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으로 공짜 유학하기-2
미국은 대학이름자체가 유명한 경우도 있지만 단과대학, 그러니까 어떤 한 전공에 관한 부분이 유명한 대학이 많다. 예를 들면, 하버드는 로스쿨, 존스홉킨스는 메디컬스쿨처럼 많은 전공 중에도 대외적으로 유명한 학과가 있는데 내가 다녀온 학교는 과학분야와 간호학이 매우 유명한 학교였다. 처음으로 돈 걱정 없이 미국에서 대학생활을 겪어보게 되니 너무 황홀했다. 미드에 나오는 것처럼 내가 캠퍼스를 걷고 있고, 외국인이 가득한 교실에서 수업을 하다니! 첫날은 어떻게 지나갔는지 생각도 못할 만큼 정신없이 좋은 것뿐이었다.
그러나 미국도 간호대학은 모든 게 장난이 아니었다. 수업시간에는 여유롭고 모든 내용을 다 알아듣는 것 같은 아이들이 실상은 매일 새벽 2-3시까지 공부를 하고 6시에 일어나 7시 첫 수업을 온다고 했다. 한국에서 내가 공부했던 방법으로도 이건 힘들 것 같았다. 또, 같이 밥 먹으며 친해진 친구가 있었는데 학기 중에 드랍을 했다. 우리나라로 치면 낙제를 해서 제적을 당한 것인데, 알고 보니 미국의 간호대학은 입학하면 무조건 졸업을 할 수 있는 친절한 시스템이 아니었던 것이다. 학교에서 정해놓은 점수가 2차례이상 안 나오거나 실습에서 참여한 부분에 문제가 생기거나 하면 학교를 더 이상 다닐 수 없는 구조였다. 그 친구는 사람 좋고 친절해서 누가 봐도 외국인인 나와 밥도 같이 먹어주는 사람이었는데, 추수감사절 연휴가 끝나고 수업시간이나 매번 같이 밥을 먹던 카페테리아에 보이지가 않아서 소심하게 찾으러 다니던 중 가끔 그 친구와 다니던 다른 친구를 만나 물어보니 시험에서 드랍해서 학교를 그만두게 되었다고 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으니 전공을 바꾸던지 대학을 중퇴하는 학력으로 끝나는 것이라고 했다. 정말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마냥 좋아 보였던 미국대학에서의 공부는 그렇게 만만한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미국에서 학생들이 간호사가 되려고 하는 이유가 있었다. 미국에서는 간호사가 매년 가장 정직하고 진실한, 신뢰받는 직업군으로 설문조사에서 몇 년째 1등을 놓치지 않고, 소방관과 더불어 가장 존경하는 직업군 1위를 다툰다고 했다. 돈을 잘 버는 직업이기도 하지만 직업의 만족도와 보람, 대우와 처우가 합당하기에 힘든 일임에도 불구하고 간호사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간호사의 위상이 그저 보통직업 정도이거나 그보다도 못할 때가 있다고 생각되는데 반해 너무나 부러운 반응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학생간호사가 병원에 실습을 가면 대부분 근무하는 간호사선생님의 심부름을 하며 관찰하는 것 이외에 직접적인 간호업무를 할 수 없도록 법으로 규정되어 있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단지 학생으로만 받아들이지 않고 예비간호사의 대우를 하고 있었다.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와 학생이 버디가 되어 같은 환자를 맡아서 많은 부분을 실습하게 해 주었다. 환자들 역시 곧 나를 간호해 줄 전문인력이 될 예비간호사이기 때문에 흔쾌히 실습을 할 수 있게 기회를 주는 것을 많이 목격했다. 나 역시 실습기간 동안 내 업무의 책임감과 부담감을 많이 가질 정도로 업무를 배우며 직접 수행을 했고, 이 때문에 졸업 후에 병원에 취업을 하면 한국과 미국은 간호사로서의 역량의 차이가 엄청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느꼈다. 겨우 한 학기 동안이었지만 미국의 병원에서 실습을 했던 경험이 이후 나의 간호사의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치게 만들었다.
학기가 끝날 무렵, 지도교수님과 성적을 확인하면서 면담을 하게 되었는데 감사하게도 모든 과목에서 A+를 받게 되었다. 교수님도 내가 미국에서 계속 공부를 하고 싶어 하는 것을 아셨지만, 한국에서는 곧 졸업이지만 미국에서는 유학 중에는 한국의 교과목이 인정되지 않아서 다시 1학년으로 편입해야 하는 현실 때문에 한국에서 졸업 후 면허를 따고 미국으로 와서 간호사가 되거나, 대학원에 진학하여 유학을 오는 것을 추천해 주셨다. 그렇게 아쉽지만 즐겁고 소중한 경험을 안고 한국으로 귀국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