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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년하루 Oct 01. 2024

글 작가를 사랑한다

글사랑, 백지로 남다.


작가가 뿌려 놓은 검은 씨앗을 샅샅이 뜯어먹어 누런 백지와 하얀 속지만 남았다. 



글사랑, 글로 은근한 흘림을 적신 작가를 사랑하나 보다.



멋진 글로 상대를 유혹하려면 기적이 필요하다.



다가서는 즉시 전율을 느낄 수 있게 마법 가루를 쉼 없이 뿌려 놓아야 한다.



취향을 드러내지 않고 끌어들일 수 있는 은은한 향기로 모래 속 거품을 비리는 미끌림이라고 할까.



난꽃 향을 맡을 수 있다면 술에 취해 산들 바위를 타고 든다.



콧구멍 실 사이를 간지럽히는 넘버 파이브 향기를 아는 사이면 그만이다.



어느 날 밤거리 연약하게 자란 파란 가시가 목질이 되길 바라던 샛밤시절, 우연히 쉬려고 앉은 정류소 벤치에서 만난 넘버 파이브가 지나가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어 놓았다.


쫓아가 근원을 찾고 싶었지만 용기가 하늘로 흩어짐을 붙잡지 못하고 고민할 때쯤, 휙 하고 지나간 버스 소용돌이에 저 멀리 날아가는 향을 뇌 속에 간직한 채 밤송이는 익어간다.


머릿속에 쫒던 향을 난꽃에서 만난다. 일 년에 한 번 15일간 난꽃 향이 코 끝에서 발아바람에 올라타 해마에 간직한  섹 뉴런 불꽃을 피운다.


바람이 산들 불어오는 거실 끝 베란다에서 반들반들한 살에 기다란 허벅 줄기를 타고 가지 촉수에 올라선 꽃잎, 조금씩 벌리며 은은한 향 물결을 잔잔하게 연주하듯 홑 뿌린다.


향에 흠뻑 취해 보려 코 끝을 꽃잎에 최대한 가까이 붙여 조금의 향도 공간에 빼앗기지 않으려 은밀하게 밀착한다.


글을 찾아 헤매느라 진이 빠지면 글에 넘어져 상처를 덮어 벤다. 서서히 흐르는 피가 분홍 빛으로 퍼지면 희미한 정신이 색다른 글에 온몸을 비비며 진기를 공간에 묻어 버린다.


꾹꾹 누른 댓글이 달리면 흥분한 글들이 들키지 않으려 입을 굳게 닫지만 속에서 끓어 오른 열기에 조금씩 흘러내린 흔적은 새롭게 감긴다.  모른 척 하지만 모르게 두고 싶지 않다.


글이 넘치는 작가 샘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글 품든다. 밤 정은 흐르지 못하고, 가슴 정은 두근두근 밤송이가 불꽃에 톡톡 밤마다 뛰어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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