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10 pm 12:27
핀란드 국립 도서관
대성당이라는 관광지에서 도서관으로 왔다.
붐비던 사람들이 사라지고 조용한
책과 얼마 없는 사람들.
검은색 뿔테 안경이 매력적인 키가 큰 직원 분의 안내에 따라 짐을 두고 도서관 안으로 들어간다.
19세기에 지어진 도서관은 화려한 문양으로 그려진 머리 위 커다란 돔과 오래된 서적들로 분위기를 판타지로 만들었다. 그곳을 지나 익숙한 서가와 테이블이 있는 곳에 다이어리를 가지고 향한다.
온통 읽을 수 없는 핀어와 영어들.
언어가 사라진 나는 감각으로만 책들을 마주했다.
시간이 노랗게 축적된 책들과
클래식한 일러스트의 식물도감.
머리로 이해할 수 없어 시각과 청각은 더욱 예민하게 책과 공간을 느꼈다.
서가에서 자유로이 돌아다니다가 빈 테이블로 향했다.
유럽 로망 중 다른 하나, 도서관에서 글쓰기.
자리에 앉았을 때 눈앞에 보인 건 두 명의 학생.
앞에는 노트북을 각자 펼치고
옆에는 책을 두어 과제를 하는 듯 보였다.
자발적으로 공부를 하는 것 같은 그들의 에너지에 '자발적으로 공부했던 때가 언제였을까?' 되묻게 된다.
언젠가,라는 불확실한 결심을 하고 다이어리를 펼쳤다.
왼 편 시야의 불투명한 창에는
흐릿한 광장의 모습이 흩뿌려져 있다.
고갤 내리면 하얀색 라디에이터가 따뜻한 온기를 내뿜고, 바로 앞에 갓을 쓴 전등이 보인다.
도서관은 조용했다.
낯선 환경 속 외국인들 사이 들리는 혼란스러운 영어들이 잠잠해졌다. 들뜨던 마음이 가라앉고 그토록 원하던 핀란드의 이유가 떠올랐다.
살아보는 여행의 시작.
여느 때와 같이 아침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책과 펜, 노트를 챙겨 공부하다가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고 가고 싶은 곳을 갔다가 집에 돌아가는.
이번 여행의 목적, 삶에 대한 믿음을 새로이 하는 것. 나와 전혀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들의 도시와 집과 삶들을 보며 살아가는 모습을 공부하는 것이다.
사람은 믿는 대로 살아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