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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a Jul 25. 2023

클로드 모네와 공유하고 싶은 환상

강릉 혼행 1일차 ep3



"바다, 카페."





고민했다. 어떤 음료를, 어떤 베이커리를 먹어야 할지. 

베스트 음료를 마실지 커피가 맛있다는 강릉에서 드립 커피를 마실지. 

주문대 앞 나는 오늘의 커피를 주문했다. 

그리고 후회하지 않았다.


산미 있는 커피를 좋아하지 않았다. 

진지하지 않은 장난스러운 맛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허브티를 먹는 듯한 산뜻함이었다.  

크림 없이도, 시럽 없이도 커피는 맛있을 수 있었구나. 

쌉싸름한 향긋함. 

카페인 충전 용이 아닌,  여유를 마실 수 있었다.






딸기 파이. 

예쁜 모습. 

크림 맛은 어딘가 익숙한, 곰곰이 생각해 보니 엑설런트 노란색 맛. 

오션뷰 창가에 앉아 잠시 바다를 보며 멍 때린다. 

아름다운 가족의 모습이 보였다.






닿을 수 있을까, 닿고 싶다 싶은 환상 같은 꿈의 장면을 눈앞에서 목격했다. 

하얀 원피스의 어머니, 그리고 유치원생 같은 남자아이와 아버지. 

세 명의 가족. 아빠는 아이와 놀아주고 그 모습을 촬영하는 엄마. 


<짱구는 못 말려>라는 만화는 어린 나에게도, 성인의 나이가 된 지금의 나에게도 꿈인 만화다. 

어릴 때는 그저 짱구의 엉뚱함과 재미에 빠져들었지만, 

스물이 되어 본 짱구는 평범한 이야기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환상에 가까운 예쁘고 단란한 가족의 동화였다. 


그 장면이 카페에서 물 멍하던 내 눈에 포착된 것이 아닌가.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물음표를 날렸다. 

나는 저들의 모습에 조금이라도 닿을 수 있을까? 부러움이라는 감정이었다.






환상을 보고서는 디저트와 커피를 마저 즐긴다.

연필과 수첩을 꺼내 떠오르는 생각들을 종이 위에 안착시킨다.









푸른 바다에는 하얀 원피스가 예뻤다. 

그런 옷을 입은 분을 보자마자 위 명화가 떠올랐다. 

클로드 모네의 <양산을 든 여인>.


위 그림 역시 모네가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을 그린 것이라는데, 

자연과 사랑하는 이와 그 장면은 시대를 불문하고 환상에 가까운 아름다움이었다. 

그림을 그리는 모네는 얼마나 행복했을까? 공유하고 싶다.


새로운 가족 등장. 

이번에는 쪼꼬미 아가. 뒤뚱 걷는 아가를 둘러싼 부모. 






커피를 주문하고 픽업대로 갔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계셨다. 

이곳에 자주 오시는 분 같다. 초록 땡땡이 민소매 원피스에 화이트 구두, 그리고 숏컷. 

픽업대에 놓인 내 커피를 보시고서는 카페 직원에게 "커피 바뀌었어요?"라고 친근하게 물으신다. 

커피잔이 바뀐 것을 알아차리신 것이다. 이런 곳에 자주 오시는구나, 나는 그것이 부러웠다. 

2층으로 올라가 메뉴 사진을 열심히 찍던 나. 내 앞으로 보이는 창가 밑 그 아주머니가 다시 보였다. 

주차장에 주차된 차의 운전석에 올라타신다.

오드리 헵번이 보였다.  

나이가 들어도 나를 예쁘게 꾸미고, 여유로이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는 그런 어른이 되고 싶다.






알림이 울린다. 매일같이 지키던 출근 알림.

똑같은 시간대에 다른 공간, 다른 마음. 훨씬 자유로운 지금.

반복적이고 새로움을 주기 어려운 환경은 내게 맞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바다에 도착한 사람들이 하나 둘 많아진다. 

모두가 규칙이라도 있듯 휴대폰을 든다. 바다를 향해 다들 폰 자랑을 한다. 

아름다움을 담고 싶은 건 모두가 같구나. 카페에도 사람들이 하나 둘 자리를 잡는다. 

슬슬 일어날 때가 된 것 같다. 

어디를 갈지, 어떻게 갈지 다시 지도를 꺼내 확인한다. 

먼 길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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