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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름미정 Apr 19. 2023

EP 2. 출발, 김포에서 김해로

지하철은 익숙함을 주고 윤슬은 설렘을 주다


am 04:00


이른 새벽 서둘러 일어나 나갈 준비를 마쳤고, 지하철 첫차를 타기 위해 새벽 5시에 집을 나섰습니다. 아직 오지 않은 해와 아직 다들 깨지 않은 도시. 이제 시작하는 첫 혼여행. 하지만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너무도 익숙한 거리를 걸었기 때문에. 


새벽 5시와 6시의 느낌은 달랐습니다. 평소 아침 산책을 할 때면 새벽 6시에 나오는데, 그때는 종종 출근하시는 분들을 볼 수 있었고, 버스와 차들도 이른 아침의 시작을 보여줬습니다.


새벽 6시가 모두가 일어나고 있음을 느끼는 시작의 시간이라면, 

새벽 5시는 모두가 아직은 자고 있음을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더 고요했던 새벽 5시가 더 좋았습니다.




지하철에 도착했을 때, 역시 고요할 줄 알았습니다. 

새벽이나 낮이나 혹은 밤이나 지하철은 언제나 사람으로 붐볐습니다. 

밖은 고요해 밤 같지만, 이곳 지하는 시간을 헤아릴 수 없었습니다.


지하철이라는 곳이 현대 도시인들의 축약된 모습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디로 향하는지, 이곳이 어디인지 모를 것 같은, 모두가 똑같은 분위기와 풍경.


am 06:27 

공항으로 가는 지하철에서 엘리베이터를 잡아주신 아저씨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제게 친절을 베풀어 주신 항공사 직원분들을 만났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들의 호의와 친절에 자신 있게 감사인사를 전하지 못했습니다. 

순간의 부끄러움이 더한 부끄러움을 가져와 반성할 일을 늘어놓습니다.




서둘러 공항으로 가서, 바이오등록을 해놓고, 모바일탑승권을 든 채로 검색대 앞에 섰습니다. 

처음으로 혼자 공항에 가는 것인데, 의외로 너무 수월하게 잘해서,

스스로 여행 체질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am 07:23 

공항에 보이는 외국인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들은 타지에 어떻게 오게 되었을까, 여행으로 왔을까 싶은 상상을 하면서 여러 문장을 떠올립니다.


'인생은 여행이다.', '여행하듯 살아라'


제가 추구하는 삶의 방식과 잘 맞아서, 늘 마음속에 품고 있던 말들 중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아직은, 그것을 현실로 만들어보지 못해서, 

아직은,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여행을 다녀오면 알게 될 것이라고 미래의 제게 답장을 보냅니다.




비행기가 이륙하면서부터 여행을 가는 것임이 실감 났습니다. 

별일 없던 심장도 요동치기 시작했습니다.


비행기 안에서 정말 많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낯선 시간과 낯선 공간과 낯선 경험은 많은 생각과 영감을 가져다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휴대폰 메모장에 적은 글들은 6,800m 상공에서 멋진 하늘을 보며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또 바라보는 도시들의 아파트는 이 시간과 공간에서 만큼은 삭막함보다 귀여움으로 다가왔습니다.




부산에 도착.


비행기에서 내려 바로 목적지로 향할 지하철을 탔습니다. 

처음 걷는 길이지만, 어디든 지하철은 똑같았고, 그래서 익숙함으로 깊어져 

내가 온 이곳이 서울인지, 부산인지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머리로는 부산임을 알고 있지만,

마음은 아직 서울이었습니다.


첫 여행지로 떠나는 지하철 안, 사람들 역시 모두 스마트폰만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지하철은 익숙함을 너머 지루함을 주기도 했지만,

창 밖으로 '여기는 부산이야'라고 알려주는 윤슬.


드디어 첫 혼여행의 시작이 다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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