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드 모네와 공유하고 싶은 환상

강릉 혼행 1일차 ep3

by 이안



"바다,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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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했다. 어떤 음료를, 어떤 베이커리를 먹어야 할지.

베스트 음료를 마실지 커피가 맛있다는 강릉에서 드립 커피를 마실지.

주문대 앞 나는 오늘의 커피를 주문했다.

그리고 후회하지 않았다.


산미 있는 커피를 좋아하지 않았다.

진지하지 않은 장난스러운 맛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허브티를 먹는 듯한 산뜻함이었다.

크림 없이도, 시럽 없이도 커피는 맛있을 수 있었구나.

쌉싸름한 향긋함.

카페인 충전 용이 아닌, 여유를 마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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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파이.

예쁜 모습.

크림 맛은 어딘가 익숙한, 곰곰이 생각해 보니 엑설런트 노란색 맛.

오션뷰 창가에 앉아 잠시 바다를 보며 멍 때린다.

아름다운 가족의 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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닿을 수 있을까, 닿고 싶다 싶은 환상 같은 꿈의 장면을 눈앞에서 목격했다.

하얀 원피스의 어머니, 그리고 유치원생 같은 남자아이와 아버지.

세 명의 가족. 아빠는 아이와 놀아주고 그 모습을 촬영하는 엄마.


<짱구는 못 말려>라는 만화는 어린 나에게도, 성인의 나이가 된 지금의 나에게도 꿈인 만화다.

어릴 때는 그저 짱구의 엉뚱함과 재미에 빠져들었지만,

스물이 되어 본 짱구는 평범한 이야기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환상에 가까운 예쁘고 단란한 가족의 동화였다.


그 장면이 카페에서 물 멍하던 내 눈에 포착된 것이 아닌가.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물음표를 날렸다.

나는 저들의 모습에 조금이라도 닿을 수 있을까? 부러움이라는 감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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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을 보고서는 디저트와 커피를 마저 즐긴다.

연필과 수첩을 꺼내 떠오르는 생각들을 종이 위에 안착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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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바다에는 하얀 원피스가 예뻤다.

그런 옷을 입은 분을 보자마자 위 명화가 떠올랐다.

클로드 모네의 <양산을 든 여인>.


위 그림 역시 모네가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을 그린 것이라는데,

자연과 사랑하는 이와 그 장면은 시대를 불문하고 환상에 가까운 아름다움이었다.

그림을 그리는 모네는 얼마나 행복했을까? 공유하고 싶다.


새로운 가족 등장.

이번에는 쪼꼬미 아가. 뒤뚱 걷는 아가를 둘러싼 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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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주문하고 픽업대로 갔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계셨다.

이곳에 자주 오시는 분 같다. 초록 땡땡이 민소매 원피스에 화이트 구두, 그리고 숏컷.

픽업대에 놓인 내 커피를 보시고서는 카페 직원에게 "커피 바뀌었어요?"라고 친근하게 물으신다.

커피잔이 바뀐 것을 알아차리신 것이다. 이런 곳에 자주 오시는구나, 나는 그것이 부러웠다.

2층으로 올라가 메뉴 사진을 열심히 찍던 나. 내 앞으로 보이는 창가 밑 그 아주머니가 다시 보였다.

주차장에 주차된 차의 운전석에 올라타신다.

오드리 헵번이 보였다.

나이가 들어도 나를 예쁘게 꾸미고, 여유로이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는 그런 어른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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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이 울린다. 매일같이 지키던 출근 알림.

똑같은 시간대에 다른 공간, 다른 마음. 훨씬 자유로운 지금.

반복적이고 새로움을 주기 어려운 환경은 내게 맞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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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도착한 사람들이 하나 둘 많아진다.

모두가 규칙이라도 있듯 휴대폰을 든다. 바다를 향해 다들 폰 자랑을 한다.

아름다움을 담고 싶은 건 모두가 같구나. 카페에도 사람들이 하나 둘 자리를 잡는다.

슬슬 일어날 때가 된 것 같다.

어디를 갈지, 어떻게 갈지 다시 지도를 꺼내 확인한다.

먼 길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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