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국간호사 Sophia Jan 08. 2024

그럼 뭘 해야 하는 거냐

영어시험은 시작에 불과한 거 알지?

 영주권을 위해 비자스크린에 등록하는 영어점수받는 것을 제외하면, 이제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자신 없어하는 생활영어를 해야 한다.

내용을 잘 듣고, 생각하고, 정리하고, 그리고 말하는 엄청난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그중 듣기와 말하기가 실생활에서 가장 필요한 영어공부이다.


 지금은 초등학생부터 배우는 영어이지만, 라떼처럼 국민학교를 다닐 때는 영어 알파벳을 배우지도 않았고, 중학교에 입학해서야 정규과목으로 영어를 배우면서 비로소 알파벳을 영어노트에 쓰면서 외우고 발음기호를 배웠던 사람이라면 아주 일부를 제외하고는 읽기와 듣기의 수준은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겠지만 말하기와 쓰기는 정말 어려운 부분이다.

그렇기에 실제로 영어를 온전히 써야만 하는 환경에서 살게 된다면 그 무엇보다 말하기를 많이 연습하고 능숙해져야 하는 것이 숙제로 남을 것이다.

사실 영어로 듣고 말하기가 수월하다면 이민이 아니더라도 여행이나 출장만 가도 국내에 있는 것과 언어적인 장벽의 차이를 별반 느끼지 못하고 오히려 더 좋은 경험들을 했다는 간증들도 들은 바 있기 때문에 이제껏 점수로 확인받는 영어를 해왔다면 이제는 태세전환을 할 때다.


우선 해외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훨씬전부터 나는 외국에 살고 있다는 최면과 마인드컨트롤이 필요하다.

달리 말하면, 내가 한국에서 겪는 일상의 모든 언어를 영어로도 할 수 있도록 다시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아침에 눈을 뜨고, 샤워를 하며, 밥을 먹고 집을 나서는 것부터 직장이나 학교, 또는 내가 속한 어떤 집단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일을 한국어가 아닌 영어로 생각해 보고 들어보고 말해보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생각만 해도 목이 멘다.

가끔은 우리말로도 표현하지 못할 감정이 생기기도 하고, 시원찮은 상황이 있기도 한데 그걸 영어로 생각하고 듣고 말해야 한다니!


이전 에피소드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시험영어를 거치면서 나의 영어에 대한 이미지는 반전되었다.

아이엘츠를 정복(?)하기 전까지의 나는 영어는 내가 구사할 수 있는 언어 중 하나이며,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수단이었다.

그러나 어느새 영어가 목적이 되면서 부담스러워지고, 괴로워지며, 힘겨워지는 경험을 하면서 영어에 대한 매력이 급속도로 감소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이전에 잘하던 생각과 표현까지도 머리카락 꽉 막힌 수챗구멍처럼 답답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아마 이런 경험은 비단 나만의 문제나 경험만은 아닐 것이다.


그럼 내가 이제부터 극복을 위해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일까? 정말 많은 방법을 알아보고 시도해 보며 느낀 바를 공유해보려고 한다. 일단 평소에 내가 좋아하던 영화 중에 수십 번을 되돌려봤던 작품이 있었다.

특히, 영어시험을 준비하면서는 너무 노는 것 같아 멀리해 왔는데 이제 시험으로부터는 자유로워졌으니 오랜만에 영화를 즐기는 시간을 가졌다.

다만, 이미 내용은 외울 정도로 잘 알고 있으므로 영화를 보면서 들리는 내용만큼은 입으로 따라 하고, 몰랐던 표현이 있었다면 잠시 영화를 멈추고 반복하는 방식으로 학습의 효과를 주었다.

그것 역시도 시험공부의 느낌이 들면 안 되므로, 영화를 보는 것에 방해가 될 정도로는 하지 않는 것이 주의사항이었다.

오랜만에 예전에 즐겼던 영화를 보던 그 느낌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대화내용이 이제는 내가 실제로 자주 듣게 될 것이라는 생각만이 이전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또 다른 방법은 평소에 구독하던 유튜브의 영어방송을 하루에 하나만 짧은 에피소드로 가볍게 보는 것이었다.

듣기와 말하기는 각 잡고 앉아서 독서실모드로 공부하는 것보다는 편안한 몸과 마음으로 가볍지만 약간은 집중해서 하는 것이 나에게는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당장은 입에 붙지 않아서 듣고도 잊어버리고, 말해도 내 것 같지 않은 문장이어도 일단 내뱉고 나면 그다음에 또 듣고 따라 하고 생각하면서 시나브로 내가 말할 수 있는 표현이 될 수 있도록 약간의 노력을 했다.


여전히 나의 영어실력은 내려갈 곳보다는 올라가야 하는 곳이 더 많은 지경이다.

다만, 모든 일이 그렇듯 하루도 빠짐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영어와 만나는 것. 그것이 지금까지 느낀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토종한국인으로 해외경험이 없는 사람은 해외에 나가본 사람의 실력을 부러워할 것이고, 잠시 유학이나 여행 등으로 해외를 머물다 온 사람은 그곳에 지속적으로 살면서 매일 노출되는 언어를 경험하는 사람을 꿈꿀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미국에 수십 년을 살아도 한국어만 하며 사는 사람도 있고, 외국살이를 전혀 하지 않고도 원어민과 아무런 어려움 없이 대화하기도 한다.


환경은 내가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스스로 공부하는 것을 잘하는 사람이면 일과를 기록해서 공부하는 시간을 끼워 넣고 약속을 지키면 되고, 강제성이 필요한 사람은 같은 목적을 가진 사람들과 모이거나 약간의 비용을 지불해서 나를 그 강제성안에 넣어주면 된다.


그리고, 여기에는 물리적인 시간이라는 것이 꼭 필요하다.

누구나 같은 24시간을 가지고 있으니 이를 나에게 맞게 효율을 찾아 쓰는 사람에게는 어쩌면 다른 시간을 가지고 사는 것 같은 효과도 있다.

그러나 그런 특별한 능력이 없더라도, 반복과 꾸준한 시간투자는 그 어떤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받는 쪽집게 과외보다도 언어를 공부하는 사람에게 최상의 결과를 안겨줄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시험영어가 넌덜머리 났다고 하면서, 이제 나에게 필요한 생활영어공부에서 선택한 그 획기적인 방법이라는 건, 사실은 시험영어를 했던 방법과 같은 것이었다.

나에게 달랐던 것은 그 정해진 점수를 꼭 받아야만 한다는 압박감과 부담감이었다.

결국 내가 방법을 몰랐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 알았지만 내 마음가짐에 따라 같은 것을 다르게 보고 있었다.


나는 굉장히 불안하고 걱정을 많이 하며 예민하고 강박적인 성향을 가진 내향인이다.

그런 내가 나 자신을 더 불안하고 걱정스러우며 민감하고 공황스런 상황에 밀어 넣었던 것이다.

물론 타고난 성향을 바꾸는 것은 어렵다고들 하지만, 완화시킬 수는 있다.

성적의 압박이 사라진 나의 상황과 환경에서 나의 두려움을 떠나보내고 그 자리를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지만 가급적 하는 걸로'의 마인드로 채우면 이제껏 나를 지겹게도 붙들고 늘어지던 영어시험공부라는 찰거머리에서 조금 부담스럽지만 괜찮은 친구로 변화시킬 수 있었다.


나에게는 영어가 그러했다.

안 그래도 준비 없이는 시작도 못하는 완벽주의성향의 나에게 패배감과 자존감하락을 불러온 것이 사실은 내가 너무 좋아하는 친구였던 것이다.

그래서 이제라도 다시 친구가 되어보기로 했다.

대신 다시 헤어지긴 싫으니 조금 천천히 여유를 갖고, 하나씩 친해져 보기로 했다.

앞으로는 오랫동안 친구가 되어야 하니 없으면 큰일 나는 짱친보다는 항상 내 곁에 있어주는 든든한 친구가 되어주면 좋겠다.


쓰고 보니 영어이야기만 징그럽게 오래도 했다! 이젠 끝!

한동안은 다른 이야기를 해보기로 한다.

이전 07화 번외2) 영어 얼마나 잘해야 되나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