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a Jul 26. 2023

여행의 묘미는 우연

강릉 혼행 1일차 ep6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혼자 여행이 조금 지루해질 법할 때, 

언제든 전화를 걸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소중한 친구가 있다는 것.

덕분에 땡볕을 조금이나마 덜 지루하게 걸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시원한 바다에 길게 뻗은 소나무 길인 이곳이 

평화롭고 그 길 위에 존재하는 것만으로 좋았지만, 더운 날씨는 시야를 가렸다. 

자칫 자연의 아름다움에 따분함을 느껴 그 가치를 잃어갈 뻔했지만, 

친구의 전화는 그것으로부터 피할 수 있었다.







벽화 속 저 표정이 얄미웠다.

이 뜨거운 날 대비되는 저 얼굴과 내 얼굴.









바다 곁에선 아이처럼 신났다가 뜨거운 햇빛이 도둑처럼 드는 소나무 길에서는 고생스러운 얼굴. 

그러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버스를 타기로. 

소나무 길 힘들게 걷다 옆으로 난 샛길로 빠졌는데 다행히 버스정류장이 있었다. 

잊고 있던 것. 이곳은 강릉이라는 것. 

역시나 지도 앱에서 나타난 '도착정보 없음'. 


그러나 신기한 것은 내가 몇 분 기다리다 보니 어떤 아주머니가 오셨고 

그리고 몇 분 후 타야 하는 버스가 온 것. 

하늘을 보며 고맙다고 속삭였다.


버스에 타니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더위로 돋아난 가시들이 들어간다. 

살 것 같다. 얼마 안 가는 버스가 아쉬울 뿐.






빵가게에 들려 빵을 샀더니 서비스를 주셨다.

더위에 지쳐서 모난 마음이었는데 친절한 사장님 덕에 잠시 몸과 마음에 난 더위를 식힐 수 있었다.






그리고는 가게 앞거리를 걸었다.

강릉 오기 전, 로드뷰를 보니 요 앞이 온통 논 밭이었다.

바다뿐 아니라 논밭도 보고 싶던 나였기에 

보자마자 우아


하지 않고...

더워서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현실적인 문제가 들어왔다.


농촌에서 농부들은 왜 그렇게 이른 시간에 일을 마치고 오는지...

해가 뜨면 정말 일하다 큰 일날 것 같았다.

농사일에 대해서 더운 걸 싫어하는 나는

몸만 힘들면 상관없지만

더운 것으로 힘들다면...

생각 좀 해봐야겠다...






잘한 선택인지 호기롭게 빵과자에서 초당마을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실은 버스도 택시도 애매해서. 

촘촘한 서울은 단 몇 분 거리도 버스로 쉽게 갈 수 있으나, 

이곳은 걷기에는 조금 멀고, 그렇다고 버스 타기에는 너무 돌아가서 멀어지는 그런 애매함이 있었다. 

더운 날만 아니면 이것도 낭만적인걸. 덕분에 강릉을 온몸으로 살고 간다. 

천천히 걸으며 이곳 동네의 분위기는 어떻고, 어떤 사람들이 살아가고, 어떤 동식물들이 살고 있는지. 














땡볕과의 싸움에서 승리... 힘들게 동화가든 도착. 

뚜벅이는 나뿐. 이곳에 온 이유는 순두부젤라또 먹기 위해서였다. 


앉을 곳이 없어 서성이고 있는데 금방 자리가 났다. 

무려 내 앞에! 

누구보다 빠르게 나는 메고 있던 가방을 자리로 던졌다.





바로 앞에 거울이 있어서 내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힘겹게 여행하고 있구나 

더위 좀 식히고 순두부 젤라또 한입.

바보 같던 맛. 하얗고 순진한 두부 맛. 


입맛을 사로잡을 정도의 맛이 있는 것도, 그렇다고 맛없지도 않은 두부. 

그런 두부의 순진한 맛이 바보 같았다. 


맛으로 먹기 보다 재밌어서 두부에 빠졌다.





열이 식으니 매장 안이 보였다. 

가만히 보고 있는데, 좋아하는 작가님의 패브릭 포스터가 걸려있다. 

신기한 우연이다.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꼭 나를 위한 여행 코스에 있는 듯했다.




순두부 젤라또를 천천히 먹으면서 다음 일정을 구상해 봤다.

계획대로 갈 것인지, 조금 수정할 것인지.

예정된 다음 일정은 강문해변! 이었다.


일일 3해변 완전 멋있어.




작가의 이전글 아담한, 꿈을 위해 걷는 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