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을 간다는 것은 세상을 벌거 벗기는 일이다
수십을 한 곳에서 몸값을 지불했다
노후를 꿈꾸며 조심조심 걸었다
줄과 줄 사이 해가 되지 않게 배불리 먹어본 적도 없었다
강산을 쳐다보면 깊이 베인 파란 비가 구른다
물이 떠난 계곡에 차향이 숨어 숨통을 당긴다
고랑에 사진이 파이고 흉터가 드러날 때
거친 숨이 튀는 질감이 보인다
오랜 뒤틀림이 사라진 저녁
생을 다한 그림이 영혼으로 추모당한다
석양에 물길이 떠날 때 두 눈에서 차가운 홍수가 가문다
쓴 잔에 입을 담그고 가만히 머금다
작심한 분통에 헛기침 붙는다
가녀린 비닐로 덧씌운 돛단배
작은 창에 파랑이 얼굴을 깨운다
땅을 간다는 것은 세상을 뒤엎는 일이다
억지 자국이 흘러 파도가 남는다
가난 사주에 단면적 사진만 붙들고
실체적 그림인양 쟁기질을 했다
진실은 생을 퇴고 없이 깊게 파였고
꿈꾸며 그려본 70년이 한 칸에 뭉개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