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오랜만에 걷는 잠든 시간의 거리.
개강을 하고 정신이 없는 이유는, 하루아침에 바뀐 사이클에 적응하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갑자기 몰아치는 약속과 놀거리들 때문이다.
오늘은 축제하는 날.
수업을 마치고 학과 부스들을 천천히 돌아봤다. 아기자기하게 만든 작품들을 살펴보며, 일보 일감탄. 이것도 사고 저것도 사고 싶은 마음을 눌러가며 겨우 하나 구매.
내가 구매한 건 누가 봐도 나의 취향이 짙게 묻어 나왔다. 흙의 색을 그대로 입고서 유약이 살짝 거칠게 묻은 세라믹 잔. B급이라고 쓰여있지만, 매끈하고 균일한 모습의 잔들은 없는 유일함을 가지고 있었다.
한결 가벼워진 기분과 지갑을 가진 나는 친구와 다음 코스로 무료 체험 부스에 갔다. 기대도 안 한 뽑기 운은 기대 이상으로 나를 놀라게 했다.
꽝, 꽝, 꽝.
여기저기서 사람을 끌어들이는 당차고 적극적인 호객행위들이 들려왔다.
실시간으로 기를 빨리고 체력도 훅훅 닳아간다.
"배고프지?"
"저기 컵냉면한대, 그거랑 오코노미야끼 먹자."
오후 6시, 해가 서서히 지고 있었고, 무대 앞 자리들이 하나둘 차기 시작했다. 음식을 먹으며 친구와 도란도란 이야길 나누었다. 가을이 와서 높아진 하늘을 보면서, 학생 무대가 시작되었다.
이제는 알아가기도 벅찬 아이돌들의 노래. 심장을 요란스럽게 치는 음악들이 잠들어있던, 아니 차마 나오지 못했던 헤픈 기쁨들을 깨웠다. 어렴풋이 들리는 가사, 분명 청춘을 이야기하고 있을 낙관들. 무대 위 그리고 저마다의 부스 사이사이에서 피어나는 에너지가 마구 날아다니고 있었다.
밤이 깊어졌다. 체력은 벌써 하품을 내는 데 들어가고 싶진 않다. 잠시 멀리 벗어난 일상, 한 없이 가볍게 느껴지는 불과 몇 시간 전의 불안들.
각자의 개성이 보이는 겉모습에서, 그리고 춤추고 노래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찬란할 한순간의 삶이 보였다.
'뭘 그리 경직되어 있어?'
'심각할 게 뭐 있어?'
시선의 끝에는 질문이 있었다.
지금 웃을 일을 찾자. 그리고 하루하루 충실히 살다가, 기쁘고 슬픈 것들 쏟아버리고는
유영하듯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