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1등 비법 소개서
그래서 “나의 1등 비법”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1) 예습/복습을 꼭 한다.
앞서 말했듯, 간호대학의 커리큘럼은 양과 중요도가 모두 엄청난 과목들이다. 한 시간의 수업동안 설명하는 페이지는 수십 장을 넘어가고 중요한 내용은 거의 대부분이며 암기가 기본이기 때문에 미뤄두고 한꺼번에 공부를 할 수도 없어, 매일매일 밀리지 않고 물리적인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는 따라갈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미리 다음날 수업할 과목의 챕터를 최대한 읽고 이해하고 나름대로 적으면서 정리를 해본다. 그러면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나 궁금한 부분이 생기기 마련이고 그걸 여러 번 다시 읽으며 이해해 보고 그래도 이해가 되지 않으면 메모해서 수업 때 챙겨서 간다.
그리고 수업 때 이해가 되면 쉬는 시간이나 기숙사에 와서 복습을 하면서 예습한 부분에서 구멍 난 것을 채우는 방식으로 가볍게 정리를 했다. 주말에도 특별한 일이 없으면 본가에 가서 쉬지 않았고, 일부러 기숙사에 남아서 텅 빈 도서관의 자유로움을 만끽하며 공부를 했고, 이러한 공부법은 시험기간부터 국가고시까지 아주 좋은 요점정리집을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간호사가 된 지금도 그때 공부했던 질병들은 어렴풋이나마 기억이 난다.
2) 무조건 암기가 아니다. 이해가 우선!
양이 방대한 공부는 천재가 아니고서야 모든 걸 그냥 외울 수가 없다. 그래서 가능하면 대부분의 내용을 우선적으로 넓게 보고 이해하며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 해부학적인 위치나 길이, 깊이, 이름 등은 암기가 유일한 방법이지만, 질병의 원인과 이로 인한 합병증, 치료법, 적용순서 등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므로 최대한 나의 상식과 지식을 이용하여 이해를 하도록 노력하며 공부하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시험을 치러 가면 그동안 공부했던 모든 것이 뒤죽박죽 되어 혼란스러워지는데, 이때 이해하고 공부했던 것은 마음을 가다듬고 순서와 이치를 생각하면 자연스레 떠올랐기 때문에 정말 필요한 공부법이었다.
3) 남에게 가르쳐 본 지식이 나의 진짜 지식이다.(메타인지)
4명이서 한 방을 쓰는 기숙사에서 생활을 했기 때문에 1학년 때는 최소 동기, 아니면 선배들과 방을 같이 썼지만, 2학년 때부터는 후배들만 나와 같은 방에 배정되기 시작했다. 아마도 나이 때문에 해주신 배려가 아니었을까. 그래서 경쟁 없이 편하게 공부하는 것이 좋았는데, 학년마다 시험기간이 달라서 내가 시험을 끝내면 후배들의 시험기간이 시작되었다. 작년 이맘때 내가 배운 내용들을 후배들이 공부하며 어려워하는 것을 보게 되었고, 같은 방에서 함께 생활하기에 친해진 사이라 후배들이 모르는 부분을 물어보면 간단히 설명하며 가르쳐준 것이 이내 시험기간에는 내가 시험대비 총정리 과외를 해주는 것처럼 되어버렸다. 잘못된 정보를 주면 점수와 직결되기 때문에 후배들이 좋은 성적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과 내가 알아야 설명할 수 있기에 아는 만큼 가르쳐주고 싶다는 책임감에 나도 같이 공부하면서 가르치는 것을 시작했고, 다행히도 나에게 과외(?)를 받은 후배들의 성적이 잘 나오면서 좋은 선배(?)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나에게도 원칙은 있었다. 그냥 답을 가르쳐주는 쪽집게 과외가 아니라 왜 그것이 답이 되는지 설명해 주며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선에서만 알려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기쁘게도 나와 함께 기숙사를 쓰던 후배가 1등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제사 솔직히 말하면 나는 학창 시절에도 공부를 못하는 편은 아니었다. 사교육을 전혀 받지 않았음에도 공부를 하고자 마음을 먹고 노력하면 항상 상위권을 유지하는 편이었다. 그때는 나의 공부법을 지칭하는 단어가 없었는데, 요즘말로 하면 ‘자기주도학습’을 했던 것이 그 이유였다. 나의 부모님은 단 한 번도 “숙제했니?”, “공부해라.”는 말씀을 하신 적이 없었고, 나 역시 그런 이야기를 듣지 않았어도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면 그날 받은 숙제들을 먼저 완료하고 친구들과 놀러 나갔고, 방학에도 개학에 임박해서 기상청에 전화로 날씨를 확인하는 일 따위는 해본 적이 없는 학생이었다. 어쩌면 그런 사람이라서 1등도 가능했고, 좋은 병원에 취업을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학공부라는 것은 고등학교 때까지 해왔던 공부와는 방식이 정말 다르다. 떠먹여 주는 주입식 교육에서 어느 정도 자율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자신이 어떻게 마음을 먹고 학업에 임하느냐에 따라 학창 시절의 실력과는 다른 결과를 얻을 수 있는 환경이다. 다르게 말하면, 비록 고등학교 때까지 자랑할 것 없는 평범한 성적을 받아왔다 하더라도 대학에서는 그 실력을 만회할 수 있다. 출석/퀴즈/과제/팀활동 등으로 학점을 채울 수 있는 방법에도 여러 가지가 있고, 교과과목 역시 아무리 성적이 좋은 사람이라도 약한 부분은 있기 때문이다. 결코 포기하지 않고, 내가 잘해보리라 마음먹는 것만으로도 정말 잘할 수 있는 환경이 된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