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전쟁

아름다운 청년을 기리다

by 천년하루

이곳 평화 장터에는 전쟁터만 있다

쉼 없이 돌아가는 미싱

손가락이 잘려나가고

폐가 피를 토한다

최소한의 보급품도 지원받지 못한 군수공장

어린 여공들 눈가엔 눈물 훔친 흔적만 선명하다

꽉 막힌 동굴 터에 박힌 가녀린 백열등 아래

햇빛을 보지 못해 안질과 싸우고

쇠꼬챙이 피하려 신경통을 달고 산다

제때 먹고 자지 못해 생긴 신경성 위장병

먼지 호흡으로 폐질환이 난무한데

산업역군이라는 미명 하에 생명을 재촉한다


오늘은 화창한 금요일 품이다

저 멀리 알록달록 관광버스

무릎 굽힌 다리를 앞문 계단에 살포시 올려놓는다

오늘 갈 곳은 동대문 평화시장입니다

다들 쌈지는 들고 오셨지요

추동마을 떠난 버스는 평화시장 남쪽에 도착한다

다부진 패거리들이 젊은 노동자 풍 청년들을 둘러싼다

동화시장 계단 쪽에서 휘발유를 끼얹은 청년이 움직이자

휘발유 냄새에 흥분한 노인들 웅성거리는 사이

불에 휩싸인 청년은 시장통을 향해 비틀거리며 절규한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일요일은 쉬게 하라!"

"노동자들을 혹사하지 말라!"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


청년이 지른 불꽃 외침은 바닥 향해 서서히 쓰러진다

마을 떠난 어르신들

합장하듯 입천장에 혀끝을 붙였다 떼었다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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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