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글쓰기 작가로 등단하기 ▶ 글쓰기는 화법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내 안에 있는 생각이나 기억을 몸 밖으로 표출하는 표현의 방법이다. 공부를 잘하는 사람들의 학습 방법을 체득하여 자신과 잘 맞는 비법을 찾아 좋은 학업 성과를 얻는다. 몸에 잘 맞는 옷을 입으면 맵시가 나고 자연스러움이 배어서 나온다.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억지로 구겨 넣다 보면 볼품없는 형색에 주변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담화를 듣게 된다.
글은 내 안의 얼굴이다. 세 명의 ‘베스트셀러(best seller) 작가들의 글쓰기 비법’*을 살펴봄으로써 어떤 형식으로 글을 대하는지 작가들의 행동 양식을 탐구하여 본인과 잘 어울리는 화장법 체득을 기원한다.
[강원국 작가]
2000년 글쓰기 공부 당시 전북대학교 강준만 교수 칼럼으로 세 가지 모방을 한다. 문체 모방으로 30개 칼럼을 3번씩 읽으면 대충 흉내를 낼 수 있는 기술이 보인다. 문장 모방으로 칼럼 문장을 패러디하는데 그 문형을 놔두고 내 이야기로 채워가는 방식이다. 구성 모방으로 칼럼의 구성에 내용을 바꿔 쓰기로 순서대로 내용을 바꿔서 구성을 따라서 고사성어, 일화를 내 글에 맞게 모방하는 방법으로 작가와 유사한 글쓰기에 도달할 수 있다.
“이야기를 풀어놓고 정리하라” 글쓰기 어려운 두 가지 이유는 할 말이 없거나 할 말이 너무 많을 때이다. 머릿속에 엉킨 덩어리가 크면 글을 뽑기가 쉽지 않다. 엉킨 실타래를 통째로 드러내놓고 눈으로 보면서 정리하면 된다. 비주얼 씽킹(Visual Thinking), 자신 생각을 글과 이미지 등을 통해 체계화하고 기억력과 이해력을 키우는 시각적 사고 방법을 말한다. 종이나 화면 위에 있는 대로 생각나는 대로 기억나는 대로 써본다. 자동기술법으로 비슷하거나 유사한 글은 빼고 중요한 글은 보강하며 채우는 형식이다.
의외의 첫 문장으로 시작한다. 첫 문장을 쓰지 못하고 화면과 대면하는 시간을 보내는 분이 있다면 시작은 질문, 일화, 인용, 묘사 등 유형별로 골라 쓰는 방법을 추천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질문만으로 연설문을 작성하여 독자가 완성하도록 한다. 첫 문장은 무조건 짧아야 하고 뜬금없어야 한다. 안톤 체호프는 글을 다 적은 후에 그 종이를 반으로 접어서 그 접은 종이의 앞부분을 찢어서 버리라고 한다.
글쓰기 두려움에서 벗어나려면 기대 수준을 낮추고 성공 경험을 많이 쌓고 주변에 내 글을 칭찬하고 자신감을 불어넣어 줄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이 좋다. 습관적으로 자주 함께 쓰기를 추천한다.
글감을 찾기 위해 사람을 보고 사건을 보고, 사안을 보고 사리에 맞춰 생각한다.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독서 방법으로 목차를 많이 보고, 한 꼭지 글을 읽을 때마다 머릿속으로 떠올리는 요약 훈련을 한다.
[백승권 작가]
몸이 허약해서 노동일을 하지 못해 중학교 2학년부터 시를 쓰기 시작한다. 그냥 독서가 아닌 필사하거나 요약을 강조한다. 글의 심장을 쥐어봐야 의미가 있다. 나와 맞는 작가의 글을 찾아서 글을 쓰기 위한 독서를 한다.
“이야기 중에 선택할 것을 집어내라” 말할 때는 팝콘처럼 튀나 글을 쓰려면 머릿속이 동결건조 상태로 변한다. 너무 많은 생각을 나열하기보다는 선택의 기술이 필요하여 구성의 원리를 알아야 한다. 집을 지을 때 설계도처럼 재료부터 선택한다. 시작, 중간, 마무리를 준비하고 배열한다. 구성의 원리를 알면 글쓰기가 자유로워진다.
첫 문장에 의미를 두고 있지 않다. 첫 문장은 선택이다. 첫 문장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 일단 초고를 다 쓰고 난 다음 그 가운데서 첫 문장을 선택한다. 독자의 시선을 강탈할 수 있는 문장을 선택한다. 첫 문장을 잘 쓰려는 강박 때문에 글쓰기의 지체가 벌어진다. 배경 설명이 장황하면 느려지기 쉽다.
일반인들은 틀에 박힌 글을 써야 한다. 내용만 있으면 글을 쓸 수 있도록 사회가 틀을 제시해 줄 필요가 있다. 틀에 박힌 글쓰기를 하다 보면 결국 틀을 깨고 나온다. 정석의 완성은 정석을 깨는 것이다.
글감을 찾는 방법으로 하나의 사물에 대해 정밀화를 그리듯 쓴다. 컵을 하나 놓고 더 이상 쓸 수 없을 때까지 써본다. 익숙한 것을 낯설게 봐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어제와 오늘이 똑같은 직장인들은 새롭게 또 낯설게 발견해야 글이 시작된다. 단어 하나를 놓고 연결되는 것들을 모두 쓴다. 글쓰기 감수성이 적어도 연상 훈련을 한다.
항의를 받은 글에 대한 자기반성이 필요하다. 글쓰기는 관계의 산물이며 쓴 글의 공개는 사실을 벗어나면 흉기가 될 수 있다. 사실을 쓰려는 노력보다는 진실에 부합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사실은 맞으나 맥락이 틀리면 안 좋을 글쓰기에 해당한다. 언론이 왜곡 보도하는 방식이 부분적 사실은 맞으나 맥락으로 왜곡시킨다. 고민되는 부분은 쓰지 말고 뺀다. 본질적인 항의를 받으면 내 글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항의를 받을 때 억울해하지 말고 성숙해지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한 권을 읽어도 읽는 이유를 알고 깊게 읽는 게 좋다. 목차는 설계도라면 독자가 읽고 있는 부분이 설계도 어느 부분인가를 생각하면서 읽는다. 과시용으로 독서 목록을 발표하는 건 나쁜 행위다. 책을 읽고 요약하기가 글쓰기에 도움을 준다.
[은유 작가]
글을 쓰고 싶은 의지가 있다. 라디오에 사연 보내는 것을 즐겼다. 니체의 문체와 운율이 가슴을 뛰게 만든다. “글을 쓰려면 피로 써라” 자기 구제를 위해 글을 쓴다. 좋아하지 않으면 고된 시간이 된다. 삶을 되게 간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기 글의 첫 독자는 자기 자신 내 글을 보는 눈을 높여야 한다. 도식화된 모방도 좋으나 정서, 정념, 가치관, 감각을 체화해야 모방자에서 벗어난 탐구자가 될 수 있다.
“한 꼭지를 잡아서 이어가고 불리라” 한 번에 글을 다 쓰려고 하지 말고 하나의 글에는 하나의 쟁점만 쓴다. 글은 추상적인 단어를 쓰는 순간 공회전하게 된다. 하나의 상황과 구체적인 예화에서 시작한다. 기억나는 장면부터 단초를 가지고 늘려가는 방식으로 발터 벤야민의 ‘별자리적 글쓰기’ 방식이다. 발터 벤야민은 좋은 산문을 쓰는 작업에는 세 단계가 있는데 첫째 구성을 생각하는 음악적 단계, 둘째 조립하는 건축적 단계, 셋째 짜 맞추는 직물적 단계다.
첫 문장은 신의 선물이다. 신의 선물 같은 첫 문장을 쓰려고 노력한다. 척 크로스는 아마추어가 영감을 기다릴 때 프로는 작업한다. 너무 일상적인 글은 빼는 것이 좋다. 심도가 있고 글의 주제와 방향을 드러내 주는 첫 문장이 좋다.
글쓰기 두려움은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너무 잘 쓰려고 하지 말고, 예술하려고 하지 않아야 한다. 스스로 다독인다. 나는 전달자다. 내 생각을 잘 전달해 주려고 노력한다. 두렵고 위축될 때 스스로 달래고 다독이며 글을 써야지 잘 쓰려고 하는 생각이 크면 글쓰기를 짓누른다. 다음 글을 쓸 용기가 필요하다. 하버드 글쓰기의 명언으로 콩을 다 쏟아라 그래야 더 많은 콩이 나온다.
일상에서 글감을 찾는 방법은 아파트 도장 작업을 하는 분을 가까이 본 경험으로 글을 쓴다. 그들의 노동조건이나 권리를 찾는다. 스스로 해야 할 말이나 잊히지 않는 경험을 기록으로 정리한다. 자기 안에 화두가 있어야 글감이 보인다. 내 안에 물음표가 있으면 글감과 만나 느낌표가 된다.
상대에게 항의받는 글이 두렵다. 글쓰기는 솔직해도 어려운데 스스로 검열하기 시작하면 더 위축된다. 우선 글을 쓰고 상대방에게 보여준다. 너무 예민하고 민감한 부분은 빼는 사려 깊은 글로 책임질 수 있을 만큼의 사실 위주로 쓴다. 글쓰기의 윤리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맥락 진실을 살리는 건 난이도 있는 글쓰기 작업으로 살릴 수 없다면 첨예한 부분을 쓰지 않는 것도 방법이다.
독서를 통해 글을 잘 쓰려면 독서량과 글쓰기 실력은 비례하지 않는다. 글을 깊이 읽는다. 맥락 독서가 필요하다. 한 번 읽기보다 여러 번 읽으며 저자와 대화하는 방식의 독서가 글쓰기의 밑 작업이 된다.
글쓰기는 화법이다. 글을 쓰는 것은 말하는 방법이다. 말은 청중에게 음성으로 글은 독자에게 이미지로 감동과 메시지를 전달한다. 내용을 알리는 방식에는 차이가 나지만 감정을 움직이는 효과는 비슷하다. 극장에서 상영하는 영화는 음향과 이미지를 통해 관객에게 감동을 선사한다. 글쓰기 비법을 완성하여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면 극장에서 본인이 쓴 글을 영상으로 만날 수 있다.
* 강원국, 백승권, 은유, “베스트셀러 작가들의 글쓰기 비법”, 사람 사는 세상노무현재단, 2019. 6.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