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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a Jul 27. 2023

나에게서 비롯된 나의 선택

강릉 혼행 1일차 ep9


중앙시장에서 살게 없어 떠돌다가 결국

더위에 못 이겨 눈 앞에 보인 대형마트를 들어갔다.





거대 기업과 자본이 역시 좋다며

시원한 에어컨 바람 속에서 여유롭게 쇼핑했다.

강릉이라고 다를 바 없는 홈플러스.

그러나 마치 내가 이곳에 사는 사람인 듯한 기분.






해가 질 때즈음 다시 강문해변을 방문했다.

서서히 어두워져 가는 바다.


그리고 만난 제비.

엄청 날아다닌다. 것도 사람 높이에서.

해변가로 걸어가다

제비가 내 옆을 아주 가까이 지나가더니 목을 탁치고 간 것.

어떻게 이런 일이...

누구도  겪지 못할 여행 일과였다.






숙소에서 해지는 모습이 보였다.

사온 음식들을 세팅해 놓고 천천히 음악과 즐기다가 다이어리를 펼쳤다.


솔직하게 적어내렸다.


"예쁘고 뷰도 좋은 숙소에 있다. 오늘은 힘든 하루를 보냈다. 많이 걸었고, 땡볕과의 싸움으로 부산 여행에서의 그 감동은 없었다. 그래서 살짝 실망하지만, 후회는 하지 않는다. 나는 강릉을 구경했으니까, 강릉에도 잠시 살아봤으니까. 그리고 농부의 어려움도 새롭게 알게 되었고. 그런데 여전히 나는 혼자 잘 돌아다닌다. 무사히 안전하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여행이 곧 내 길인 듯 좋다. "


내일은 바다 일출을 보러 갈 것이다. 기대감을 살짝 가져본다. 오늘처럼 말고, 내일은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려고 한다. 가고 싶던 빵집도 가든, 안가든 상관말고.






생일이었다.

생일에 알바가기 싫어서 온 여행이었다.

조금은 즉흥적이었기에 완벽히 준비되지 못한 것 같아 살짝은 걱정되었다.

그런데 오늘 밤 그 걱정이 조금은 현실이었다.

너무 계획적으로만 다녔기 때문이다. 부실한 계획을 그대로 따른 부실한 사람이었다.


생일이 뭘까? 그동안 잘 살아왔고, 건강히 살아있음을 기념하는 날인 것일까?

20번째 생일, 신기하게도 만나이 적용되는 오늘에 생일.


생일이 반복될 수록 기쁨보다는 어딘가 퍼런 감정이 따라온다.

그니까 이거는 나도 정확히 설명할 수 없다.

생일이 그렇게 소중하고 특별한가? 라는 생각도 들고,

벌써 내 생일이구나,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흐르는 구나.. 라는 생각도 든다.


생일이 꼭 특별할 이유는 없었다.

그저 건강히 또 한해를 살아왔구나,

앞으로도 잘 살아보자.

하고 삶을 이어가는 것.


오늘의 밤에는 맛난 음식과 그러한 다짐을 남겼다.





강릉 EBS.

강릉 고등학생들의 이야기.

강릉사람들과 서울사람들의 사고 방식은 어떻게 다를까?

궁금해졌다.

대체로 거의 모든 것을 서울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을 당연하다 생각했다.

아직 생각과 시야가 작았다.





멋진 음악, 멋진 숙소, 멋진 창밖 뷰, 그리고 나.

나는 멋진가? 쉽게 호응하지 못한다.

여행, 일상과 크게 다를 바 없는 하루다. 달라진 건 장소와 마음 뿐.

여행이라서 나는 더 나를 꾸미고,

여행이라서 돈이 들더라도 더 의미있고 가치있는 것을 선택하고,

여행이라서 오늘을 산다.



일상과 비교해보자.

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고, 어느 날은 카페 가고, 아니면 집에서 디저트를 먹는다.

바다가 아닌 집 근처 공원을 가고, 소품샵이 아닌 마트나 쇼핑몰 혹은 백화점을 간다.

행위는 비슷하나, 질이 다르다.

그 행위를 받아들이는 마음가짐도 다르다.



'여행하듯 살아라'라는 말 대신, '마음의 동화를 잘 지키며 살아라'라는 말 어떤가.

결국, 마음의 힘은 강력하고 그 영향은 어마어마하다는 것.

하고 싶은 것을 모두 하는 것이 여행일까?

내 속도대로 가는 것이 여행일까?

마음이 따르는 곳으로, 그 속 작은 선택들의 기준은 곧 나에게 있다는 것이 여행일까?



혼여행을 좋아하는 나는 이 혼여행의 가장, 제일 좋은 점은 '나'를 위한다는 것.

우리는 종종, 그리고 익숙하게 나를 잊어버리는 선택을 하고 그 속에 살아간다.

학창시절에는 친구들 혹은 선생님 혹은 학교가 내린 커리큘럼.

졸업 후 대학에서도 마찬가지. 학교가 아닌 사회에서도 마찬가지.

'남들' 속에 나 역시 나를 남으로 만든 것은 아닌가.

내가 뚜렷해지는 것, 그게 혼여행의 큰 장점.

일상에서는, 우리는, 남과 멀어질 필요가 있다.

정서적 거리(친한 정도)가 아닌, 남의 모습에서 나를 보려고 하는 것.

남과 나를 겹쳐보는 것. 그 행위를 그만두는 것이 곧 혼여행의 효과와 맞먹을 것.



생각은 깊어가며 1일차의 밤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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