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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이름표

흘러내린 엄마를 그리워하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by 천년하루

꿈을 꾸면 꿈나라로 입국합니다

입국절차는 간단하지 않습니다

출입국이 거부된 사람은 꿈나라를 기억하지 못합니다



이름표


일어섬을 그만두면 흔들림이 떨어질까

엄마 목에는 누런 종이가 달려있다

살며시 바라보면

미용실 머리 말린 파지처럼

위에 서면 바람을 걱정하고

떨어지면 다음을 기약한다

파란 피부에 하얀 백사

앞에는 딸내미

뒤에선 어머니

딸 같은 옷을 따라 뒷문이 닫힌다

라디오 입에서 햇빛이 나서지 않아

우리나라에 장마가 없어졌다며

동남아에 살던 우기가 놀러 와

짜증 내고 습하니 간격을 두라고

모녀는 예지동 광장 귀퉁이에 서서 막국수로 잔치한다

비에는 파전이 최고겠지

밖을 두리번거리다 미닫이 손에 국수박스 날개로 만든 명함 목줄을 단다

백사번 종점 앞 무량사에서 49재를 마치고

홀로 앉아 떨고 있는 고목에 살포시 기대어

차마 못 태운 번진 종이를 목에 걸자

떠나는 바람에 흐트러진 숫자들

흘러내린 엄마 같은 세 글자

주인 없는 그리움이 일어선다



여권 말소나 비자가 없으면 심사 단계에서 거절됩니다

출입은 제한적이라 그곳에서 계속 살 수가 없습니다

꿈을 꾸면 꿈나라에서 출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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