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혼행 1일차 ep4
점점 많아지는 사람들,
북적임을 싫어하는 나는 서둘러 자리를 옮겼다.
조금 더 걸어 사람들이 많이 알지 않는 남항진 해변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는 솔바람다리가 있었다. 그 위로 올라섰다.
아무도 없는 나 홀로 바다 위에 존재했다.
내 또래 혹은 2,30대 보다 그 위의 사람들이 더 친근하다.
삶의 경험에 기대고 싶거나 살아온 날들에 대한 존경심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아니면 젊은 세대들의 날뛰는 생각과 어린 마음들이 두렵기 때문일지도.
예스러움이 더 좋다.
겉멋보다 편안함과 자연스러움이 좋다.
본질에만 집중하는 단순한 것이 좋다.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쉰다. 아래로 흐르는 바다, 위로 나를 덮는 구름.
태양의 살결이 아무리 뜨겁더라도 그래서 내 몸은 땀으로 가득해도 더 바랄 게 없었다.
뜨거워서 사람들은 바다 가까이 가지 않았다.
오히려 좋았다. 물론 내 피부는 뜨겁게 구워졌지만.
안목, 송정보다 예뻤던 남항진.
갈매기들의 울음소리가 웃음을 짓게 만들었다.
바다는 좋다. 예쁘다.
하지만 나는 겨울의 바다를 더 좋아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름바다는, 뜨겁다.
바다가 더욱 아름답기 위해서는, 마음이 여유로워야 하고, 마음이 여유롭기 위해서는 선선한 날씨가,
그런 조건이 충족되어야 했다.
너무너무 빛나는데 그걸 못 담아내는 기계가 아쉬웠다.
한동안 멍하니 바라봤다. 남항진의 해변은 부산의 송도바다와 비슷한 느낌을 주었다. 사람보다 갈매기가 더 있었고, 뭐 하나 걸리는 것 없는 바다의 풍경.
바다에 쓸려온 하얀 돌. 순수하게 빛났다.
솔바람다리를 다시 건너 옆에 있던 산책길로 향했다.
바로 옆은 안목 카페거리. 시끌벅적한 그 동네 건물 하나를 두고 이리 조용하고 한적할 수 있나. 너무 좋았다.
그리고 멀리서 보였던 빨간 지붕 작은 집. 저곳의 주인은 기쁘겠다.
강릉에는 참새가 많았다. 비둘기를 본 적이 없고, 참새와 제비가 대부분. 귀여운 참새가 앞에서 신나게 총총총 뛰어갔다. 순수하다. 조금이라도 닮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