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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좋아한 사람의 결과

미국으로 공짜 유학하기-1

by 미국간호사 Sophia

호주에서 돌아와 남은 방학을 즐겁게 보내고 돌아간 학교에서, 2학기에 같은 방을 배정받은 동기가 아는 선배를 만나게 되었는데 마침 미국간호대에서 교환학생을 마치고 귀국한 날이라고 했다. 게다가 개인적으로 간 것이 아니라 정부에서 보증하는 프로그램으로 다녀왔다는 말에 귀가 솔깃했다. 이미 호주에서 해외간호사를 하고 싶은 생각은 했고, 방법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는데 미국간호대라니! 그래서 염치불구하고 어떻게 다녀왔는지 궁금한 것을 물어보았고, 내가 준비해야 할 것은 영어점수와 학점이었다.


당시 우리 대학에서는 무료로 토익시험을 응시할 수 있도록 시험장소와 기회를 제공하는 중이었고, 특히 영어 잘하는 학생들을 취업 시 배출하고자 노력 중이어서 이를 돕기 위해 해외의 자매대학에서 우리 학교로 유학을 온 외국인들도 있었다. 거기다 일주일에 3시간을 추가로 신청해서 3학점짜리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 수업료도 없었기에, 영어를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에게는 여러모로 좋은 기회를 주는 것이었다.


미국대학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신청하기 위해 간호학과는 전공 진도 상 2학년 2학기에만 갈 수 있었다. 그래서 2학년 1학기에 지원할 수 있다고 했다. 나는 1학년 2학기를 보내고 있었기 때문에 준비하기에 너무 좋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 지금부터 최대한 영어공부를 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고 시험도 응시하면서 그때를 준비해야겠다고 결심하고 프로그램을 자세히 찾아보게 되었다. 학점은 이미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망설일 이유가 없었고 그렇게 나는 또 다른 목표를 두고 출발을 하고 있었다.




2학년이 되었고 기다렸던 프로그램이 열렸다. 프로그램은 1,2차 전형을 모두 통과해야 선발되었는데, 1차전형은 학점과 토익점수를 기준으로 순서를 세워 후보자를 뽑는 방식이었고 2차전형은 추가된 영어평가로 이루어졌다. 솔직히 어느 하나 쉬운 것은 절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도전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공짜였기 때문이었다. (누구라도 놓치기 싫은 조건이 아닌가!)


그런데 하필, 내가 신청한 해부터 공인영어점수 이외에 영어스피킹 인터뷰시험이 추가되었다! 새로 생긴 조건 때문에 포기한 학생들이 속출해서 전년도에 비해 경쟁률은 조금 낮아졌지만 난이도가 엄청나게 올라가게 되었다. 인터뷰시험이 추가되었다니... 지원자가 많아지니 선발하는 입장에서는 그럴만했다. 나도 덜컥 겁이 나서 도전해도 선발이 안될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도대체 내가 할 수 있는 준비는 뭐가 있을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우리 대학에 교한학생을 온 필리핀 학생들에게 인터뷰 준비를 도와달라고 했다. 고맙게도 함께 인터뷰 연습을 일주일에 두 번씩 했고, 시험 전날까지 느슨해질 수가 없었다.


2010년 5월 어느 일요일, 전국에서 지역을 나눠 선발된 인원들이 한 대학에 모였고 대기업 면접장 대기실 같던 분위기에 긴장 안되던 사람도 긴장할 상황이었다. 지금은 남편이 된 남자친구가 시험길을 동행해 주었는데 낯선 공간에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시험을 기다리던 나에게 큰 힘이 되어주었다. 그리고 인터뷰에서는 전혀 생각지 못한 질문을 받게 되었는데 신기하게도 그 쓸데없는 내용을 내가 준비했던 상황이라 웃으면서 떨지 않고 말을 할 수 있었다. 그 덕인지 최종합격을 하고 드디어 미국간호대학에 가게 되었다.


미국으로 공짜 유학은 ‘전문대학 글로벌 현장학습’이라는 정부사업을 통해서였는데, 내가 다닐 학기의 수업료는 냈지만, 해외로 유학 가는 만큼의 큰 비용이 아니었고 학생비자를 받아서 가는 것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들과의 비용차이는 비교할 수가 없을 만큼 좋았다. 게다가 나는 직전학기에 성적장학금을 받았기 때문에 정말 공짜로 유학을 가는 셈이었다. 그것도 모자라 출국 전에 돈을 쥐어주며 영어학원에서 스피킹수업을 8주간 참여하라고 했는데 이것이 선발된 인원이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까지 이행해야 하는 조건이었다. 무슨 이런 조건이 있는지! 그리고 2010년 9월 15일, 드디어 학생비자(F1)를 받고 미국의 한 간호대학에 3학년 1학기를 시작하게 되었다.(나는 2학년 2학기를 시작할 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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