길 듣고 왔나,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한다.

성당 오른편 자리에 앉아본다.

나 외에도 서 너 명이 앉아있다.

이대로 11시까지 이곳에 가만히 있으며

지금을 음미해 본다.


앞에 앉아있던 직원 한 분이 일어서 강당으로 간다.

이제 시작인가 봐.

설레는 마음으로 숨 죽여 지켜본다.




"ㄲ@$(%*^&%..."



상상한 건 이게 아니었는데...?

오르간 소리는 어디 가고 아까 그 직원 분이 이야길 시작하신다.

예배였다.

오르간이 아니라 15분간의 예배.

무교, 나는 뭘 해야 할지 몰라 안절부절.

스마트폰을 바로 앞에 들어 다니던 관광객들이 하나 둘 떠난다.

조용히, 띄엄띄엄 앉아 있는 사람들 사이 나 하나.

갑자기 성스러운 노래가 시작된다.

어떡하지?



"I hope you will have a nice weekend."



알아들을 수 없는 핀어들 후에 영어가 나왔고,

그 문장들 중 귀에 꽂힌 말.

공간의 힘일까,

진심으로 남의 행복을 비는 것처럼 들렸다.


지난 날들,

나만 생각했던 날들이었다.

일상에 지쳤단 이유로 타인은 시야에서 지워 하루하루 앞만 보고 살았다.

삶은 목적이 아니라 목표 달성을 위해 그저 얹혀 있는 존재.

잘 웃지 않던 메마른 나는 서서히 마음에 수분이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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