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고시-2
내가 20살이 되던 해 수능을 쳤던 그 시절에는 간호사라는 직업에 대한 인식이 이러했다.
- 취업이 잘되는 전공이라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이 빨리 졸업해 돈을 버는 것을 목표로 진학하는 학부.
- 자신의 취향과 적성을 따져보기보다는 가족과 현실을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는 방법으로 선택하는 직업.
확실히 지금과 같이 인기가 많은 학과가 아니었던 것이 사실이고, 4년제를 제외한 2, 3년제 전문대학은 소위 말해 줄만 서면 갈 수 있는 학과였다. 이를 알고 있던 이유는 고등학교 동창인 친구 중에 성적이 뒤에서 세기 쉬웠던 친구가 한 명 있었는데, 그 친구가 전문대 간호대는 합격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다른 의견도 있을 것이고 그것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런 이미지의 직업이었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이제는 힘들지 않은 직업이 어디 있으며, 어차피 힘들 바에는 취업걱정, 이직걱정 없이 일할 수 있는 전문직이 최고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안정적이고 돈 잘 버는 직업이 되었으며 간호직/보건직 공무원을 할 수 있다는 점에 공무원이 되고자 하는 많은 인원이 몰리면서, 간호대를 가는 것이 너무너무 어려운 시대가 되어버렸다.
그런 시대에 다시 간호대학을 진학한 나에게 간호고시는 당연한 것이었다.
나는 1학년을 시작한 3월부터 3학년을 마치고 졸업할 때까지 거의 매일 이런 일과로 하루를 보냈다.
- 아침 7시 기상 후 씻고 기숙사 내 방에서 간단히 아침을 먹으며 수업 갈 준비
- 아침 8시 30분 첫 수업을 위해 등교 -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최대한 빨리 가는 것이 좋다.
- 아침 9시부터 오후 12시 또는 1시까지 오전수업 - 보통 한 과목 또는 두 과목의 수업을 한다.
- 점심시간이 주어진다면 점심을 먹고, 그렇지 않으면 쉬는 시간 동안 간단히 요기
- 오후 1시부터 오후 5시 또는 6시까지 오후수업 - 2학년부터는 교직이수반에 있어서 추가로 주당 8시간 수업을 더 해야 했기 때문에 점심을 못 먹는 경우가 많았다.
- 하교해서 저녁 먹고 씻기
- 방청소 및 빨래 등 개인시간 보내기
- 10시 점호 - 군대처럼 점호를 해야 하는 기숙사에 살아서 이건 어쩔 수 없었다.
- 다들 잠드는 시간부터 새벽 3시 또는 4시까지 예습 및 복습
예습을 꼭 해야지만 수업 때 이해할 수 있는 범위가 늘어났고, 복습할 부분도 빨리 정리가 된다.
다행히 나는 자기주도학습이 어려서부터 습관이 되어있었기 때문에, 이 시간이 괴롭거나 하기 싫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지금 다시 그렇게 공부할래? 하고 물으면 0.1초 만에 답할 수 있다. 너나 하세요!!