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포착_ 덕질 경험
좋아하는 감정이란,
정말 정말 신기하고도 알 수 없는 감정이다. 나 같은 경우, 사람을 좋아하게 된 건 스페인어로 별이라는 뜻을 가진 아이돌을 처음 봤을 때였다. 노래가 좋다가 어느새 멤버 한 명 한 명에 빠져들게 되었었다. 처음으로 좋아한다는 감정의 정도가 깊어져서 처음으로 팬이 되었다. 앨범을 사고 나와 같은 팬들과 함께 새 음악이 나오는 날을 기다리고 다 같이 라이브 방송을 보고 댓글을 남기고 함께 콘서트에 가서 신나게 놀고. 즐거운 날들을 보냈었다. 그저 떠오르기만 해도 좋았다.
어느 날, 라이브 방송을 보다가 댓글을 남겼는데 내 댓글이 어느 한 멤버가 웃으며 읽어줄 때 심장이 찌릿 멈춘듯했고 하늘을 난다면 이런 기분일까 그 순간은 세상에서 그 누구보다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 자부할 수 있을 정도로 좋았다.
깊어가는 나의 감정은 곧 나의 일상에도 영향을 주고 있었다. 힘든 일이 있거나 해내기 어려워 보이는 일이 눈앞에 있을 때 자연스레 그들을 떠올리고 속으로 그들의 이름을 불렀다. 단지 떠올리고 부르기만 해도 힘이 되었다. 덕분에 나는 덜 힘들었고 그들의 팬인 것에 기뻤다. 내가 생각하는 좋아하는 감정이란 이런 것이다. 그냥 생각만 해도 없던 내 몸에서 힘이 나고, 없던 기쁨과 에너지가 생기는 것. 그래서 그 감정이 좋다.
그때 이후론 이런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 현실에 치이고 현실감각이 조금씩 생기며 덕질에 쓰인 돈들을 보며 부질없다 느껴졌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그 값은 단지 앨범, 음원, 굿즈의 값이 아니었다. 그 값엔 덕분에 느낀 행복함과 좋아함, 기쁨 등의 감정, 웃고 있는 내 표정, 힘, 용기, 에너지가 포함된 값이었다.
부질없는 일들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눈에 보이지 않는 선물들이 담겨있을 것이다. 나의 덕질이 그랬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