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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해외간호사를 꿈꾸다. (Feat. 호주)

by 미국간호사 Sophia


1학년 1학기를 마칠 무렵, 대학에서 방학기간 동안 해외어학연수를 주최한다는 공지가 나왔다. 학기 중에 응시했던 토익시험점수 성적순으로 호주에 한 달간 어학연수를 간다는 내용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여름인 기간인데 호주의 겨울을 만나볼 수 있고, 호주가정에서 홈스테이를 하면서 TAFE(전문기술대학 정도가 되겠다)에서 수업을 받는 기회가 정말 좋을 것 같았다. 가장 가고 싶었던 이유는 전액 내 돈을 내고 가는 것이 아니라 많은 부분을 대학에서 지원을 해주는 부분이었다. 더 이상 돈을 벌지 않는 현 상황에서 부담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며칠 여행을 가서 쓸 금액으로 어학연수를 가는 것은 정말 좋은 기회라는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지원을 했다.


2009년 7월부터 8월까지(정말 옛날이로군) 내가 지냈던 지역은 바로 호주사람들이 은퇴 후에 가장 살고 싶어 한다는 도시인 골드코스트였다. 같은 과 동기 두 명과 함께 홈스테이를 하게 되었는데 우연이었는지 내 홈스테이 호스트 엄마가 간호사, 아빠가 카엔지니어라는 것을 둘째 날 밥을 먹으며 알게 되었다. 한국과는 달리, 두 분의 직업은 호주에서 수입이 매우 좋은 직업이라고 했다. 뒷마당에 있던 수영장이 두 분의 이야기를 믿을 수 있게 해 줬다.


경제적인 이유로 홈스테이를 하는 가정도 있지만, 내가 머문 가정은 호주에서도 중산층 이상의 가정이어서 돈을 벌기 위해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부부는 아시안에게 관심이 많았고, 해외에 가지 않고도 문화교류를 할 수 있는 기회였기에 홈스테이를 지원했다고 말했는데 그래서인지 일단 먹을 것이 매일 푸짐했다. 닭고기->소고기->돼지고기->양고기 등 매일 종류가 다른 고기를 먹었고, 저렴하면서 입에 맛있는 탄산음료보다는 건강을 생각한 고급진 과일쥬스를 주셨으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아침마다 호스트 아빠가 커피메뉴를 물어보시고는 직접 내려주시는 것이었다. 정말 여느 호텔 부럽지 않은 생활을 누렸다.


그렇지만 세상엔 내 입맛에만 맞는 일은 없지 않은가! 두 분은 우리가 언어를 배우기 위해서 온 것을 알기에, 어학원에서 돌아오면 우리들은 어김없이 그날 있었던 이야기를 안 되는 영어로 짜내어 말하게 하고 나서야 비로소 저녁을 먹을 수 있게 해 주셨다. 솔직히, 한국사람들 대부분은 영어로 말하는 것은 정말 어려워하고 못하지 않은가? 나 역시 강제로 주어진 그 시간이 초반엔 얼마나 땀나고 힘들었는지! 그나마 영어말하기가 조금은 더 가능했던 내가 항상 먼저 말하고 그 뒤로 내 동기 두 명에게 순서가 주어졌다. 그 덕에 가장 많이 말을 해서 밥 먹는 시간이 긴장됐는데 지나고 보니 너무 고마운 일이었다. 실력이 일취월장했던 것이다. 그들은 한국어를 전혀 몰랐기 때문에 무조건 영어로 말하기를 해야 하는 건 고역이었지만, 그 역시 우리의 방문목적을 이루기 위한 홈스테이 식구들의 배려였고 그 시간 덕분에 내가 영어로 의사소통 하며 느끼던 떨림과 두려움은 대부분 극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점점 호스트 가족들과 속 깊은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처음 해외간호사를 꿈꾸게 되었던 건 홈스테이 호스트 엄마 덕분이었는데, 뉴질랜드 출신의 호주간호사인 T는 자기 사업을 하는 간호사였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경우를 보지도 듣지도 못했거니와, 간호사가 아주 돈을 잘 버는 직업은 아니었기에 궁금한 점이 많았다. 감사하게도 영어로 의사소통이 점점 더 가능해졌기 때문에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T와 많은 질문을 하고 답을 들을 수 있었다.


기억에 남는 이야기를 말해보고자 한다.

간호대학에서 공부를 시작한 이후, 간호사가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지만 정말 이 직업이 나와 어울리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은 항상 있었다. 그래서 하루는 T와 이야기를 하면서, 내가 간호사가 될 만한 사람인지, 나에게 어울리는 건지 잘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T는 내가 처음 전공이 간호라고 말했을 때, 나의 이미지와 정말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고 또 함께 지내면서 내가 하는 행동과 이야기를 들으며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우리의 호스트 엄마는 간호사라는 직업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었고 간호사로서도 성공한 여성이었으며 항상 직설적으로 이야기를 하는 편이었기 때문에 어쩐지 그 대답은 진실일 것만 같았다. 또 그렇게 믿고 싶었다. 그리고 그 대화는 한국으로 돌아와 기회가 된다면 해외로 가야겠다는 다짐을 할 수 있던 정말 소중한 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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