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문학인 논문 공모전을 통해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고 나면, 이제는 문학 작가 등용의 최고봉으로 알려진 신춘문예나 문학지 등단에 도전한다. 신춘문예를 통해 문단에 등단하고자 하는 사람은 도전 분야에 참여한 심사위원의 심사 방향에 맞춰 글쓰기 과정을 진행하는 것이 당선작 선정에 유리하다. 최근 3~5년 사이에 신춘문예 당선작에 관한 심사위원의 심사평을 분석하고 당선자의 당선 소감을 통해 작품 탄생의 비화와 숨겨진 이야기를 만나게 되면 작품 구상의 새로운 기회를 얻는다.
[금관대로 철물점, 자투리 공원에서]
도로 옆 쑥 꺼진 해동건재상사가 서있다
먼지 쌓인 허연 패널 지붕 오른쪽 건물
뿌연 연기만이 상점을 들락거리는 손님인 양 부산하다
남색 방수포 위에 덧댄 검정 차광막
햇빛에 구슬려 손잡으면
바짝 마른 낙엽처럼 아스러진다
이른 새벽 지팡이 맞절하는 상사 댁
때 묻은 손잡이 팔목에 검정 팔찌 차고
깊은 두부 속 추어 긴 수염고래처럼 수면에 떠올라
장단 맞춘 호흡으로 봉 속은 거품 목욕이 한창이다
동쪽 해에 중심이 바로 서는 건재 일은 경건한 날이다
왼쪽 명찰 없는 공원에 살쾡이 노천탕
배꼽 찢긴 가죽점퍼 등 떠 있다
쌍쌍 문신 흐릿한 뒤태
초콜릿 온천에 반쯤 몸 담근 채
톱날 세우고 따가운 빛이 살 데면
미닫이문 덜컥 덜컥 뿌연 연기 사라질 때
숨 챙긴 해동과 건재가 길을 누인다
해동은 하얀 팔찌에 동그란 괭이 먹거리를 채우고
자투리 공원 한구석에 한 움큼 한 접시 벌린다
건재는 엎어진 물그릇 중심 세워 생수를 콸콸 채우고
하드 껍질 끝을 잡아 좌우로 흔든 채
해동건재 러브하우스로 출근 도장을 찍는다
바로 뒤 상사 부인 총총 건재 도장 지퍼를 올린다
초등 시절 책장에 꽂혀 있던 문학전집을 읽어가며 연인 사이에 애틋함을 공간의 맞춤으로 이해할 때쯤 장맛비 기세에 눌려 천장에서 흘러나온 탐욕의 허기를 채우려 죄와 벌, 돈키호테를 탐독하며 알 수 없는 이상 세계에 빠져든다. 우연히 맞이한 이성 세계의 주홍 글씨, 보봐리 부인, 채털리 부인의 사랑은 돈키호테의 갑옷을 걸치며 품 안에서 이루지 못한 세상을 맞이한다. 심장이 벽을 때려 중심이 떠오르는 벅찬 기쁨의 탈출을 감독할 때면 죄와 벌의 책등 흰 속살이 검게 물든다. 문학의 소중함을 가슴으로 품은 고교 시절 책장에 갇힌 굶주린 배고픔을 참으며 나상만의 혼자 뜨는 달에 빠져 안절부절못하고 애달아 주인공 현주를 찾아 밤거리를 주인공 없이 배회한 저편도 잊지 못한다. 어느덧 배고픔을 잊은 중년에 접한 시선이 애달픈 노부부의 애끓는 사랑 연기에 초점이 흐릿하게 변태 한다. 사랑은 불완전 변태로 편향적 확증이 들어찬다.
[1부, 색 쓰는 하루]
영화가 시작되면
가로등 아래 모여든 까만 점들이
불빛과 하나 되어 격정적인 춤 동작을 선보인다
네온사인에 비바람이 들이치자
그 많던 점들은 어디로 숨었는지
찾을 길이 없다
비가 그치고 엑스트라 1이
끈적한 살점을 맞대고 그 앞을 지나치자
몽예*들은 눈물샘에 알 쏟으려 발광한다
밤새 환락의 춤으로 온 힘을 다한
호색꾼들은 바닥에 널브러져
작은 소용돌이에 꽃버들 솜처럼
바람과 함께 사라진다
새벽이 다가오면
죽은 사체가 꿈틀꿈틀 움직인다
고개를 푹 숙이고 좀비 영화를 관람한다
다리가 여섯인 일꾼들이
검은 덩이를 제 집에 선착순으로 질질 끌어 옮긴다
그 많던 거략*들은 점심 전에 뿔뿔이 흩어지고
밤거리 네온 빛이 발산하자
부킹 클럽은 새 축제의 시작을 알린다
윙윙거리는 음향에 맞춰 색 향기 뿌리고
흥분한 날갯짓으로 허우적거리다
색바람 하루살이 영화 1부가 끝나면
광고판에 부유*들 2부를 기다리며 발광한다
* 하루살이, 몽예, 거략, 부유는 같은 말. 하루살이목에 속한 곤충을 통틀어 이르는 말. 애벌레는 2~3년 걸려 성충이 되는데 성충의 수명은 한 시간에서 며칠 정도이다.
대한민국에서 사랑의 결정체가 자손만대 계승이라는 개념은 이 세상에 없는 비밀이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행복지수에 반비례한다.”라고 가설을 설정하면 출산율 저하의 원인이 아이를 출산하고 양육하면서 행복지수 대비 고통지수가 높기에 출산율보다 사망률이 높게 나타나는데, 이는 세대 계승을 고통으로 인식한다는 의미로 추정한다.
“대한 민족이여! 하루를 살면서 세대 번성을 위해 모든 에너지를 방출하며 다양한 가면으로 무장한 하루살이목을 위해 축배를 들자. 이건 비밀인데 2부가 시작되면 이 세상은 하루살이가 선점한 지역으로 분류되어 있을 거야.”
[통계법 제33조의 비밀]
쉿 비밀인데
내 비밀은 네 비밀을 보호하는 거야
"당연히 비밀이니까 보호해 줘야지"
너에게만 알려주는데
다른 사람한테 말하면 안 돼
"그게 비밀이잖아"
사실 난 국가정보법령센터에서 일해
남에게 알려지지 않게 진행하고 있어
"넌 참 비밀스럽다"
근데 내 비밀을 푸는 열쇠가 있어
네게만 알려줄게
"그럼 비밀도 아니잖아"
이건 정말인데
이 세상엔 없는 비밀이 없어
"헐 저세상엔 있다는 거잖아"
죽으면 입 다물고 가잖아
진짜로 저세상이 비밀스러운 이유야
"어쩐지 나만 모르고 다 알더라"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에 의거
개인정보의 수집과 이용을 거부할 경우
파라다이스 상품 발송이 제한됩니다
“귀하께서 응답해 주신 내용은 ‘통계법 제33조(비밀의 보호)’ 의거 엄격하게 보호되며, 학술연구 이외에 절대로 사용하지 않을 것임을 약속드립니다. 귀중한 시간을 내어 주셔서 깊이 감사드립니다. 설문 내용과 관련하여 궁금한 사안이 있으시면 하단 연락처로 문의하여 주시면 성실하게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신춘문예는 우리나라의 중앙지 신문사와 지방지 신문사가 주관으로 일정 상금을 걸고 새해를 맞이해 문학 작품을 공개 모집하여 신인 작가로 등단시키는 제도이다. 공모 분야는 시, 시조, 동시, 소설, 희곡, 동화, 평론이며 주관사에 따라 공모 분야에 차이가 있다. 각 주관 신문사에서 공개한 공모 분야 및 제한 사항을 확인하고 공모 요람에 맞춰 제출한다. 공모 주관 신문사는 매년 1월 1일 자로 당선자를 선정하고 당선작을 발표한다.
[2024 신춘문예 당선시집]*
① 시 부문
맹재범 | 경향신문 | 당선작 | 여기 있다
당선소감 | 오래 걸리더라도 기어이… ‘일용할 양식’이 되는 그날까지
심사평 | 밖으로 내몰린 존재가 여전히 있다는 믿음이 ‘여기 있다’
엄지인 | 광주일보 | 당선작 | 파랑
당선소감 | “시 쓰기란 무정형의 이미지를 설득해 생기를 찾아나가는 기쁨”
심사평 | “기후변화시대의 명상 감각적으로 보여줘”
박동주 | 농민신문 | 당선작 | 상현달을 정독해 주세요
당선소감 | 가슴 따뜻한 말들을 엮어 시를 쓰고파
심사평 | 서정시 기본형에 매우 충실한 작품…미적 완결성 갖춰
한백양 | 동아일보 | 당선작 | 왼편
당선소감 | 두렵기 때문에 앞으로도 쓰고 또 쓰며 살아갈 것이다
심사평 | 일상적인 장면을 사유와 이미지로 벼리는 솜씨 탁월
강지수 | 매일신문 | 당선작 | 시운전
당선소감 | 세상에 없던 무언가를 만드는 시 쓰기 작업
심사평 | 이미지를 일관성 있게 밀어붙이는 힘이 거침없는 시운전
강지수 | 문화일보 | 당선작 | 면접 스터디
당선소감 | 말 안에 깃든 폭력성 ‘참을 수 없어서’ 쓴다
심사평 | 진짜·가짜, 진심·위선의 문제 유쾌하게 풀어내…한국詩 밝힐 신예 출현
김해인 | 부산일보 | 당선작 | 펜치가 필요한 시점
당선소감 | 용접공들과 커피 나누며 시 찾아낼 것
심사평 | 노동하는 육체 가져와 비유 리듬 증폭시켜
이실비 | 서울신문 | 당선작 | 조명실 / 서울늑대
당선소감 | 겁에 질려도 끝까지 눈 피하지 않는 시 쓰고 싶어요
심사평 | 능숙하고 절묘한 이미지 배치와 전개가 압도적 작품
한백양 | 세계일보 | 당선작 | 웰빙
당선소감 | 나는 될 줄 알았다. 그러니 여러분들 또한 될 것이다.
심사평 | 일상과 불화·화해하는 아이러니 잘 담아내
추성은 | 조선일보 | 당선작 | 벽
당선소감 “넌 시인의 이름을 가졌어” 그 한마디가 나를 지켰다
심사평 | 감각·사유·언어를 오가며 빚어낸 ‘미래의 시인’
김유수 | 한국일보 | 당선작 | take
당선소감 | “덫이 날 빠뜨리는 중이라 해도 기쁜 마음으로 입장하겠다”
심사평 | "세대의 물음, 시대의 울림으로 다가와"
② 출판사 서평
새로운 문학적 지평을 열어가는 2024 신춘문예 당선 시인들의 역량과 시 세계!
신춘문예 당선은 마치 하늘의 별 따기에 비견될 정도로 좁고 치열하다. 그럼에도 그동안 수많은 지망생이 당선작과 심사평을 읽으며 실력을 갈고닦아 왔다. 이 책에 소개된 시인들은 모두 그러한 열망을 현실로 만든 이들이다. 그러므로 이 책은 시인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귀중한 공부와 정보가 되고, 독자들에게는 따뜻한 마음의 휴식처와 위안을 마련해 줄 것이다.
시인은 낮고 낮아서 더는 낮을 수 없는 곳에서 자신의 영혼을 불태워 여린 온기 한 자락을 피워 올리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들의 작품은 독자들에게 따뜻한 마음의 휴식처가 될 것이며, 위안을 안겨줄 것이다. 바라건대 시의 향기가 세상 곳곳에 퍼져 나가기를 소망한다.
신춘문예를 공개 공모한 개별 언론사의 신문 기사를 통해 당선자, 당선작, 당선 소감, 심사평을 확인할 수 있지만, 신춘문예 개별 당선작을 모아 계약 출판사에서 ‘신춘문예 당선시집’을 단권으로 출간한다. 신춘문예를 통해 시 부문에 공모하여 등단하려면 주관사에서 요구하는 일정 수량의 시편을 작성하여 제출하는데 대부분 신춘문예 공모 작품 편수는 3~5편을 기본으로 제시한다.
신춘문예 공모에 관심 있는 작가 지망생은 최소 3편에서 5편 이상의 시편을 준비한다. 단편이 아닌 여러 편의 작품을 제출받는 이유는 심사위원이 예비 작가의 작품을 평가할 때 높낮이 없이 고른 작품을 얼마나 쓸 수 있는지 작품성과 확장성 판단에 신중하기 위해 다수 작품 제출을 요구한다.
가끔 여러 시편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춘문예에 당선하여 등단하고 싶은 욕망에 잘못을 범하기도 한다. 당선권에 유력한 일생일대 작품을 완성한 후 동일 작품을 여러 신문사 공모전에 제출하여 당선작으로 뽑히고도 당선이 취소되는 사례가 발생한다.
“한국일보는 1월 2일 자에 발표한 2023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시 부문 당선작 '토끼꺼내기'의 당선을 취소합니다. 해당 동시는 다른 신문에 중복으로 투고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습니다. '다른 신춘문예에 중복하여 투고한 작품으로 밝혀지면 당선을 취소한다.'라는 본보 신춘문예 응모 요강에 따라 당선 취소를 결정했습니다.”
“2013년 본보 신춘문예 시 부문 김승필씨의 ‘삼거리 점방’ 당선을 취소합니다. 이 작품은 이덕규 시인의 ‘논두렁’ 작품 표절인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습니다. ‘중복 응모나 작품의 표절이 밝혀지는 경우 당선이 취소됩니다.’라는 본사 신춘문예 응모 요강에 따라 해당 작품의 당선을 취소합니다. 해당 작품 응모자도 ‘당선취소결정’을 수용했습니다. 광주일보 시 부문 신춘문예 심사를 맡았던 박남준·김정란 시인도 “당선 취소 결정에 이견이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두 심사위원의 판단은 광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자세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리며,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신춘문예 응모작을 더욱 철저히 검증하겠습니다.”
훌륭한 작품은 다른 신문사에서도 유력 작품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아 작품을 평가한 심사위원의 당선권 후보 작품을 선정하면 공모자의 이름과 작품명을 심사평에 제시하는데 이때 동일 작품이 여러 신문사에 공모된 사실이 밝혀진다. 이런 경우 당선되더라도 당선이 취소되며, 다른 작가의 작품이나 글을 베끼거나 유사한 내용으로 작품을 제출하여 당선된 경우에도 작품 표절로 당선 취소가 결정된다.
대학원위원회에서 위촉한 심사위원회 심의로 수여된 학위도 논문이 심각한 표절로 밝혀지는 경우 논문 취소는 물론 어렵게 취득한 학위가 사라지는 불행한 결과가 눈앞에 펼쳐진다. 상상하기도 싫은 참담한 상황이 언론보도를 통해 가끔 접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